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가 입맛 없는 여름철 식탁에 등장했다. 입추가 지나면 ‘여름 햇전어’가 출하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맞춰 지역마다 전어 축제도 열린다.
햇전어는 육질이 연하며 뼈째로 먹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을 실감한다. 태풍으로 지난 10일 개막식을 취소한 사천시는 13일까지 ‘제20회 사천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를 3일간으로 일정을 축소해 진행한다.축하공연, 노래자랑 등 가무 행위는 중단한 대신에 전어 무료시식회, 전어 할인 판매, 소비 촉진 행사 등 지역 수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태풍도 피하지 못한 삼천포항 전어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은 뭐니뭐니해도 싱싱하고 맛깔스러운 전어회와 전어무침, 전어구이 맛보기다. 여행자들은 삼천포 전어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경상남도와 사천시가 후원하고, 사천시전어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철 햇전어를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제공한다는 점. 햇전어는 뼈가 부드럽고 육질이 연해 전어회나 전어무침으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같은 기간 열릴 예정이었던 하동군의 술상 전어축제는 잠정 연기됐지만 술상 전어의 명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축제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전어 공동판매장이 마련돼 있어 예년과 같이 전어를 판매 중이고 주말이면 붐비던 바닷가 전어 횟집의 싱싱한 전어 향기도 파도소리와 함께 나부낀다.
하동군 관계자는 “축제가 태풍으로 인해 연기됐지만, 올해 전어 작황이 매우 좋아 언제든지 방문하면 고소한 전어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 전어 축제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망덕포구에서 열린다. 광양시의 올해 전어축제는 명소탐방 스탬프 이벤트, 백일장, 전어 가요제, 전어잡기 체험, 전어잡이 소리 시연 등이 열린다.
이밖에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전어 축제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북상해 서천, 웅도, 간월도 등을 거쳐 수도권으로 확대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도 벌써 전어 요리가 등장했다. 광운대 앞 한 전어 횟집에서 때마침 전어회를 놓고 중년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정시열 씨(완국동 모임 회장)는 “이곳 횟집은 사계절 전어 요리를 맛볼 수 있고 대학가라서 가격도 싸다”면서 “고향이 섬이라서 입에 딱 달라붙는 전어회 맛을 잊을 수 없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어 횟집을 운영하는 김일남 사장은 “전어는 큰 뼈를 빼고 나면 버릴 것이 없는 고기”라면서 “뼈째로 썰어서 된장에 발라 회로 먹거나, 숯불이나 연탄불에 굳는 소금구이, 무침, 찜 등으로 먹을 수 있다.”고 전어 먹는 방식을 설명했다.
전어는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두뇌발달은 물론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 전어 요리는 전어회, 전어무침, 전어구이, 전어회덮밥을 꼽을 수 있다.
전어회는 전어요리 중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 고소하고 달콤한 것이 특징. 뽀득뽀득 씹히는 식감이 특이한데 입속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한다. 전어무침은 무와 당근, 양파, 오이 등과 함께 버무린다. 빨간색 회와 시큼한 장맛, 신선한 야채맛이 잘 어우러져 새콤하면서 시원한 맛을 우려낸다. 밥 한공기에 뚝딱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다.
전어구이는 전어를 통째로 구운 것이다. 구수한 냄새가 압권이다. 전어구이는 발라먹는 것보다 통째로 뜯어 먹는 맛이 진정한 식도락. 이 맛을 아는 사람만이 집나간 며느리가 왜 전어 냄새 때문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는지를 새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