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자연스레 꽃잎이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갈수록 더 화려하고 붉게 불타오르는 꽃이 있다. 바로 '맨드라미'다.
맨드라미는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순우리말이다. 꽃의 모양이 닭의 볏을 닮았다고 해서 ‘계관화’(鷄冠花)로도 불린다. 맨드라미는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랜 기간 꽃을 피워 '시들지 않는 열정, 사랑'이라는 꽃말도 갖고 있다.
이런 맨드라미가 남도의 외딴 작은 섬 전체를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고 있다. 전남 신안군 병풍도에는 11.5㏊(약 3만 4,500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13가지 색, 40여 품종에 이르는 맨드라미 270만여 주가 펼쳐져 있다. 꽃송이로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맞먹는 5,500만 송이로 세계 최대 규모다.
병풍도 맨드라미 꽃단지의 규모만큼이나 섬 주민들의 맨드라미에 대한 열정과 애착 또한 놀랍다. 병풍도는 한때 1,000명이던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지금은 300여 명으로 줄었고 나이 많은 어르신만 거주한다. 생계가 막막했던 주민들은 대부분의 논·밭이 황무지로 버려진 땅에 과거 병풍도 염전에서 약효가 있는 소금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맨드라미를 심고 꽃동산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꽃 색깔에 맞춰 마을 지붕을 단장하고, 마을 담장엔 맨드라미 벽화로 장식했으며, 마을 첫 관문인 보기선착장에서 맨드라미 꽃동산까지 4km 구간에 맨드라미 꽃정원을 조성했다. 맨드라미 거리도 10km나 조성돼 있다.
때마침 신안군은 이 병풍도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섬 맨드라미 축제를 개최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 진행되다가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열린다.
병풍도 선착장에서 축제가 열리는 맨드라미 공원까지는 4㎞ 정도. 쭉 이어진 길 위에서 맨드라미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장관이 펼쳐진다. 온몸으로 진한 색을 뿜는 맨드라미에 두 눈이 황홀하다. 어릴 적 흔히 봐왔던 닭 볏 모양부터 촛불 모양, 여우 꼬리 모양 등 다양한 형태와 여러가지 색깔의 맨드라미를 접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 병풍도를 방문하면 추억의 봉숭아 손톱 물들이기, 고구마 수확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과 부녀회원들이 만든 맨드라미 차와 맨드라미 소금도 접할 수 있다. 또 축제 기간 이색 이벤트로 '바람 속 힐링의 붉은 연날리기', 순례자의 섬 및 맨드라미 사진 전시, 붉은 드레스 코드를 찾아라 등을 운영한다. 군은 '붉은 드레스 코드를 찾아라' 이벤트에 참여한 관광객에는 기념품을 제공한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하늘과 바다와 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적을 이루어내고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감동을 주는 힐링의 정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