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측도

가을날 홀로 떠난 호젓한 섬의 나그넷길
박상건 기자 2021-11-15 08:05:59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렇게 훌쩍 떠나, 자연 속에서 홀로 조용히 젖어 들고 싶다. 정녕, 지는 것이 아름다운 시간.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은 그런 섬이면 더 좋겠다. 혼자도 좋고 연인·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섬으로 떠나는 가을 나그넷길. 

측도는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 서쪽의 작은 섬이다. 선재도에서 1km 거리에 있다. 면적은 0.40㎢, 해안선 길이 4㎞. 

측도 전경

바닷물이 맑아 바다의 깊이를 눈으로 측량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물 때 선재도와 떨어져 섬으로 보이지만 썰물 때는 선재도와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섬에 칡넝쿨이 많아 ‘칡도’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측도는 봉화대가 있었다.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로 오가는 길목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봉화대에서 적의 침입과 마을의 급한 일을 영흥도와 선재도 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영흥도는 삼별초 항쟁기지였고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와 함께 도성 방어를 위한 요충지였다. 6.25 때 팔미도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전략적인 섬이었고 작전이 전개될 때 측면 지원했던 섬이다. 

바닷길이 지워지는 측도

선재도 해안선 서쪽 끝 줄기인 목데미뿌리에서 600m에 이르는 길을 목데미길이라고 부른다. 목데미는 좁은 길을 말한다. 밀물 때는 측도로 가는 길이 바닷물로 지워지고 썰물 때는 시멘트로 만든 잠수도로가 열린다. 바닷물이 잠기면 전봇대 기둥만 드러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봇대를 통해 측도로 전기가 공급되고 그 아래 수도관을 통해 수돗물이 공급된다. 

측도에는 50명의 주민들이 산다. 주로 펜션 등 숙박과 어업에 종사한다. 어업은 배를 타고 나가는 고기잡이보다는 썰물의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다. 바다에서는 낙지, 굴, 바지락, 동죽, 모시조개, 낙지가 많이 잡힌다. 그래서 바닷가에는 조개껍데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백로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다. 

측도 가는 길

한때 초등학교 분교 학생이 66명이었다. 어민들이 섬을 떠나면서 학교도 사라지고 선재도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하루 두 번씩 바닷길이 열려 아이들은 등하교 시간이 들쑥날쑥했다. 지금은 생활 수준이 넉넉하고 배편도 여유로워 교육 문제를 크게 걱정하는 섬이다. 

섬은 아기자기한 펜션이 자리하고 최고봉인 63m 능선 주변은 어촌 분위기를 풍긴다. 섬은 넉넉히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한적한 섬이어서 잠시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좋은 섬이다. 펜션에는 수영장과 족구장을 갖추고 있다. 

측도에서 하룻밤을 묵은 사람들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은데 낚시와 갯벌체험을 주로 즐긴다. 낚시는 초보자도 선착장과 펜션 앞 해안가에서 감성돔, 숭어, 망둥어 낚시 입질을 즐길 수 있다. 바닷물에 무릎이 차오를 정도의 깊이에 들어가 낚싯줄을 던지는 방식이다. 바다가 얕고 해수면 높낮이 차이로 인해 해안가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진 탓에 한쪽에서는 낚시를 즐기고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소라, 고둥, 게를 잡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측도 마을

최근 차박과 야영을 즐기는 동호회 회원들도 즐겨 찾기도 한다. 이 섬에서 만난 드론동호회 회원들은 측도에서 느끼는 한적한 섬 분위기는 무인도 노지 탐험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서해 섬과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을 촬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측도는 영흥익령군길 걷기코스 구간이기도 하다. 왕족 출신인 익령군 왕기는 고려 말기 나라가 망할 것을 알고 영흥도 섬으로 피신해 신분을 숨기고 은거했다. 그는 후손들의 화를 피하고자 성씨를 옥 씨와 전 씨로 바꾸고 목장의 말을 기르는 목자로 살았다. 이런 역사적 뒤안길을 더듬으며 해안선 풍경을 감상하자는 의미에서 ‘영흥익령군길’을 코스가 개발됐다. 

측도 어장

영흥익령군길 걷기 구간은 선재도와 영흥도의 17개의 해안·등반코스로 구성돼 있다. 섬을 중심으로 영흥도는 국사봉·망재산·양노봉 코스, 선재도는 선제대교·측도로 크게 4개 구간이다. 

선재도 구간 중 측도 코스는 바닷길이 열리는 잠수도로가 중점인데 걷기 여행자들은 이 코스를 로맨틱 코스, 바닷길 보물코스로 부른다. 물이 빠질 때까지 바닷가에서 연인끼리 기다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영흥도, 선재도 바다, 어선, 여객선, 강태공들 풍경을 조망하는 일도 제격이다. 

인근에 무인도 드무리 섬도 있다. 호젓한 해안선 풍경을 감상하며 연인들끼리 걷기에 좋은 해안명소다. 드무리 섬은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드물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섬사람들은 예로부터 쌀, 채소 등은 외지에서 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식량이었다. 그런데 어민들이 바닷물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제방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논이 생겨 농사도 지을 수 있었다. 

두무리해변

드무리 섬은 측도처럼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해안가에서 100m 거리의 섬까지는 자갈과 모래로 이뤄졌다. 섬에서 갯바위 낚시, 선상낚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썰물 때는 굴·바지락·낙지를 잡을 수 있다. 

인근에 또 하나의 무인도가 목섬이다. 썰물 때 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린다. 대부도와 550m 길이의 선재대교가 연결된 선재도 초입에 위치한다. 향도라고도 부른다. 주변에는 김, 굴 양식장이 펼쳐진다. 

목섬

섬으로 가는 입구에 갯벌체험장이 있다. 갯벌체험장은 선재도 선착장과 펜션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고 안내원이 동행한다. 바닷가에 바로 접해있고 주차장, 쉼터 공간도 마련돼 있다. 

측도 여행은 이처럼 선재도, 영흥도 연계 여행하기에 좋다. 선재도 입구 뱃말선착장, 영흥대교 입구 넛출 선착장에서는 누구나 쉽게 낚시를 할 수 있다. 수도권 여행객과 낚시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밀물과 썰물 시간 때와 상관없이 24시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영흥수협 수산물 직판장은 서해안 근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주변에 다양한 수산물 메뉴의 맛집들이 많다. 주차장, 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측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인천 옹진군청·인천시청·만수동·오이도역~선재도 입구를 거치는 790번 광역버스가 1시간 단위로 운행한다. 오이도역에서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선재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펜션 주인이 픽업도 한다. 승용차는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 영동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정왕IC~오이도~시화방조제~대부도~선재도~측도 코스다. 문의: 영흥면사무소(032-886-7800)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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