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꽁꽁 얼어붙어 추운 북극에서 나비가 살 수 있을까? 이런 수수께끼는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북극에서 나비가 살고 있는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풀렸다.
극지연구소는 북반구 고위도에 사는 나비가 생존에 필요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근적외선 영역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밝혔다.
곤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데, 이는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에 불과한 고위도 북극에서 생존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 목포대 강창구 교수 연구팀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럽 나비 표본 343종의 사진,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기온과 강수량에 따른 나비 표면의 반사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나비는 지중해 연안 위도 34도부터 고위도 북극 위도 70도에 이를 정도로 분포 지역이 넓어서 기후 요인이 동물의 표면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에 알맞은 종으로 꼽힌다.
분석 결과, 고위도 추운 곳에 사는 나비일수록 표면의 반사도가 낮았는데, 태양 에너지의 흡수량을 늘려서 체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더운 지역에서는 반사도를 높여서 체온을 낮추고 있었다.
반사도의 차이는 가시광선보다 근적외선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와 달리, 빛의 파장대를 적외선 영역까지 확장해 반사도 변화를 측정했고 근적외선이 체온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부위별로 살펴보면, 혈액 순환과 비행 등 나비의 핵심 신체 기능이 몰려 있는 몸통(가슴, 배)과 날개 인접 부위에서 기온에 따른 반사도 변화가 잘 관찰됐다. 연구팀은 스스로 체온 조절이 가능한 포유류나 조류 등 항온 동물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작이 작동하는지 연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지원을 받았으며, 연구결과는 Ecology Letter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강창구 목포대학교 교수는 “표면의 반사도를 낮춰서 체온을 지켜낸 극지 곤충들에게 급격한 북극의 온난화는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북극 생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