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서서히 기운다. 코로나로 답답함이 연속인 나날들. 못다 이룬 꿈과 아쉬움이 갯바람에 일렁인다. 파도를 보노라면 우리네 회한의 시간이 일렁인다. 넘어진 물결은 다시 바람을 만나 어깨 걸고 일어나 해안선에서 물보라 친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백사장에 스러진다.
한적한 섬과 바다로 떠나 뒤안길을 더듬어보는 것은 어떨까. 썰물과 밀물로 수평을 이룬 바다에서 인생을 음미해보자.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잊을 것은 기꺼이 털어버리고, 새해 새 꿈은 떠오르는 아침 해와 맞아보자. 절망은 희망으로 가는 길...지는 해는 반드시 떠오른다. 한적한 곳에서 오붓하게 해맞이할 수 있는 섬과 등대 포인트를 정리했다.
서해안
학암포는 태안반도 서북쪽 해안선 끝단에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태안의 해안선 100㎞ ‘해변길’의 출발점이 학암포다.
학암포 방파제등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러 선박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방파제등대는 붉은 색 원형 콘크리트 구조로 높이가 8.8m. 13km 먼바다까지 불빛을 비춘다. 등대는 걷기 여행 코스이자 낚시 포인트이다. 등대 아래에서 우럭, 도다리, 광어, 감성돔, 삼치, 고등어 등이 잡힌다. 해안에서 조개잡이 체험도 좋다.
강화도 석모도는 내가면 황청리로 삼산연륙교가 연결돼 승용차로 건너갈 수 있다. 석모도 해안선 길이는 41.8㎞,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갯벌과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석모도 해변은 맨발로 걸으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수십만 평의 바다에서 게와 대합, 상합을 잡을 수 있다. 갯벌은 단위면적당 미생물의 개체 수가 서해안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갯벌에는 농게, 칠게, 달랑게, 갯지렁이, 민챙이, 서해비단고동, 소라, 낙지, 모시조개, 동죽, 짱뚱어 등이 수많은 생물이 서식한다. 한국관광공사 지정 생태관광지이다.
왜목마을은 당진 서해 최북단마을. 지도를 보면 당진군이 서해에서 반도처럼 북쪽으로 불쑥 솟아 나와 있는데, 이 솟아 나온 왜목마을 해안이 동쪽으로 향해 튀어나온 탓에 동해안과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어 동해안에서와 같은 일출을 볼 수 있다.
남해안
여수 돌산도에서는 한려수도 시작점인 여수반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84년 연륙교 돌산대교가 개통돼 승용차로 이동할 수 있다.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돌산대교와 돌산도 운치는 낮이나 밤이나 이색적이다. 특히 야경이 장관이다. 금오산 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으악새가 갯바람에 우는 해안도로, 그 끝에 향일암이 있다. 남해안 일출 명소. 산자락이 뻗어 내려 막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지형인데 그 모양새가 금거북이 형상이다. 향일암을 에워싸는 동백 숲 또한 장관이고 바로 아래 갯바위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 포인트이다.
부산 가덕도는 진해시 용원동에서 4㎞, 거제도에서 10㎞, 대마도와 48km 떨어져 있다. 부산 신항만이 건설되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승용차로도 갈 수 있다. 가덕도 주봉인 연대봉은 459.4m 높이로 해금강과 거제도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부산시가 추천하는 갈맷길 5코스. 가덕도등대는 울산 화암추등대(41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40.5m. 가덕도등대는 거가대교 야경을 조망 포인트이다.
동해안
동해안 최북단 등대인 대진등대는 새해 1월 3일 48년 만에 무인 등대로 바뀐다. 이달 말일까지 등대원 3명이 근무한다. 등대 위 통일전망대는 해금강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출입국관리소, 최북단마을 명파해변 앞 저진도를 돌아 마차진에서 대진등대에 이르는 이 코스가 최북단 동해여행 코스. 등대에서 대진항과 북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창포말등대가 있다. 창포리 끝단에 세워져 ‘창포말등대’라고 부른다. 대게의 집게발이 24m 높이의 하얀 등탑을 감싸고 올라가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 등롱(등대 불빛 렌즈가 있는 부분)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등대는 영덕 해맞이공원에 위치해 푸른 동해와 잘 어우러져 일출 감상과 걷기코스로 인기다.
제주도
서귀포 칠십 리 해안도로는 섬, 포구, 등대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어선이 드나들고 낚시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마다 자리한 카페와 음식점이 쉼터와 추억의 공간을 제공한다.
서귀포 칠십 리의 해안경승지는 서귀포시가 공식 지정한 곳만도 70경에 이른다. 서귀포칠십리 해안경승지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고 웅장한 해안 절벽과 푸른 파도 소리, 소담한 섬 풍경이 서귀포만의 수려한 풍경화이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는 남제주군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푸른 물결을 퍼 올리며 달리는 배의 저편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섬이 다가선다. 2000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섬 모양은 길쭉한 고구마를 닮았다.
자리돔이 많이 잡혀 선착장 이름도 자리덕 선착장. 마라도는 최남단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고 벵에돔, 자리돔, 감성돔 낚시를 즐기는 색다른 추억 여행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