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삼척항에 새벽 바다에서 돌아온 어선들이 하역 작업으로 분주하다. 오늘은 솜팽이, 메가리, 아귀, 도루묵, 물가자미가 많이 잡혔다. 어획물 중 일부는 미리 대기 중인 활어차로 옮겨지고 일부는 위판장에서 대기한 아주머니들 빠른 손놀림으로 선별 작업이 시작됐다. 이날 현장 상인들에게 인기 어류 중 하나가 전갱이 새끼인 메가리였다. 메가리는 구이, 무침, 볶음, 멸치국물 대용으로 맛집에서 국물육수 비법으로 사용된다. 양식장 사료로도 많이 쓰인다.
삼척항은 외항과 내항에서 어로작업을 한 어선들이 드나드는데, 일제강점기에 삼척·태백지역 탄광이 개발되면서 1976년 무역항으로 지정됐다. 삼척항은 시멘트 수송과 연근해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삼척항은 1983년, 1993년 일본 지진에 의한 쓰나미 영향을 받아 선박과 항구의 가옥이 파손된 후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진해일 침수방지시설을 만들었다.
지진해일 침수방지시설은 진도 7.0 이상의 해저지진이 발생해 동해안에 해일파고 1.0m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할 경우, 수문을 즉각 내려서 삼척항과 항구 주민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 침수방지시설은 이러한 본래 기능 외에도 조형미가 더해져 삼척항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척항에는 3개 부두와 물양장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외항선 2척, 내항선 1113척이 이용했고 연간 하역능력은 869만 4000톤에 이른다.
삼척항에서 바다 쪽으로 880m의 긴 방파제가 뻗어있다. 산책코스와 삼척항의 생동하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코스다. 방파제 끝에 등대가 있다. 삼척항 개항과 함께해온 빨간색 등대의 공식 명칭은 삼척항북방파제등대이다.
이 등대는 1964년 10월 9일 처음 불을 밝혔다. 홍원형콘크리트조로 등대 높이는 10m다. 이 등대는 우현표지로써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 등대를 우측에 두고 항해한다. 우측에 위험 시설물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 등대 맞은편에 삼척항방사제등대가 있다. 백사장에 기둥을 박아 설치한 등대다. 1960년 11월 10일 첫 불을 밝힌 오래된 등대로 백원형콘크리트조로 등대 높이는 10m다. 이 등대는 좌현표지로써 배가 들어올 때 등대를 좌측에 두고 항해한다.
두 개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는 높이와 밝기가 같고 수면에 수평을 이룬 채 14.8km 먼바다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밝기를 자랑한다. 두 개 등대는 4초마다 불빛을 깜박인다. 빨간 등대는 홍색 불빛을, 하얀 등대는 녹색 불빛으로 반짝인다.
삼척항 빨간 등대로 가는 방파제 중간께 LED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삼척항 주변 파도 높이와 풍향·풍속·조류 정보 등 바다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선박의 안전에 도움을 준다.
삼척항은 조선 시대 정라항으로 불리던 천연의 항구였다. 지금도 삼척항을 정라항으로 부른 이유다. 정라항은 조선 때 영동지방 군사기지로 삼척포진이 설치됐다. 삼척항 위에 형성된 어촌이 삼척항의 긴 역사를 이어온 포구마을이다.
이 마을이 정라항 나릿골이다. 나루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나루골’이라고 부르다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해방 후 삼척항은 멸치, 청어, 대구, 정어리, 오징어, 명태 등 수산물이 넘쳐났다. 1930년대 정어리 가공공장이 세워질 정도였고, 정어리 기름으로 비누와 양초를 만들어 사용했다.
1970~80년대는 노가리와 오징어가 항구에 산더미처럼 쌓일 정도였고 나릿골 마을은 오징어 덕장으로 장관을 이뤘다. 먹고 살기에 부족할 것 없던 삼척항에 전국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나릿골 움막 같은 공간도 세 놓고 살 정도였다.
최근 나릿골은 삼척 대표 해양관광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해양문화 콘텐츠로 그 시절 포구마을을 재현해 여행자들에게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릿골은 2018년과 2019년 정부의 도시재생, 문화재생 사업지로 선정돼 ‘할머이 덕장’을 비롯 친환경 온실, 테마정원 조성 등 근대문화 예술공간과 삼척항 랜드마크로 조성 중이다.
삼척항 인근의 새천년도로도 볼거리다. 삼척시는 동해안 절경을 품은 이 해안 길을 공모전을 통해 ‘이사부길’로 명명했다. 이사부길은 신라 왕족 출신인 이사부 장군이 지략과 용맹을 바탕으로 신라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한 데서 착안했다. 이사부는 20대 젊은 나이에 지금의 삼척인 실직주 군주로 부임해 우산국을 신라영토로 편입시켜 동해안 해상권을 장악했다.
이사부의 역량은 통일신라의 원동력이 되고 고려와 조선을 거쳐 울릉도와 독도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영토로 자리 잡게 했다. 삼척시는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이사부 해양정신을 함양하고자 매년 ‘동해왕 이사부 축제’를 개최하고, 이사부기념사업회와 함께 삼척을 출항해 우산국 항로를 재현하는 항로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사부길은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푸른 동해안 4.6㎞ 구간이다. 이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참고로 2011년 행안부 도로명 새 주소 사업으로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정상까지 도로명 주소도 이사부길이다. 서도는 ‘안용복길’이라고 부른다.
이사부길에 사자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주변의 해안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기암괴석에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갯바위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고 해안가에는 호텔, 펜션, 카페, 맛집들이 넉넉하다.
삼척 시내에서 1.4km 거리에 삼척 해변이 있다. 승용차로 7분 거리다. 연장 길이 1.2km, 폭 100m의 넓은 백사장이 울창한 송림과 함께 펼쳐진다. 깨끗한 백사장과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 물놀이 장소로 좋다. 바닷가에서 싱싱한 활어회 등 동해안 먹거리가 풍부하고 숙박, 주차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다. 해변에서는 매년 맨손넙치잡기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삼척항과 주변 바다는 선상낚시와 방파제, 갯바위 낚시 즐기기에도 좋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대구, 가자미, 도다리, 돔, 우럭, 노래미 등이다. 매년 삼척시장배 전국바다낚시대회가 열린다.
삼척항·이사부 길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고속버스는 서울경부·동서울~삼척 노선, 기차는 서울역·청령리역~동해역 하차~삼척행 버스 이용, 또는 강릉에서 바다열차가 삼척 해변까지 평일 2회, 주말 3회 운행하고 주말은 청량리역에서 ‘환상의 해안선 기차여행’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는 국도 7호선을 타고 삼척항~이사부길~삼척해변(갈천 삼거리) 구간이다. 문의: 삼척시 관광과(033-570-3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