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옹진군 북도면 신도・시도・모도 '삼형제 섬'

당일치기나 하룻밤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제격인 한적한 섬
박상건 기자 2020-10-28 07:31:21

옹진군 신도・시도・모도는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 당일치기나 하룻밤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제격인 한적한 섬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가을여행하기 좋은 섬 베스트9’, 행정자치부가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종도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신도・시도・모도는 나란히 해풍과 물길을 막아주는 모양새다. 정부가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해 추진 중인 ‘영종∼신도 평화도로’ 프로젝트에는 영종도에서 출발한 남북 교통망을 연결 첫 섬이 신도다. 그렇게 서해안 시대 섬 발전 진흥의 도화선이 되는 섬이다. 

신도 선착장과 도선


옹진군 북도면은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 4개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섬으로 가는 배는 영종도국제공항 옆 삼목항에서 출항한다. 북도면은 고려 때 강화현에 속했고 조선시대는 넓고 비옥한 목초지대에서 말을 사육하는 국영목장이 있었다. 섬들의 대표 농산물은 당도가 높은 포도, 단호박, 고구마를 꼽고 수산물은 상합, 바지락, 굴 등 조개류다. 

신도・시도・모도의 전체 면적은 10.19㎢. 해안선 길이는 16㎞이다. 10월 현재 인구는 신도 가 364세대 670명, 시도 22세대 378명, 모도 67세대 112명 등 총 1160명이 거주한다. 신도·시도·모도 3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삼목항에서 배를 타면 신도까지 10분 소요된다. 신도는 조선시대부터 소금을 제조했던 섬으로 ‘진염’라고 불리다가 섬사람들의 순박함과 성실성이 회자돼 믿을 신(信)의 신도로 고쳐 불렀다. 

자전거여행자 행렬


도선이 도착하는 선착장에는 승용차를 선적해 입도하는 사람과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많다. 여행자들은 섬 안으로 여행길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여행을 마친 후 배 시간을 기다리는 쉼터로 첫 번째 카페를 이용하곤 한다. 여행자들이 한 호흡 고르면서 창밖의 바다를 감상하거나 목을 축이기에 좋은 분위기 있는 쉼터다. 여주인장은 손수 뜨개질로 만든 소품들을 인터리어를 꾸몄다. 테라스에서 섬 분위기를 느끼기거나 포토존으로도 좋다. 

3개 섬은 연륙교로 이어져 걷기, 자전거, 드라이브 여행이 모두 가능하다. 걷기 여행길은 신도선착장-구봉산등산로-임도사거리-신시도연도교-해당화꽃길-수기해변-시모도해변-모도리 공원까지 9.5㎞ 구간으로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에 해당한다. 자전거 여행길은 신도∼시도∼모도 해변과 임도를 낀 15.6㎞ 구간이다. 이들 구간은 서해바다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낙조와 갯벌체험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창밖의 바다


선착장 입구에는 자전거, 전동바이크, 전동킥보드 등을 대여한다. 주인장이 액셀과 브레이크 사용법 등을 즉석에서 쉽게 알려줌으로 특별한 면허나 기술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냥 쉬엄쉬엄 걸으면서 들판 언덕배기나 솔숲 그늘 아래 쉬며 홀로 걷기 삼매경에 빠지거나 연인, 가족끼리 걷기추억 코스로도 좋다. 걷다가 이따금 적당한 거리에서 만나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식당에서 평화로운 들판과 바다를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174m 야트막한 구봉산은 걷기여행과 산악자전거 코스로 인기다. 완만한 경사로 4㎞의 임도가 잘 닦여 있다. 삼림욕에 좋고 산중턱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면서 인천공항과 주변 섬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장봉도 북서쪽과 강화도 서쪽 사이로 지는 일몰 풍경이 일품이다. 해가 지면 인천국제공항 야경도 이국적인 풍경이다. 

신도 맞은 편 장봉도에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 서식지가 있는데 장봉도 서쪽해안으로부터 약 20.5㎞ 떨어진 신도 바위섬에도 번식지가 있다. 노랑부리백로는 섬의 남북 경사진 절벽에서 정상까지 약 200m 범위에서 집중적으로 번식한다. 둥지는 암초나 나무, 풀이 드문드문 자라는 곳에 있다. 멸종위기종의 번식지 섬이라서 의미가 있고 우리나라 최대의 괭이갈매기 번식지 중의 하나여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신시교


신도에서 시도로 가는 길은 2005년에 연륙교를 이어졌다. 579m 길이의 다리 주변 바다에서 는 선상낚시가 가능하고 포구에서 망둥어, 우럭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저녁 무렵 일몰과 연륙교 야경도 볼거리다. 

시도에는 면사무소와 우체국이 있고 바닷가 쪽에 염전이 있다. 고려 말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강화군 마이산에 군대를 배치해 군사를 양성하고 훈련했는데, 당시 시도를 목표로 활쏘기 연습을 했다고 해서 활시(矢)자를 써서 시도라고 부른다. ‘살섬’이라고도 부른다. 

해안누리길


뚝방길 따라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 해당화 나부끼는 ‘해당화 꽃길’, 중간 중간의 숲길, 염전을 걸어가면 수기해변이 나온다. 작은 솔숲 아래서 무심한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보고 지난 추억을 소환하는 일, 그렇게 무상한 세월을 음미하기에 좋은 해변이다. 그런 여유와 여백의 시간을 보내기에 한적한 바닷가다. 해수욕에도 조개잡이에도 좋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 물놀이 장소로 좋고 희고 고운 백사장과 솔숲 풍경이 잘 어우러졌다. 

시도에서 모도를 잇는 연육교는 2002년에 세워졌다. 해가 지면 가로등 불빛이 바다풍경과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막내 섬 모도는 신도에서 출발한 버스종점 섬이다. 조선 말엽 1875년경 김포군 통진에서 살던 차영선이 고깃배를 타고 모도 앞에서 조업 중에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만 어망에 걸려 들어와 조업을 못한 채 이 섬에 정착하면서 띠모(茅)와 섬도(島)자를 써서 모도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띠는 푸른 해초류 일종인 풀뿌리 ‘잘피’를 말한다. 최근 해외 논문에서 잘피가 해저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그중 10%가 영양분을 만들며 나머지는 해저 수 미터(m) 아래 모래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국 잘피는 바닷물을 정화하고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모도


이런 잘피가 잇따른 바다 준설 작업과 수질악화로 해마다 전 세계 군락지 1.5%가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연안의 갯녹음(백화) 현상이 심하고 수산생물 서식지와 물고기 산란장이 감소가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면서 잘피숲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잘피는 남해안에서는 ‘진질’이라고 부른다. 해초류 밑뿌리는 아주 연하고 달디 달아 80년대 전후 섬마을 아이들은 이를 즐겨먹었고 그물을 털며 걸린 잘피는 바닷가에 쌓아두었다가 퇴비로 사용하곤 했다. 

점심은 아들과 모도 포구 작은 식당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소라 삶은 것과 푸짐한 해물밥상을 맞았다.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과 쫄깃쫄깃한 해산물 식감에 반해 현지에서 소라와 동죽을 한 바구니 샀다.

갯바위 낚시


해안누리길 황금들녘의 한 팻말에 눈길이 머물렀다. 모도는 원래 간척지가 없었는데 1982년 모도의 한 소녀가 청와대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내무부장관은 모도 순시 후 주민들과 간척사업을 논의했고 1984년 400m 제방을 쌓아 8ha의 농경지가 조성되었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개구리 울음도 들렸다. 

배미꾸미 해변은 ‘모도와 이일호’라는 조각공원이 볼거리다. 한 조각가의 작업실 겸 전시 공간 잔디밭에는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조각품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3개의 섬에는 숙박시설이 넉넉하게 마련됐다. 신도에 30여개, 시도 20여개, 모도에 10여개가 있다. 짧은 여행 일정으로 작은 섬에 머물기에 모자람 없고 전통과 현대를 잘 버무려진 편의시설이 있다. 

섬으로 가는 길은 인천대교 고속도로 송도IC에서 삼목지하차도로 진입하거나, 영종도신공항에서는 승용차로 삼목선착장까지 10분이면 도착한다. 지하철 공항철도 운서역과 동인천역에서 버스가 운행되기도 한다. 문의: 북도면사무소(032-89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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