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서울에서 선유도로 향했다. 세계 최장 방조제인 33.9㎞의 새만금방조제에 진입하자 장시간 운전의 피로감이 사라졌다. 바다를 가로질러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행운이요 축복이다. 쾌청한 봄날이다. 섬 여행길의 최적의 조건은 바람과 안개가 없는 것이다. 그래야 선박 운항이 가능하고 섬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청정바다의 풍경들을 제대로 감상하고 렌즈에 담을 수 있다.
선유도는 군산에서 남서쪽으로 40.2㎞ 떨어져 있다. 신시도에서 고군산대교를 건너 무녀도, 무녀도에서 다시 무녀대교를 건너 선유도에 도착했다. 선유도는 남서쪽 장자도와도 다리로 연결됐다.
선유도 앞 바다에는 말도, 명도, 방축도, 횡경도 등 고군산군도 섬들이 점점이 펼쳐진다. 선유도는 경치가 아주 아름다워 ‘신선이 놀다 간 섬’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군산도라 불렸던 섬유도는 가장 높은 봉우리 형태가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선유도라 불렀다고 한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중심 섬 중 하나다. 고려 때 최무선이 왜구와 전투에서 승리한 진포해전 기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함선의 정박기지이자 해상요충지였다. 충무공은 임진왜란 이 끝날 무렵인 1597년 9월 21일 명량해협 울돌목 승리 후 지친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 선유도에서 11일 동안 머물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선유도는 면적 2.13㎢, 해안선 길이가 12.8km다. 망주봉은 최고 높은 봉우리로 해발 152m. 신시도 쪽에서 선유도로 향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첫 장면이다.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산은 선유도를 향하는 여행자들에게 그 신비와 위엄을 강하게 풍긴다.
망주봉 지명은 간신들 모함으로 귀양 온 신하 부부가 다시 불러주겠다는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린 임금을 그리워하며 매일 바위산에 올라 한양을 바라봤다는 데서 유래했다. 북쪽의 큰 바위는 남편바위, 옆의 작은 바위는 아내바위라고 부른다. 여름철 큰 비가 내리면 망주봉에서 여러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루는데 이 풍경은 선유8경에 속한다.
망주봉과 진말 사이 바다에 모래톱이 있고 지금은 고사한 한 그루 팽나무가 있었는데 바다에 잠긴 백사장 모습이 마치 기러기가 앉은 형상이라고 해서 ‘평사낙안’이라고 부른다. 이 또한 선유8경 중 하나다.
선유도는 이런 봉우리를 중심으로 낮은 구릉지가 많다. 그 구릉지 아래 마을이 형성돼 있다. 이런 구릉지와 바다를 잇는 걷기 코스와 해안선 테크시설이 잘 갖춰졌다. 적당한 거리에 남도음식집, 아름다운 전망의 펜션과 민박이 들어서 있다. 그렇게 섬과 섬사람, 여행자가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
식당과 민박에서 마주하는 갓 잡아온 싱싱하고 푸짐한 수산물은 남도밥상의 진가를 실감케 한다. 식당에서 쉽게 접하는 어종이 노래미, 우럭인데 구이와 고급횟감으로 인기다. 단백질이 풍부해 탄력이 좋고 맛이 담백하다.
선유도해수욕장은 ‘선유8경’ 중 제1경이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전국 해안누리길 중 고군산길(구불8길)이 시작 지점이다. 선유8경은 선유해수욕장 명사십리, 선유낙조, 삼도귀범, 평사낙안, 망주폭포, 명사십리, 장자어화, 월영대. 8경 중 5경이 선유도에 있다.
선유도해수욕장은 예로부터 해당화와 소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 명성에 맞게 현재 해변 모습도 원두막 쉼터와 산책길이 잘 조성돼 이국적 풍경, 치유공간으로 여행자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 정갈한 모래로 단장된 해변 길이는 1.5km, 폭은 200m.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서 가족 피서지로 제격이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낙조가 일품인데 선유8경 중 하나다. 백사장 오른쪽에 무인도 솔섬과 연결된 테크다리도 볼거리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바다낚시,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짚라인 등 다양한 체험여행을 안내하는 관광안내소가 있다. 샤워장, 화장실, 방갈로, 이동파출소, 보건소, 우체국, 간이상수도, 식당가, 숙박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해수욕장 옆에 갯벌체험장이 있다. 갯벌이 평탄하고 아주 넓다. 수도권 서해안 갯벌은 간만의 차이가 커서 갯벌이 깊게 패인 데 반해 선유도 갯벌은 평탄하고 깊지가 않다 안전한 체험이 가능하다. 갯벌에 그물을 쳐 물고기잡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썰물 때 맛 조개, 바지락, 모시조개, 소라, 농게, 달 랑게 등을 잡을 수 있다.
선유도는 대부분 사빈해안으로 중앙에 사주와 간석지가 넓게 펼쳐진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데 연근해에서 멸치, 조기, 바지락, 새우, 꼴뚜기, 주꾸미 등을 잡고 김 양식을 한다. 갯벌 등 해양체험 프로그램은 어촌계에서 직접 운영함으로 하룻밤 머물면서 어민들 삶과 섬 체험을 병행하면 더욱 생동감 있는 체험여행 길이 될 것이다.
해수욕장 뒤 선유3구 어항마을 방파제도에 기도등대가 있다. 공식 명칭은 선유도항방파제등대.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9년 이달의 등대로 선정한 기도등대는 AR체험이 가능한 등대로 써 QR코드를 스캔해 소원등대 앱을 설치하면 다양한 등대정보와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기도등대는 선유도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항해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두 손을 모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방파제등대 앞에 서면 섬 왼쪽에 하얀 등대가 서 있는 횡경도가 정면으로 보인다. 아스라이 보이는 섬 풍경이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선유도 주변 큰 섬 중 유일한 무인도다.
횡경도는 아름다음과 기묘함을 자랑하는데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섬이기도 하다. 선유도로 들어오는 고군산열도 거센 파도를 먼저 맞는 횡경도는 선유도의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선유도 3구에는 선유도 일대 섬들을 둘러보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선유1구에는 옥돌해변이 있다. 아주 조용한 어촌으로 한적한 시간여행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마을에 머물며 산자락에서 쑥과 갓을 캐고 해변에서 해초류를 뜯거나 고둥을 잡을 수 있다. 방파제와 해변은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고 바로 앞 바다에 출렁이는 말도, 명도, 방축도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는 섬끼리 다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걷기, 드라이브, 자전거, 트래킹 등 다양한 레저여행이 가능하다. 자전거 여행의 경우 선유도~~장자도~대장도 코스, 선유도~무녀도 코스는 1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쉬엄쉬엄 구석구석 즐기고 싶다면 이들 섬들 둘러보는 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승용차로 이동하면 시간이 당연히 단축되지만 다리 위나 포구 등 주정차금지 구간이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유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당진상주고속도~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동서천분기점~군산IC군산~호덕교차로~개정교차로~비응항~신시도~고군산대교~무녀도~선유대교~선유도 코스다.
대중교통은 고속버스의 경우 센트럴~군산고속버스터미널 코스다. 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 8, 9번, 85번 버스~비응항 하차~99번 2층 버스~선유도. 기차의 경우 용산역~군산역. 용산역 직통열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천안에서 환승하여 군산역에 도착한다. 군산역에서 7번, 83번 버스~비응항 하차~99번 2층 버스~선유도 코스다.
문의: 군산시 관광진흥과(063-454-3304), 고군산군도 관광안내소(063-465-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