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양양군 인구항·남애항 등대

겨울 항구는 뜨겁다…물고기를 쏟아내는 어부의 손놀림
박상건 기자 2022-02-21 10:47:38

양양군 인구항은 작은 항구로 죽도를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죽도해수욕장, 남쪽에 인구해수욕장이 이어진다. 

인구항은 2007년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됐다. 양양 8경 중 제6경인 죽도정 전망대가 좌측에 있다. 최근 인구항 일대는 서핑 메카로 급부상하면서 항구 주변 시설도 확장되고 항·포구를 순환하는 도로가 개설됐다. 

인구항 큰 방파제등대

인구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2021년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 항구다. 이 사업으로 어촌·어항 현대화를 통해 해양관광 부문을 더욱 활성화해 어민의 삶도 윤택하게 한다. 특히 인구항은 이 사업을 통해 전통어업과 서핑·스킨스쿠버 등 해양레저와 관광 자원과 연계한 어촌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구항은 물이 맑고 어족이 풍부해 선상낚시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낚싯배를 타고 30분 정도 동해로 나가면 삼치, 열기, 대구, 가자미 등 다양하고 큼직한 어종을 낚을 수 있다. 잡은 물고기는 선장이 바로 손질해줘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죽도정과 인구해수욕장

죽도 방향의 갯바위에선 우럭, 노래미, 망상어, 가자미가 잘 낚여 이곳은 원투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방파제에 앞서 파도를 막는 테트라포드에서 인구항방파제등대 구간은 감성돔, 벵에돔, 삼치, 농어, 노래미, 고등어, 임연수 입질이 탁월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문어와 도루묵 통발 낚시, 임연수 포인트로도 명소인데 해 뜨는 시점과 해가 질 무렵 두세 시간 정도가 입질의 최적기다. ​ 

인구항 큰 방파제는 길이가 200m, 작은 방파제 100m인데 큰 방파제 끝에 등대가 있다. 공식 명칭은 인구항방파제등대. 이 등대는 2003년 1월 8일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등대 높이는 6.5m, 붉은색 사각 철탑구조다. 등대는 우현표지로 배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볼 때 우측에 위험물이 있음을 알려준다. 등대는 밤이면 5초에 한 번씩 홍색 불빛을 점멸해 인구항 위치를 알려준다. 이 불빛은 선박 항해자가 9.2km 거리에서 식별할 수 있다.

남애항 갯바위

인구항 해변에서 다시 남쪽으로 현남면 매바위길에 남애항이 있다. 남애항은 양양 8경 중 하나다. 남애리(南涯里)는 포구의 매화가 만발하면 남쪽 해안가로 떨어지는 모양새라고 해서 낙매(落梅)라고 불렀다가 ‘남쪽 바다’라는 뜻의 남애(南涯)로 개칭했다. 이후 인구가 증가하면서 남애1리, 남애2리, 남애3리, 남애4리 분리됐다. 

이 4개 마을 어항은 길게 이어진다. 남애항은 1종 어항으로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정겨운 어촌풍경을 자랑하는 미항이다. 양양군 수산물의 집산지 역할을 하는 강원도 3대 미항 중 하나다. 강원도 3대 미항은 양양 남애항, 강릉 심곡항, 삼척 초곡항을 말한다. 

남해항 방파제등대외 서퍼들

남애항은 동해시 추암 일출과 함께 동해안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해변과 아담한 항구를 붉게 물들이는 해돋이는 가히 일품이다. 

동트기 전 어선들은 남애항을 빠져나간다. 힘차게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은 동해의 생동감을 더한다. 그렇게 귀항한 어선들이 활어들을 쏟아내면서 남애항은 살아 파닥인다. 잔설이 해안가에 쌓인 항구인데도 물고기를 하역하는 어부의 손놀림, 그물을 끌어 올리는 건장한 팔뚝, 갯내음에 취한 갈매기들 비상까지 더해지면서 겨울 남애항은 더욱 뜨겁다. 이윽고 아침 햇살이 남애항 바다를 눈부시게 풀무질하면 겨울 추위도 무색할 정도다. 

배가 들어올 때마다 횟집 주인들은 쏟아지는 어획물 사이에서 싱싱한 물고기를 선별해 횟집 수족관으로 옮긴다. 동해의 파도 소리만큼 활력이 넘치는 남애항은 예로부터 가자미, 양미리, 광어 등 다양한 어종이 모이고 전복, 미역, 가리비 등 해산물까지 선보이는 수산물 집산지다. 

남애항 북방파제등대로 가는 길

항구 주변 해안에는 기암괴석의 갯바위들이 밀려오는 파도를 맞아 허공에 하얗게 물보라 친다. 그런 갯바위를 앞에 두고 선 남애항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오르면 길게 뻗은 방파제와 등대, 항구, 해수욕장 등이 펼쳐진 남애항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작은 섬은 해안선으로 다시 항구로 연결돼 있는데 아담한 섬의 해송은 가지를 바다 쪽으로 쭉 뻗으며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이 섬은 산책로와 공원, 고래 조형물과 고래 카페 등으로 잘 단장돼 있다. 이곳은 고래사냥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남애항 스카이워크 전망대

이 섬이 등대와 연결된 배경은 우연이 아니다. 스카이워크가 들어선 30m의 이 작은 돌섬은 조선 시대 봉수대가 설치된 ‘양야도’라고 불렸던 섬이다. 봉수대에서 적의 침입 등 신호를 보내면 남쪽의 주문진과 북쪽의 초진산에서 이곳 신호에 대응했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이 아담한 섬은 1938년 방파제를 만들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얼마 전까지도 군부대 초소가 있었고, 어민들은 이곳 서낭당에서 동제를 지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관동지’, ‘관동읍지’ 등에 모두 같은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바위섬 사이로 길게 445m의 큰 방파제와 90m의 작은 방파제가 이어지고 그 끝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황색 등대 등 3개의 등대가 남애항에 있다. 이들 등대는 남애항과 방파제를 설치하면서 안전한 선박의 항해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인구항 큰 방파제등대

큰 방파제 끝단의 남애항북방파제등대는 남애항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다. 1966년 7월 20일 처음 불을 밝혔다. 등대 높이는 13m, 붉은색 원형콘크리트구조로 배가 들어올 때 좌측에 위험물이 있음을 알려주는 우현표지다. 밤에는 4초 주기로 붉은 불빛을 한 번씩 깜박여 16.6km 해역에서도 관측자가 남애항임을 알 수 있다. 

남애항남방파제등대는 1993년 7월 24일 처음 불을 밝혔는데 등대 높이는 7.8m, 하얀색 콘크리트구조다. 배가 들어올 때 좌측에 위험물이 있음을 표시하는 좌현표지다. 밤에는 4초 주기로 녹색 불빛을 한 번씩 깜박여 항해자가 16.6km 해상에서 식별이 가능하다.

남애항남방사제등대는 특수표지이다. 특수표지는 수중방파제, 방파제 주변 위험구역 표시하는 등대를 말하는데 모래톱 위에 세워졌다. 2020년 3월 4일 불을 밝혔는고 등대 높이는 8m, 황색 원형강관구조다. 등대는 밤이면 8초 주기로 황색 불빛을 4번씩 점멸하면서 선장이 16.6km 거리에서 식별이 가능하다.

남애항 오징어 덕장

남애항은 이런 등대 풍경을 중심으로 풍광을 감상하는 일도 의미있지만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촌 거리도 자랑거리다. 맨손 물고기 잡기, 갯바위 게 잡기, 오징어순대 만들기, 낚시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즐길 수도 있다. 항구 주변에 남애해수욕장과 석호가 있다. 하천 계류와 동해안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인 석호에서는 붕어와 잉어 등 민물낚시도 즐길 수 있다. 

인구항·남애항으로 가는 길은 시외버스가 속초에서 강릉 방면을 오가는데 마을 정류장에 정차한다. 시내버스는 주문진~하조대 구간을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는 7번 국도에서 인구리·남애리로 통하는 구길을 따라가면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문의: 양양군 관광과(033-670-2721)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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