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가장 최근까지 북극에 존재했던 고 빙하가 사라지는 과정을 복원해냈다. 점진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기존 학계 주장과 달리 빙하가 최소 2번 이상 멈추거나 오히려 증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극 스발바르 군도와 바렌츠해 대부분은 지구가 마지막 최대빙하기를 보낸 2만300~1만9000년 전까지 빙하로 덮여 있었다. 이후 빙하는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스발바르 군도의 57%만 빙하로 덮여 있다.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 연구팀과 노르웨이 트롬소 북극 대학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2017년 스발바르 군도 북부의 대륙붕에서 시추로 취득한 퇴적물을 분석해 지난 1만6300년의 기록을 복원했다. 퇴적물에는 과거 빙하의 역사가 담겨있다.
복원 결과, 감소하던 빙하는 2차례 후퇴과정이 멈추거나 오히려 다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빙하기 이후 가장 추웠던 때로 알려진 하인리히 한냉기(Heinrich stadial), 올더 드라이어스기(Older Dryas)와 시기적으로 일치했다.
빙하가 사라질 때 지역별 차이도 새롭게 드러났다. 스발바르 군도 서북부에 존재했던 빙하는 동북부에 비해 최소 1000년 이상 빠르게 후퇴했는데,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북대서양 해류 유입의 영향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빙하가 멈추거나 확장했을 때, 퇴적물에 있는 네오디뮴(Nd) 동위원소 성분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으며,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특징을 활용해 연구지역 빙하의 세부적인 움직임을 분석해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북극 스발바르 피오르드 지형변화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국제 저명 학술지인 글로벌 앤 플래네터리 체인지(Global and Planetary Change)紙 (제1저자 장광철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에 4월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책임자인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온난화로 최근 극지방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빙하와 환경변화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마지막 빙하기 이후 북극에서 사라진 빙하를 추적하는 연구를 앞으로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