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웅도는 서쪽으로 92m 당봉산과 그 줄기를 이어 받은 능선, 동쪽으로 87m 불농산과 그 줄기를 이어받은 능선 등 4개의 구릉지에 작은 들판이 어우러져 있다.
웅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웅크린 곰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물개가 너른 바다로 휘어가는 모습을 닮기도 했다. 웅도는 조선시대 문신 김자겸의 유배지 섬이고 마을에는 사당이 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웅도리’라 되었다.
웅도에는 68가구에 주민 137명이 살고 있다. 섬사람들은 대부분 고기잡이와 농업을 겸한다. 밀물 때 연근해에서 낙지, 우럭, 붕장어, 넙치, 도다리, 꽃게 등을 잡는다. 썰물 때는 돌김, 바지락, 굴, 새조개 등을 채취한다.
웅도의 해안선 길이는 5㎞. 웅도로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인 잠수교를 건넌다. 바닷물이 차면 막히고 썰물 때 건너갈 수 있다.
20년 전 맨 처음 웅도를 찾았을 때 아직, 밀물이었다. 차가운 갯바람을 피해 뒷산에서 삭정이를 꺾고 솔방울을 주워 불을 지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몽땅 주워 모닥불을 지폈다. 한동안 모닥불 가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읍내에서 돌아오던 아낙네들이 불가에 앉아 말동무가 되어줬다. 강태공들도 하나 둘 모여 들어 손바닥을 부비며 추위를 피했다. 길 위에서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이윽고 물이 빠지자 불을 끄고 마을로 가는 길에 동행했다.
이런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기에는 빠듯한 일정이라면 출발 전 반드시 물때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바다가 갈라지는 시간대는 보름과 그믐을 중심으로 대략 아침 9시경이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 바다 갈라짐 시간표와 물 때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유두교’로 불리는 이 잠수교는 2014년 좌우로 안전 펜스를 설치해 보강했다. 잠수교 주변은 낚시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보트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낚시인을 자주 볼 수 있다. 도다리, 우럭, 붕장어가 주로 잡힌다. 특히 우럭은 웅도의 대표 어종인데 횟감으로도 좋고 속풀이용 ‘우럭젓국’이 별미다. 우럭젓국은 봄부터 여름철 까지가 제 맛이다. 봄은 우럭이 살찌고 우럭 맛은 보리가 익어가는 때와 같다.
마을로 들어서자 다시 찾은 마을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관공서라고는 해양경찰지서와 분교뿐이던 섬마을은 집집마다 소달구지를 끌고 바다를 오갔었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시작된 달구지 행렬은 긴 갯벌로 이어졌다. 그 때 그 소달구지 체험은 깡통기차가 대신하고 있었다.
웅도는 주민주도 공동체인 ‘웅도어촌체험마을’로 대변신에 성공했다. 웅도어촌체험마을은 전국 1위의 어업 공동체로 우뚝 서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지락 캐기, 낙지잡이, 망둥어 낚시, 족대체험, 갯벌체험 등 다양한 체험 기구를 갖추고 여행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낙네들이 멀리 바다에서 조개를 잡아 삼태기에 담고 들고 뭍으로 나오면 남정네들은 지게에 옮겨지고 소달구지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었는데, 지금 웅도 사람들은 작은 트럭으로 편리하게 해산물을 운반한다. 세월이 지나 변한 모습들이지만 웅도의 자연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용히 나를 돌아보기에 좋은 섬, 사색하기 좋은 섬, 힐링의 섬이다.
웅도 마을 초입에서 여행자들은 어느 길로 갈 것인가를 선택한다. 나무 길로 잘 단장된 해안둘레길은 연인, 가족과 오붓하게 걸으며 추억 일구기에 제격이다.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마지막 지점에는 커다란 바위와 마주한다.
웅도 해안에는 이런 바위와 깎아지른 해안기슭이 많다. 이런 자갈과 바위틈에서 자라는 것이 어리 굴이고 낙지다. 웅도 낙지가 유명한 것은 작은 돌들과 갯벌이 많기 때문. 낙지 산란기는 봄철이고 낚시꾼들은 주낙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낙지는 무침, 전골, 볶음, 연포탕 등으로 사랑받는다. 섬사람들은 낙지를 오징어처럼 햇볕에 말려 먹기도 했는데 이를 ‘수루데’, ‘쓰레미’, ‘쓰르메’, ‘쓰리미’ 등으로 불렀다. 낙지에 대한 방언이다.
웅도 선착장에는 굴을 채취해 보관하는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다른 섬에서는 호이스트 크레인이 설치돼 보통 배에 가득 실은 어획물을 기계로 끌어 올리는데 이런 풍경은 웅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곳 선착장 앞으로 펼쳐지는 웅도 앞바다는 무인도 매섬을 중심으로 어선들의 평화로운 풍경이 그림 같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 일몰 풍경을 담기 위해 즐겨 찾는다. 무인도는 간조 때 바다가 갈라져 웅도 해안가에서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이런 풍경은 마을 초입에서 좌측 편으로 이어진 해안선을 타면 볼 수 있다. 반대편의 능선을 넘어 가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승용차 길로 이어져 오고가는 길이 편리하다. 작은 산 능선이 끝나는 해안가에는 연분홍 봄 철쭉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 능선은 황토 흙으로 조성돼 있다. 해안 절벽에서는 이 황토를 뚫고 나오는 소나무 뿌리며 기암괴석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저 편 바다 건너로는 섬들이 보이는데 고파도, 조도 등이다. 모두 가로림만을 끼고 서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이처럼 동서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 길을 안내하는 마을 중심지 시골길에는 동백꽃이 환하게 길을 열어줬다. 울긋불긋 지붕 색깔과 이색적인 펜션들이 소달구지 끌고 바다를 오가던 웅도 사람들의 풍경을 옛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오버랩했다. 세월의 덧없음과 그만큼 우리 어촌도 더불어 행복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년 전 웅도는 “얼룩배기 황소가/해설피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었다. 지금은 웅도는 그 정감어린 풍경을 보듬고 여행자에게 편리함과 전통 어촌의 평화와 평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향수’를 읊조리게 하는, 그런 섬이다.
웅도 풍경의 절정은 가을풍경이다. 섬 안 풍경은 노랗게 벼 이삭이 물든 들판과 연분홍 코스모스길, 갈색 갈대의 나부낌, 400년 푸른 반송이 한 폭의 그림이다. 해안가는 색색의 해초와 함초가 금빛 자갈, 금빛바위가 햇살을 받아 찬란하다. 그리고 광활한 갯벌이 길게 흐르는 가로림만의 푸른 젖줄과 대비돼 여행자의 가슴을 자연 속으로 툭, 튕겨나가게 만든다.
그 섬, 웅도로 가는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이나 남부터미널에서 서산터미널까지 가서 웅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는 서해안고속도로나 경부고독도로를 이용해 송악이나 서산에서 대산 방면으로 경유하면 웅도로 가는 길이 연결된다. 문의: 대산읍사무소(041-681-8001)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