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갑진(甲辰)년 푸른 용의 해를 밝히는 설날이다. 십이지(十二支)의 다섯 번째 동물에 해당하는 용은 비, 구름, 바람의 조화를 다스리는 존재로, 우주에 존재하는 신성한 힘과 질서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알려졌다. 주로 신성함, 권력, 성공, 성취에 관련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용의 힘찬 기상과 웅비의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 김제 벽골제의 쌍용 조형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인 김제 벽골제는 백제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된 제방길이 3.3km, 저수지 둘레 40km에 이르는 거대한 수리시설이다. 지금은 저수지가 농경지로 변했고, 드넓은 들판과 새파란 하늘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다. 이 들판에는 신라시대 김제 태수의 딸 단야낭자와 고려시대 김제 조씨 조연벽 장군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쌍룡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늘 성질이 착해 사람을 도왔다는 백룡(白龍)과 심술궂어 때때로 벽골제의 둑을 무너뜨리곤 했다던 청룡(靑龍)이 서로 마주 보는 형상이다. 용 한 마리가 길이 54m, 높이 15m, 몸통 직경 15m에 이르며 철골과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이번 설날에 금방이라도 하늘로 박차고 오를 것 같이 생기넘치는 쌍용 조형물 앞에서 구름을 헤치고 떠오르는 붉은 해의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며 청룡의 해 대운(大運)을 기원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