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어로 방식인 죽방렴은 현재 거의 사라졌지만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과 삼동면 사이의 지족해협 일원에서는 아직도 죽방렴을 통한 고기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족해협은 가장 넓은 곳의 폭이 약 2,700m,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75m이다. 유속이 시속 약 13~
15km로 물살이 거세며, 조차(潮差; 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는 약 10m에 달한다. 외해와 연결되는 사천만에서 내해인 강진만으로 밀물이 밀려드는데, 이 흐름을 따라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지족해협 죽방렴에서는 주로 멸치를 많이 잡아 올리는데, 그물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채기가 없다. 멸치는 은빛으로 눈부시고 그 맛도 여느 멸치와 격이 다르다. 생멸치를 먹어보면 뼈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멸치가 지족해협의 빠른 물살에서 적응하기 위해 활동양이 많기 때문이다.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뛰어나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죽방렴 멸치’는 최상급 멸치로 인정받는다.
지족해협에는 현재 23개소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데 죽방렴이라는 설치물 자체가 독특하고 뛰어난 광경을 만들어내 2010년 8월 18일 국가 명승 제71호로 지정되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 8일 남해군청 대회의실에서 '남해 죽방렴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GIAHS) 등재추진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경남도, 한국어촌어항공단, 세계농업유산자문위원, 남해 죽방렴보존회, 관련 공무원 등이 참석한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용역 시행사인 (주)명소아이엠씨는 죽방렴 어업시스템에 대해 “산이 많고 평야가 협소해 농업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섬 주민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고안한 전통함정어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업유산”이라고 밝혔다.
자연순응적인 전통어법이 유지·계승되면서 지금까지 어업인들의 소득원으로 사회·경제적 가치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남해군을 상징하는 전통어업경관’이자 ‘바다를 지키는 자연친화 적정어업’, 그리고 ‘남해군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라는 ‘현대적 가치’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편 남해군은 1년 전부터 남해 죽방렴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관련 자원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신청서를 작성해 왔으며, 3월 중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 등재 결정은 1년∼1년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농업시스템, 하동 전통차 농업시스템, 금산 전통 인삼농업 시스템 등 농업분야 4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어업분야에서는 제주 해녀어업 시스템이 2018년 12월,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2020년에 등재를 신청한 뒤 심의가 진행 중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여부는 GIAHS 기술위원의 서류평가와 현장방문, 세계중요농업유산 집행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장충남 군수는 "남해 죽방렴 어업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세계가 지키고 보존해야할 가치 자원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어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게 일궈가야 한다"며 "남해-여수 해저터널 개통과 더불어 전개될 남해안관광시대에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전통어업 유산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새로운 킬러 관광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