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남극 빙하 1200억 톤 사라지다

유실 빙하 70%는 서남극…극지연구소,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박상건 기자 2024-12-18 12:28:47
남극의 빙하는 지난 18년간 매년 약 1200억 톤이 사라졌다.(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스웨이츠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하 등 서남극 빙하 두 곳에서 유실되는 얼음이 매년 줄어드는 남극 얼음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18년간 매년 1200억 톤의 빙하가 남극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그동안의 국제 공동연구 등으로 밝혀졌지만, 그동안 현장 활동의 제약과 원격탐사자료의 낮은 해상도로 지역별 빙하량 변화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 이원상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위성정보의 공간해상도를 높이고 얼음 질량 분석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남극 내 88개 빙하의 얼음량 변화를 추적했다. 

공간해상도는 기존 300km에서 30km로 10배 향상됐는데, 지도에서 우리나라를 구별하는 수준에서 서울시를 식별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진 셈이다.

2002년부터 2020년 까지 발생한 남극 빙하량 변화(자료=극지연구소 제공)

연구 결과, 2002년 이후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와 파인아일랜드 빙하(Pine Island)에서 연평균 845억 톤의 얼음이 집중적으로 유실된 것을 확인했다. 두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남극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나 그 유실량은 남극에서 매년 사라지는 얼음량의 70%에 이른다.

기후모델을 활용해 얼음량 변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서남극 스웨이츠, 파인아일랜드 빙하에서 줄어든 양의 90% 이상은 바다로 배출된 얼음 때문이었다. 반면, 동남극은 강설량이 늘면서 매년 약 500억 톤의 얼음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얼음량 변화는 강설량과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얼음 배출량으로 결정되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지역별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남극 빙벽 앞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지형과 빙하 특성 등 원격탐사로 알기 어려운 현장정보를 추가로 얻기 위해 향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사업(연구책임자: 이원상 책임연구원)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9월호에 주목할만한 논문(press interest)으로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는 남극 빙하량 변화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게 되었다. 미래 예측 시뮬레이션 연구를 병행하여 빙하량 변화와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원 그래프 설명: 2002년부터 2020년 까지 발생한 남극 빙하량 변화. 남극 빙하 손실의 상당수가 파인아일랜드 빙하와 스웨이츠 빙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의 크기는 지역별 빙하량 증감 정도를, 원그래프는 빙하량 증감에 대한 얼음 배출량 (짙은 색)과 강설량 (옅은 색)의 기여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파인아일랜드 빙하와 스웨이츠 빙하에서 발생한 빙하 손실의 대부분은 얼음 배출량 증가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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