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아쉬움 속에 저물어간다. 이제 이틀 후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새해 아침이 밝아온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에 토끼와 관련된 지명은 158개에 달한다. 섬 명칭도 19개나 되는데, 섬의 형상이 토끼를 닮았거나, 예전에 토끼를 키웠던 곳이나 토끼와 관련된 설화와 관련된 섬 등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를 맞아 토끼와 연관된 한적한 섬을 찾아 토끼가 상징하는 ‘만물이 성장하고 번창하는 한 해’를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국의 토끼 관련 섬들 중에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토끼섬’ 세 곳을 정리했다.
1. 화성 토끼섬(매박섬)
- 매박섬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국화리에 위치한 섬으로 국화도의 일부다. 예전에 토끼를 방목한 적이 있어서 토끼섬으로 불린다. 화성 궁평항에서 여객선으로 45분 거리에 있다. 면적은 1만 9444㎡이고 남북의 너비는 530m, 동서의 너비는 60m에 불과하다. 모섬인 국화도는 본섬과 북쪽의 매박섬, 남쪽의 도지섬을 포함한 총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난 섬이란 뜻과 조개의 껍질인 조가비가 국화처럼 닮았다고 해서 국화도라 부른다. 본섬에서 매박섬과 도지섬을 연결하는 모세의 길이 하루에 두 번 열린다. 매박섬은 국화도 본섬에서 500m쯤 떨어져 있어 썰물 때 건너갈 수 있다. 이 바닷길에는 바지락, 대수리, 고둥과 같은 각종 조개류가 많이 서식한다. 국화도는 서해에서 드물게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맞이 전망대에서는 국화도 앞바다 일대를 조망하고 밀물 때 토끼섬으로 가는 길이 밀물에 서서히 지워지는 이색적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2. 사천 비토섬
- 비토섬은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2.975㎢이고 146세대 467명이 거주하고 있다. 1992년 비토연륙교가 준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되어 차량이 통행한다. 비토섬은 날아오르는 토끼를 닮았다고 해 ‘날 비(飛)’에 ‘토끼 토(兎)’를 쓴다. 섬 모양이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를 가졌다 해서 비토섬이라 이름 붙기도 했지만, 토끼의 간을 찾으러 간 거북 이야기인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어 비토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비토섬의 별주부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 결말이 약간 다르다. 육지로 돌아오던 토끼가 월등도 앞바다에서 달빛에 반사된 섬 그림자를 육지로 착각해 자라 등에서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생겨났다. 토끼를 놓친 별주부도 용왕으로부터 벌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어 거북섬이 됐다. 집에서 남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토끼 부인은 죽어 목섬이 됐다’는 내용이다.
비토섬은 꼬불꼬불 리아스식 해안과 하루에 두 번 드러나는 갯벌, 그리고 그 위의 다양한 생명들이 경이로움을 전한다. 서정적이면서 향토적 전통 어촌의 분위기를 전하는 비토섬은 갯벌을 터전으로 삼는 초록빛 감태 서식처다, 밀물이면 햇살에 눈부시게 출렁이는 푸른 바다, 썰물의 갯벌 또한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며 그 생명력을 자랑한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어촌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어디에서나 조망되는 황홀한 일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상에 젖게 한다.
3. 제주도 토끼섬
-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굴동포구 해안에서 동쪽으로 50m 해상에 있는 무인도이다. 면적은160㎡이고 해안 주변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내륙 쪽은 모래가 20~40㎝ 두께로 덮여 있다. 약 960평의 면적에 백사장과 10여m 높이의 현무암 동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조 시에는 걸어갈 수 있고 만조 시에는 백사장과 동산이 분리되고 또한 육지부와도 분리된다. 제주 토끼섬은 우리나라 유일의 문주란(文珠蘭) 자생지로, 1962년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었다.
토끼섬이라는 이름은 6~8월 개화기에 섬 전체가 하얗게 덮여 멀리서 바라보면 토끼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됐다고 알려진다. 문주란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상록 다년생초로서 60~70㎝ 높이까지 자라는데 봄에 파랗게 새잎이 돋아나고 7월 말쯤부터 백설같은 꽃을 연달아 피워 9월까지 온 섬을 하얗게 물들이며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꽃이 필때면 그 향기가 먼 곳까지 퍼진다고 해서 ‘천리향(千里香)이라고도 불린다. 이 섬에는 문주란 이외에도 해류산포 식물인 해녀콩이 자라고 있으며 갯메꽃, 갯금불초, 갯까치수영, 갯방풍 모래지치 등 해안사구식생을 이루는 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