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북단 등대로 48년간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던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의 대진등대가 2022년 1월 3일자로 무인 등대가 된다.
대진등대 위 통일전망대 눈 앞에 펼쳐지는 해금강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휴전선 너머 풍경이라는 점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분단과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이라면 안보체험 분단체험 여행코스로써 통일전망대에서 출입국관리소, 최북단마을 명파해변 앞 저진도를 돌아 마차진에서 대진등대에 이르는 이 코스가 최북단 동해여행 코스이다.
대진등대는 1973년 바다에 전도등과 후도등 2개 등대를 연결해 일렬선상을 어로한계선으로 삼았다. 저진도의 작은 등대는 35m, 후조등은 20m 높이의 홍백색사각형의 콘크리트로 만든 등대이다.
이 두 등대가 동해 해역의 휴전선인 셈. 당시 남한의 정치상황과 북한의 잇따른 간첩침투와 더 많은 고기를 잡으려는 어부들의 욕망을 억제시키는 등대로써 남북의 한계선 역할을 했던 것이다. 60년과 70년대에는 남쪽으로 한참을 더 내려간 거진등대가 어로한계선이었다. 남북상황이 좋아져 어족이 더 풍부한 북쪽으로 올라간 지금의 어로한계선으로 넓어진 것이다.
이후 1991년 어로한계선을 북쪽으로 5.5km 상향조정하면서 도등역할을 마치고 1993년 4월 1일 지금의 유인등대로 전환했다. 현재 대진등대는 동해안 최북단 무인등대인 저진도 등대를 원격 관리하고 남쪽으로는 거진 무인등대를 원격 조정한다. 다만 기존의 저진도 도등은 2개의 등대를 연결하는 어로한계선임을 표시하면서 어선들이 월북하여 조업하지 않도록 안전한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망대로 설치된 대진등대는 12초마다 한 번씩 37km 거리까지 남북한 바다를 비춘다. 눈, 비, 안개 등으로 1.5m 거리 안에 시야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할 때 20초에 한번 씩 소리를 울려서 등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등대에 당도하기 전에 여행자를 맞는 곳은 길이 350m, 넓이 3,200여 평의 마차진 백사장. 참 희고 곱기 그지없는 모래들이 반짝이는 해변이다. 물빛 또한 한없이 깨끗하고 바닷속 장관이 거울처럼 드러난다. 마치 괌이나 사이판에서 보던 파스텔 톤의 이국적인 바다 풍경이다.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로 해수욕에 제격이다. 평상시는 개방하지 않고 7월과 8에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남쪽 대진5리에도 이러한 백사장이 있다.
대진등대는 그동안 3명의 등대원이 상주하며 선박 항해를 돕는 빛을 비추는 광파표지로 역할 뿐만 아니라 2014년에는 항로표지용 자동식별장비(AtoN AIS)를 설치해 선박에 탑재된 전자해도상에 등대 기능상태 및 위치정보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그동안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무인화를 위해 2020년과 2021년도에 보수·보강 사업을 통해 속초등대에서 원격제어 및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해왔다고 전했다. 속초등대에서 무인화 이후에도 대진등대를 관리할 계획이다.
현재 등대원 3명은 대진등대 원격감시 등대인 속초등대와 본청에 재배치하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그간 직원들이 거주하던 숙소는 무인화 등대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법령 제정이 추진되면 적합한 활용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유휴시설은 박물관, 갤러리, 카페 등 해양문화공간을 활용한 관광 시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해수청 관계자는 “무인화 이후에도 항로표지로써 고유 기능에 장애가 없도록 최선의 조치를 강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