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박상건 기자 2021-09-27 15:21:41

도초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54.5㎞ 떨어진 해상에 있다. 섬 면적은 44.04㎢, 해안선 길이는 42km이다. 도초도는 유인도가 4개, 무인도 58개 등 총 62개 섬으로 이뤄졌다. 

도초도에는 1454세대 2649명의 주민이 살고 특산품은 시금치, 천일염, 대하, 전복이다. 섬은 동, 서, 남쪽이 10~30m 높이의 산악으로 둘러싸였고 북쪽으로 바다가 열렸다. 해수면과 1m 차이의 아래에 자리 잡은 분지의 섬이다. 1949년 북쪽에 간척지를 만들며 제방을 쌓아 경지면적 80%가 확장되면서 쌀이 많이 생산되는 섬이고 염전이 발달했다.

화도와 서남문대교

도초도는 신라시대 당나라와 교역하던 때 기항지였다. 당시 당나라 사람들이 지형이 자기 나라 수도와 비슷하고 초목이 무성하다고 해서 도초도(都草島)로 불렀다. 인근 여러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해서 도치도라 불렀다는 설과 섬 모양새가 고슴도치처럼 생겨서 도치를 도초로 고쳐 불렀다는 설도 있다. 

도초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비금도와 다리가 연결되면서 한 생활권이 됐다. 비금도와 연결된 서남문대교 아래 도초도 중심항구인 화도가 있다. 화도는 처음엔 독립된 섬이었다. 선착장에서 불을 피우고 나룻배를 이용했다고 해서 ‘불섬’이라 부르다가 화도로 개칭됐다. 일제 때 월포마을과 열목마을이 연결돼 도초도에 편입됐다. 이곳에서 정갈하고 갯내음 가득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발매마을로 향했다.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자산어보 촬영지

영화 ‘자산어보’에서 등장한 정약전의 대사다. 매화꽃이 만개한 모습 같다는 발매마을의 너른 들길을 지나 능선에 이르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그 능선에 자산어보의 주요 무대인 ‘가거댁’ 초가집 세트가 있다. 초가집 대청마루에 서면 흑산도 앞바다가 액자처럼 들어선다. 대청마루 주변은 산악지대이고 아랫녘은 어촌 들녘이다. 초가집 앞마당엔 우물이 있고 돌담 너머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정말 일품이다. 당대 민초들 삶의 공간을 표현하고 유배 온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묘사한 촬영 공간으로 그만이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잔잔하게 조명해 가는 영화다. 

자산어보 촬영지에서 바라본 흑산도 방향

촬영지에서 멀리 않은 남서쪽 방향의 지남마을에 가는게해변이 있다. 마을의 집들이 모두 남쪽을 향해서 지남마을이라고 부른다. 마을 중심이 바다인데 셈인데 폭 100m의 아주 아담한 해변을 보듬고 있다. 영화 촬영지의 산줄기가 그대로 바다에 이르러 3개 방향을 둘러싸서 호수처럼 보인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적막한 이 해변은 마을 사람과 인근 섬에서 조용히 소풍 오듯이 즐겨 찾는 해변인데 프로급 야영객들에게는 숨어 있는 걷기여행, 백패킹 코스로 통하는 백사장이다. 천연 우물 외에 편의시설이라고는 전무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고 깨끗하고 고요한 해변과 한 호흡으로 야영하기에 제격이다. 

백사장 좌우로는 암석해안이다. 바위에서 고둥과 해초류를 따거나 바다 아무 곳에 낚싯줄을 던져도 감성돔, 고등어, 숭어, 전어 등이 낚인다. 두 사람이 그물을 길게 펼쳐들고 모래 바닥을 툭툭 발로 차면서 해안가로 나오는 방식으로 그물체험을 해도 싱싱한 물고기를 바로 잡아 횟감이나 매운탕거리로 즐길 수 있다. 

가는게해변

가는게해변 인근에 수국공원이 있다. 2005년 폐교됐던 도초서초등학교 부지에 수국 11만 7465포기 15종의 다양한 수국을 식재했다. 주제별로 전통정원, 수국공원, 소리마당, 웰빙정원 등으로 꾸며졌다. 수국 외에도 푸른 엽록소를 물씬 뿜어내는 작은 숲길이 걷기에 좋다. 수국공원 입구는 옛 초등학교 추억을 떠올리며 담벼락 200여 m에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벽화가 이야기꽃을 피우게 한다. 

수국공원과 도초도 화도선착장을 잇는 농수로에 ‘환상의 정원’이 있다. 정원이라는 이름보다는 팽나무 가로수 길 그대로가 운치가 있고 멋진 길이다. 폭 3m, 4㎞의 비포장 가로수 길에는 100년 내외 수령을 자랑하는 팽나무 716그루가 가을바람에 잎사귀를 출렁이고 들녘과 푸른 가을하늘에는 학들이 비상하며 섬마을 가을 풍경화를 연출했다. 가로수 주변에는 수국과 석죽패랭이, 수레국화도 어우러졌다. 

수국공원

이 팽나무들은 고흥, 홍성, 창원 등 전국에서 일부러 구입하거나 기증받아 선박을 통해 3개월 여정 끝에 섬으로 운반했다고 한다. 아주 고른 팽나무 둥치는 굵고 탄탄한 면모를 뽐내며 창공을 향해 뻗어갔다. 그런 생김새와 독특한 나무 색감이 푸른 들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수국공원에서 남쪽 해안선을 타면 도초도 대표해수욕장인 오류마을에 시목해변이 있다. 오류마을은 버드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시목은 감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시목해수욕장은 병풍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다. 3면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고요한 해변의 정갈한 백사장이 일품이다. 호수처럼 고인 바다에 닻을 내리고 첨벙대는 어선 풍경도 정겹다. 

시목해변 어선

시목해변 백사장은 2.5km, 바다는 수정처럼 맑다. 경사가 아주 완만해 가족 물놀이 장소로 안성맞춤이고 백사장, 해안선,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여행이나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기에 좋다. 해안선 끝자락에 팔각정 쉼터도 있어 바다와 산세를 음미하기에 그만이다. 파도소리가 그윽한 해변 숲에 청소년야영장, 캠핑장, 띠숲의 숲길도 있다. 

용당산 중턱에 만년사가 있다. 조계종 백양사 말사이다. 한 도인이 이 곳에 절을 세우면 만년동안 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1948년에 창건됐다. 이 때문인지 절 아래는 저수지가 있다. 아담한 돌담과 일주문, 대웅전, 요사채 2동, 자연경관이 잘 어울린 이 절은 신안군 향토유적 전통사찰 제2호로 지정돼 있다. 

정갈한 밥상

도초도 부속 섬 중 우이도가 있다. 섬 면적은 10.7㎢, 해안선 길이는 21㎞이다. 흑산도에 속했던 아주 큰 섬으로 1963년 도초도로 편입됐다. 화도, 항도, 승도, 송도, 가도, 어락도 등 27개 섬으로 이뤄졌다. 우이도는 지명은 2개의 반도가 돌출한 본섬의 모양이 소의 귀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가을로’ 촬영지다. 우이도 모래언덕은 비, 바람에 의하여 매일같이 그 형태가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도초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목포항여객선터미널(쾌속선 이용시), 서해안고속도로~암태도 남강선착장(차도선 이용시). 대중교통의 경우 기차는 용산역~광주송정역~광주버스터미널~암태도 남강항행 버스 승차~도초도 여객선 승선(또는 비금도에서 승용차로 이동), 서울남부터미널~암태도 남강선착장행 버스 승차~도초도 여객선 승선(또는 비금도에서 승용차로 이동). 문의: 도초면사무소(061-240-4007)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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