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환경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미생물의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극지연구소는 북극 동토층 메마른 지역에서 메탄가스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 동토층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온실기체이다.
북극 동토층은 녹으면서, 지대의 높낮이에 따라 물이 모여 습지가 되거나 물이 빠지고 건조한 환경으로 바뀐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메탄을 배출하는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의 연구는 주로 다량의 메탄가스 발생지로 알려진 습지대에 주목했다.
극지연구소와 독일 막스 플랑크 국제 공동연구팀은 동시베리아 체르스키 (Chersky)의 콜리마 (Kolyma) 강변에서 토양 미생물의 변화와 온실기체 배출 현상을 추적했다. 앞선 연구팀이 배수로를 설치해 10년 간 인위적으로 건조하게 만든 지역이다.
연구팀은 메탄 생성과 관련한 7종의 신종 미생물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들의 기능과 우점도를 분석해 메탄가스 방출량 감소 원인을 찾아냈다. 건조한 지역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들은 개체 수는 크게 줄었으며, 심지어 일부 메탄 생성균이 거의 사라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반대로 또 다른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건조한 지역에서 더 높게 측정됐는데, 습지 동토와 비교하면 약 2.8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건조한 지역이 습지보다 낮에 기온이 잘 오르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미생물의 호흡량이 늘었고, 개체수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온실기체 종류, 처한 환경에 따라 북극 미생물들이 다른 배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로 확인한 건조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동토층 전체로 확대할 수는 없지만, 북극 환경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미생물의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학계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이외의 고위도 동토층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래스카, 캐나다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토층은 약 1조6천억 톤의 탄소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구온난화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해양ㆍ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 “북극 동토-대기환경기반 종합 모니터링 및 상호관계 규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Global Change Bi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김민철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극지역 미생물들이 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들의 생리특성에 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