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친 일상, 그러나 우울함에게 결코 길을 내주지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히려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마음은 더 가볍고 내 영혼을 살찌울 것이다. 그렇게 나를 단련하고 반추하는 길은 여행만한 게 어디 있으랴.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면서 동해로 떠났다. 잘 닦인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고 이따금 승용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파도를 향해 가슴을 활짝 열었다. 해안선을 따라 홀로 걷고 또 걸으면서 찌든 일상을 털어내기에는 해안선 기행만 한 것도 드물게다. 특히 동해북부는 지극히 한적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심신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직도 곳곳에서 마주한 철책 앞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을 실감했다. 거친 겨울바다를 헤치며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과 포구에 장작불을 켜놓고 그물코마다 고기를 따내는 어부들 곁에서 용기와 희망을 읽었다.
사람들은 동해안에는 섬이 없는 줄 알곤 하지만 해안선 구비마다 마주치는 무인도와 기암괴석은 겨울 나그네에게 말을 건네는 동무가 되고 낭만과 추억의 대상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거진항과 등대를 찾았다.
강원도 고성군은 면적이 664.55㎢, 종전 664.34㎢에서 미복구토지 확정측량 등으로 넓어진 셈이다. 고성군은 간성읍과 고성읍 등 2개 읍 소재지가 있는데 간성읍은 180.2㎢, 거진읍은 76.77㎢이고 현재 6288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거진읍에 있는 거진항은 동해안 최북단 최대 항구다. 38선 이북에 위치한 국가어항으로 전국 명태 어획량의 60%를 출하한다. 어부들은 동해 민간인 통제선 근처까지 가서 고기를 잡는다. 명태 외에도 청어, 도루묵, 새치, 양미리, 오징어 등 연안 어종이 아주 풍부한 편이다.
거진항 위판장에서는 싱싱한 도루묵과 양미리, 명태 등을 싼 값에 살 수 있고 주변 횟집에서 생태찌개, 도루묵찌개, 양미리 구이 등 이 지역만의 독특하고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동해북부 어업전진기지인 거진항은 최근 농수산물가공처리시설을 주축으로 명태웰빙타운 조성, 거진항을 거점으로 수산기능과 관광·상업 기능을 겸비한 복합어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거진’의 지명은 약 500년 전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들렀다가 산세를 훑어보니 클 ‘거(巨)’자와 같은 형국이며 거부장자(巨富長者)가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거진항은 1940년대까지 원산, 부산 간 여객선의 기항지였다. 1925년부터 1945년까지는 동해북부선철로의 거진역도 있었다. 거진은 농산물과 해산물의 집산지였다. 황금어장에서는 겨울에는 명태, 여름에는 등잔불 켜고 오징어를 떼로 잡았고 가을에는 멸치잡이 배들이 북적였다.
거진등대는 그 영화로운 시절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보는 산증인으로써,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안절벽 위에 하얗게 솟아 있다. 거진등대는 휴전선에 가장 가까운 유인등대로써 1965년 첫 불을 밝혔고 등대 불빛은 57km 해역까지 가 닿았다. 그렇게 성어기에 몰려든 500여척 어선들의 안전항해와 어로작업, 군인들의 해상경비를 도왔다. 이듬해 3월에는 안개가 낄 경우에 소리로 울려주는 무(霧)신호 업무도 시작했다.
등대원이 철수한 거진등대는 현재 대진등대에서 자동원격제어와 감시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거진등대는 그 시절 어부들과 거진항 사람들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해맞이공원으로 재단장해 시민과 여행자들의 힐링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등대 주변은 삼림욕 코스와 체력단련시설이 잘 마련돼 있고 연말연시에는 해맞이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거진항방파제등대는 1965년 12월 23일 첫 불을 밝힌 후 지금까지 역동적인 어부들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 거진항방파제에서는 돔, 가자미, 노래미, 숭어, 황어 등 다양한 어종의 낚시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해수욕도 가능하다.
거진항에서 해안도로 구간까지는 겨울철 도루묵 통발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입질이 탁월하고 원투낚시로 열기와 감성돔 입질도 좋은 편이다. 이 해안도로 구간에는 사계절 차박 등 캠핑과 낚시를 즐기는 이색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고요한 해변에서 마주하는 망망대해 동해풍경만으로도 야영을 즐기는 충분한 이유이다.
방파제 북쪽해안에는 촛대바위, 무당바위, 미륵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거진1리의 이 조용한 해변은 앞바다 하얀 섬과 주변의 독특한 갯바위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150m 자갈밭과 바다의 풍부한 해산물과 한적한 해안선은 홀로여행, 연인・가족 여행자에게 최적의 환경조건이다. 이 일대 해역에는 수산물이 아주 풍부해서 이 마을에는 해녀와 함께 해남도 활동한다.
다만 다른 해변과 달리 백사장이 아닌 자갈밭과 바위로 이뤄져 여름 해수욕 때는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1988년 7월 10일 개장 후 매년 군부대 협조를 얻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해변인데 그 절경만은 손꼽을 정도다.
이 해안도로는 화진포로 연결되고 화진포에서 다시 대진등대, 통일전망대 등 최북단 동해로 가는 길이다. 거진항은 가진항에서 시작된 해파랑길 48코스 마지막 지점이면서 해파랑길 49코스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거진항에서 이 해안도로를 따라 김일성별장~대진항~통일전망대까지 12㎞ 코스로 이어진다.
최근 조용한 해변을 찾는 여행 트렌드로 인해 동해안 관광수요도 증가하는 경향이다. 화진포해안관광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높아지고 거진 해안길은 또 다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거진 11리 해변은 거진읍과 가장 가까운 동남쪽에 바다다.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해안이다. 1983년 7월 10일 개장돼 해변과 백사장이 사계절 운영되는 곳이다. 인근에 숙박시설, 민박, 상가들이 잘 갖춰져 여행자들이 즐겨 찾고 해변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열린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축제가 명태축제. 통일을 염원하는 거진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매년 겨울에는 ‘통일명태와 떠나는 4GO 여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름하여 고성통일명태축제다. 축제는 명태 기원제, 거리 퍼레이드, 통일콘서트, 불꽃놀이, 바다 보며 명태요리를 즐기는 만원의 행복, 명태 음식 전문 푸드코트, 가을바다의 낭만이 가득한 명태 포차거리, 명태 화로구이터, 명태요리 이벤트, 행운의 통일명태를 찾아라!, 낚시보다 짜릿한 활어맨손잡기 체험, 어선무료승선 체험, 명태다이빙 대회, 군장병 통일명태 씨름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고성군은 최근 거진항 어촌관광체험마을 활성화를 위해 백섬경관 해상데크를 개방했다. 거진항 백섬 경관 해상데크를 시작으로 어촌체험마을 프로그램, 어촌체험존, 백섬 연계 산책로, 포토존, 소공원, 조명시설 등을 조성해 여행명소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백섬 경관 해상데크와 연계한 해수욕장, 투명카누, 스노클링 등 여행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거진항의 역동성이 더해지고 어민들의 소득증대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고성군 함명준 군수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등대공원과 거진항, 백섬을 아우른 어촌관광체험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어업과 관광을 접목한 해양레저관광 시설물과 통합 콘텐츠를 개발·조성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거진항으로 가는 길은 자가용의 경우 서울~남양주~홍천~인제~원통~진부령~간성~제2영동고속국도~양양~속초~간성~거진항 코스이고, 버스의 경우 동서울터미널~간성, 거진, 대진 방향~거진시외버스터미널 하차~1.6㎞ 거리에 거진항이 있다. 문의: 고성군 관광지원팀(033-680-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