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공무원 중 첫 사무관 배출...‘33년 선박항해 안전 지킴이’ 

한규택 기자 2024-01-19 16:36:17
등대는 칠흑 같은 망망대해를 훤히 비추는 ‘바다 길잡이’다. 그리고 그 등대를 밤새 밝히는 사람들이 ‘등대원(등대지기)’이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어둠의 바다를 지키는 등대원의 삶은 외롭고 고단하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변화무쌍한 기상변화에 잠시도 쉴 틈 없이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대원의 수난은 직업의 특성에서만 기인하지는 않는다. 조직간 힘겨루기와 행정편의주의의 희생물이 되기 일쑤다. 소규모 인원에다 전국적으로 흩어진 등대원들이 속한 부서는 인원 감축의 최우선 대상이 되거나 등대 무인화 추세에 휩쓸려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산 영도등대에서 근무하는 김흥수 등대원 최초 사무관(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우리 바다에는 등대를 비롯한 항로표지 시설이 3,341기가 운영되고 있고 해양수산부 직원 157명이 등대에 상주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해 등부표 현장점검을 하는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우리 바다를 지켜온 등대 공무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일 해양수산부는 등대에서 근무하는 최일선 현장 직원 중 최초로 사무관(5급) 승진자가 배출되었다고 밝혔다. 

등대에서 근무하는 현장 공무원은 그간 사무관 정원이 없어 사무관 승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으나, 지난해 8월 기존의 등대관리직렬이 해양교통시설직렬로 통합되면서 사무관 정원이 생겼다. 그리고 해양수산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사무관 승진자를 처음으로 발탁하여 배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DB)


영예의 첫 사무관 승진자는 김흥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관리팀장이다. 김 사무관은 1990년 4월 서해안의 영해기점 도서인 격렬비열도 등대 근무를 시작으로, 영도·가덕도·오륙도 등대에서 근무하는 등 33년간 등대 관리 및 운영 업무에 매진해 왔다. 김 사무관은 그동안 바다 한가운데서 근무하고 기상악화에 대처하느라 아내의 출산때도 못 가보고, 아버지 칠순 잔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흥수 사무관은 “등대 근무직원 최초로 사무관 승진자가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바다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우리의 바다를 지켜온 김 사무관을 보면서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 한 구절이 생각났다.

‘얼어 붙은 달 그림자 / 물결 위에 차고 / 한 겨울의 거센 파도 / 모으는 작은 섬 // 생각하라 저 등대를 / 지키는 사람의 / 거룩하고 아름다운 / 사랑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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