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안선 여행의 명소인 양양에는 서로 닮은 듯 다른 포구마을 기사문항과 수산항이 있다. 이 두 항구는 정적인 자연풍경과 동적인 해양레저문화가 공존한 신개념 해양체험이 가능한 여행지로 특별한 섬과 등대도 함께 한다.
38선과 접한 기사문항은 하얀 백사장을 사뿐사뿐 걷는 기분이 특별한 곳이다. 아직 해변에 잔설이 남아있었는데 모래사장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가 마치 눈길을 밟는 느낌이다. 그렇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사이에 파도가 백사장을 휩쓸어가며 켜는 해조음도 일품이다.
양양군 현북면의 기사문리는 내·외마을로 구분해 초진과 기사진으로 불렸다. 1759년 영조 35년에는 초진리로 불렸다가 최근 기사진을 기사문리로 부르고 있다. 기사문항 앞바다에는 무인도 조도가 있다. 20종의 해양동물과 부채뿔산호, 왜가리가 서식한다. 섬에는 50년생으로 추정되는 곰솔군락지도 있다.
이 일대는 낚시꾼들에게 오래전부터 사랑받는 포인트다. 한적한 겨울 바다를 감상하고 낚시하는 재미를 맛보기에 좋다. 상쾌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아늑한 동해안 어촌의 풍경을 감상하는 그런 추억의 여행지이다.
월척을 낚고 싶은 사람들은 배낚시를 떠나곤 하지만, 기사문항 방파제도 유명한 포인트다. 다양한 어종의 입질을 받을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참가자미와 우럭이 많이 잡힌다. 잡은 물고기는 즉석에서 회를 손질해준다. 노을이 지고 나면 항구의 등대 불빛과 바닷가 횟집 불빛이 어우러져 동해의 또 다른 야경을 선사한다.
기사문항방파제등대는 버섯 모양으로 유명한 등대다. 배들은 이 등대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항해하는 이른바 우현표지이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2017년 5월 30일 방파제등대 맞은 편에 또 하나의 등대를 설치했다. 기사문항 어촌계 요청으로 세운 것인데 그동안 기사문항의 협소한 항구 입구 폭 때문에 배들이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 등대가 생겨 두 개 등대가 항구 위치를 명확히 표시해주게 됐다.
새로 세운 등대는 방사제등대이다. 방사제는 해변의 침식을 방지하고 바닷가 얕은 수심의 모래 이동을 방지하고자 설치한 인공 구조물을 말한다. 방사제는 해변 중앙부를 관통해 바다 쪽으로 향하는 형태다. 즉 해안선에서 볼 때 해안선과 수직이 되도록 설치해 해안선 침식을 방지한다.
기사문항방사제등대는 높이 8.4m 철탑구조다. 이 등대는 고광력 LED등명기를 통해 14km 떨어진 곳에서도 불빛을 인식할 수 있다. 기존 방파제등대와 연동해 방사제등대가 세워지면서 어민들 어업 활동도 안전해지고 항구 역할도 완전체가 됐다.
기사문항은 해파랑길 42코스로 관광·체험형 항구로 개발됐다. 어촌체험, 낚싯배 체험, 방파제 낚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옛 장터 풍경, 3·1 만세운동 모습 등 문화적,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의 ‘추억의 벽화골목’도 조성돼 있다. 기사문해수욕장은 해수욕은 물론 사계절 역동적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기사문항은 한마디로 낚시와 야영, 활어회를 한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항구다.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이고 수산물 경매를 볼 수 있는 어시장체험도 가능하다. 기사문항에서는 동해안 별미인 도치·곰치 축제도 열린다. 축제 때는 ‘심퉁이’라 불리는 도치와 ‘물곰’이라 불리는 곰치 별미 시식과 작업선에 직접 승선해 곰치, 도치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양양군 손양면에는 수산항이 있다. 해안선으로 볼 때 하조대 바로 아래다. 수산항은 앞바다로 푸른 동해가, 뒤로는 설악산이 성큼 다가와 병풍처럼 펼쳐진다. 수산항은 설악산 줄기와 동해 남대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수산항은 양양국제공항과 인접해 육상교통 요충지이면서 국가 어항으로써 양양의 거점 역할을 하는 대표 항구다.
수산항은 뭐니 뭐니해도 물 맑고 탁 트인 바다의 전망이 일품이라는 것. 포구마을을 감싸 안은 채 길에 길게 뻗어 나간 방파제 끝에 서면 항구 바깥쪽으로 1차적으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하나 더 설치돼 있다. 거기에 2개의 붉은색 등대가 있다.
붉은색 등대 공식명칭은 북방파제 등대인데 4초마다 붉은색 불빛을 8km 거리까지 비춘다. 또 하나의 붉은색 등대는 북방파제 익제 등대라고 부른다. 북방파제의 중간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익제 형태다. 익제는 방파제에서 90도로 가지치기해서 나온 방파제를 말한다. 그 끝단에 등대가 서서 5초 2회씩 붉은색 불빛을 깜박이며 8km 해상까지 항구 위치를 알려준다.
안쪽 방파제는 1개의 하얀색 등대가 있다. 이 방파제는 마리나 선착장을 위한 방파제로 해양레저 항구답게 요트들이 정박 중인데 이 선착장은 60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다. 마리나 선착장의 남방파제 등대는 4초마다 1회 녹색 불빛을 반짝이며 8km 거리까지 비춘다. 남방파제 남측 150m 지점에 높이 0.5m 정도의 노출된 암초가 있어서 등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한 셈이다.
나머지 하나의 등대는 항구 뒷산에 우뚝 선 무인등대다. 이 등대를 수산단등대라고 부른다. 수산항 북쪽 수산봉에 자리한 등대로써 그 위치를 수산단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산항을 찾는 선박의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수산항은 이처럼 해양안전을 바탕으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이국적인 어촌 풍경을 연출한다. 어선의 항해와 오징어, 양미리, 가자미, 광어, 문어 등 수산물을 채취하고 하역하는 어민들의 생동감, 동해의 여유로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 낭만적인 항구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속 어촌 풍경처럼 풋풋하고 향토적 이미지도 강하다. 인적 드문 어촌 모습과 동해의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섬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렇게 나를 치유하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산항은 해파랑길 43코스로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2020년 우수 어촌체험휴양마을 평가에서 대상으로 선정한 곳이다.
수산항 전망쉼터와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파는 회센터가 유명해지면서 동해 여행지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수산항의 별미는 자연산 활어회, 물회, 전복해물칼국수, 톳밥, 째복국, 섭국 등이다.
나는 섭국을 먹었다. 섭국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속초, 양양, 고성 지역에서 주로 즐겨 먹는다. 섭국의 ‘섭’은 홍합의 강원도 방언이다. 그러니 섭국은 홍합을 끓인 국물 요리인 홍합국을 말한다.
섭국은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 부추, 팽이버섯, 파, 고추, 다시마, 찹쌀가루, 계란 등을 넣어 끓인다.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무와 김치 등 밑반찬도 찰떡궁합이다.
수산항 방파제는 낚시꾼들에게 유명 포인트이다. 우럭, 임연수, 노래미가 잘 잡힌다. 수산항에서는 요트와 카누체험, 도루묵 통발체험, 아이들을 위한 문어빵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국제관광어촌체험 마을이기도 한 수산항에서는 외국인들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사문항과 수산항으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강릉·양양·속초에서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수시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양양군청~강릉 방향 7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양양군 관광과(033-670-2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