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도는 한반도 최남단 완도군에 소속된 인구 3,964명의 큰 섬이다. 완도 본섬에서 동쪽으로 28.8㎞ 해상에 떠있다. 면적은 18.9㎢, 해안선은 106km. 본디 평일도라고 불렀는데 “평안하고 온화한 날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그러다가 1980년 인근의 생일도와 합쳐서 읍 단위의 섬, 금일도로 승격됐다.
금일도 바다 양식장에는 온통 미역과 다시마, 톳 줄기가 검붉은 물결로 출렁인다. 알긴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다시마는 금일도 사람들의 주 소득원이다. 전국 다시마의 80%가 이 섬에서 생산된다. 다시마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잎이 녹아 버려 영하 10도 이하로 수온이 내려가야만 수정이 가능하다. 그렇게 세포가 형성돼 부드러운 줄기로 자라 다시 허물벗기를 2년 동안 반복한 후 수확한다. 금일도는 이런 천혜의 해양조건을 타고났다.
겨울이면 전국 어디로 떠나든 한파 영향으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금일도는 여행자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해안선은 포물선을 그리며 섬마을을 보듬고 있다. 그래서 금일도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호수 같고, 섬 이름처럼 평안하고 온화하다. 이따금 겨울 군고구마의 속살처럼 여행자의 가슴을 녹여주는 또 하나의 풍경이 있다.
어부들이 다시마 양식장에서 이따금 언 손을 부비거나 입김을 불어주면서 다시마 줄기를 걷어 올리는 삶의 현장이다. 어부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후손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겨울바다를 헤친다. 어부들이 작은 배와 한 몸이 되어 출렁이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산다는 것은 그 무엇을 위해, 그 누군가를 위해 뜨겁고 푸르게 출렁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 양식장의 분주한 채취기 기계음이 멎은 가 싶으면 다시 저편 어선에서 일손을 주고받는 아우성 소리가 파도와 함께 아침바다의 적막을 깨우곤 한다. 겨울바다에서 이런 삶의 풀무질 소리를 엿들을 수 있는 것은 섬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금일도는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한 박자 한 호흡으로 출렁이며 공존하는 휴머니즘의 바다를 연출했다.
뭍에서 농부들은 가을이 수확기이지만 섬에서 어부들은 겨울철이 가장 바쁘다. 찬 바다를 차고 돌리는 동력선 스크루처럼 온 마을 사람들은 정신없이 분주하다. 해안길마다 골목길마다 죄다 역동적이다. 그렇게 일하는 행복이 구석구석에 배인 겨울바다는 언뜻, 겉으로는 쓸쓸해 보이지만 속살은 뜨겁고 정겹다. 어부들은 씨 뿌리는 만큼 거둘 수 있는 바다에 감사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어촌에 어스름이 밀려오면 어부들은 귀항하고, 집집마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온 구들의 등허리를 달궈준 후에 허공으로 기지개를 펴며 흩어지는 굴뚝연기처럼 어촌의 밤은 그렇게 평화롭고 따스하게 깊어갔다.
금일도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은 235m의 망산이다. 푸른 바다에 올망졸망 모여 출렁이는 섬과 바다에 수놓은 듯 미끄러져 가는 배 몇 척과 색색의 양식장 부표들은 한 폭의 수채화다. 여기에 환상의 노을이 한 점 내려앉으면 화룡점정이다.
월송리 해송림도 가볼만한 곳이다. 소나무 위로 떠오르는 달이 너무 아름다워 월송이라고 불렀다. 200~300년 된 소나무 2,000그루가 1.2km 해안선에 줄지어 서서 해풍을 막아준다. 해수욕장과 삼림욕장, 사색하며 걷는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금일해수욕장은 금일명사십리라고도 부르는 금일도 대표 해수욕장이다. 해안선이 2.8km에 이르는데 수심은 1m 내외이고 경사가 완만해서 가족단위로 찾기에 좋다. 간조 때 갯벌이 드러나지 않아 물이 맑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소라 등 조개를 주울 수 있다. 백사장 뒤로 소나무가 우거져 쉼터로 그만이다.
금일도는 대륙붕이 발달한 청정해역으로 해초류와 어족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금일해수욕장 앞으로는 수많은 무인도들이 펼쳐지는데 섭도 부도 다랑도 등 해역은 금일도의 유명한 감성돔 포인트이다. 그 가운데 섭도는 강태공들이 여름철이 자주 찾는 포인트인데 대물 감성돔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흥군 녹동항과 풍남항에서 낚싯배를 이용한 강태공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는데 이 지역은 수심이 깊은 직벽 암반지대와 수심이 얕은 여 바위섬들이 잘 조화를 이뤄 감성돔들이 집단 서식하기 때문이다.
동백리와 사동리를 잇는 해변에는 해당화공원이 있다. 해당화공원 벤치나 백사장에 앉아 수평선을 조망하거나 우측 산 너머로 지는 노을 풍경 포인트다. 동송리에는 바다를 건너는 거북이 모습의 거북섬이 있고, 용형리에는 해안동굴인 용굴이 있다. 동굴 속으로 밀려가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인상적이다.
해당화 해변 주변 바다에는 갯바위에 유난히 푸른 파래들이 뒤덮여 있다. 파래를 채취할 수 있고 낚시도 즐길 수 있다. 금일 해당화 해변에서는 매년 피서철에 비치발리볼대회, 금일다시마축제 등 문화체육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기도 한다.
배편 문의: 당목항(약산금일농협 061-553-9085) 녹동항(평화해운 061-843-2300)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