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 딸린 무인도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이 섬은 남해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여수항에서 거문도까지 114.7㎞, 거문도에서 다시 동쪽 끝으로 28㎞ 더 가면 백도를 만난다. 섬 면적은 0.64㎢, 해안선 길이는 3.7km로 망망대해에서 홀로 물결치는 백도는 남해 최남단 에 위치해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백도 남쪽으로는 더 이상 섬이 없다. 지도에서 서쪽으로 손가락을 쭉 그어 가다보면 횡간도, 추포도 등 제주해협의 추자군도와 만난다.
거문도에서 파도를 헤치며 1시간 남짓 배를 타고가자 해무 낀 수평선에 희끗희끗 물보라 치는 섬의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앞인 듯 보이지만 한동안 뱃길을 더 달려 당도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깎아지른 듯 바위섬이 병풍처럼 펼쳐져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조각가가 끌로 새기듯 오묘하게 패인 바위 결 풍경에 온몸이 전율했다.
이런 신비와 신성함 때문에 거문도 어부들은 백도 근처에서 조기, 갈치, 돔, 민어 고기잡이를 하면서 해상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는 작은 소리까지도 크게 들려온다고 할 정도다. 작은 돌멩이 하나 굴러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는 것. 뱃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올 때는 서둘러 귀항한다. 포구에 도착하고 나면 영락없이 백도에 거센 풍랑이 몰아쳤다.
백도의 지명 유래를 보면 원래 100개의 섬이란 뜻에서 ‘일백 백(百)’자를 썼다가, 다시 세워보니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란 99개였다는 것. 그래서 ‘일백 백(百)’ 자에서 한 획을 뺀 ‘흰 백(白)’ 자의 백도로 고쳐 불렀다는 것. 실제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흰 바위섬이다.
백도는 39개 바위섬으로 상백도와 하백도로 이뤄져 있다. 특히 하백도는 그만 그만한 작은 섬들이 해상 조각공원을 연출한다.
매가 앉아 있는 모습의 매바위, 자손이 없는 사람들이 공을 들이면 자식을 낳게 해준다는 서방바위, 피아노를 치는 여인을 닮은 피아노바위, 석불바위, 성모마리아상 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왕관바위, 궁성바위, 바둑판 바위, 비행기 바위 등 천태만상의 천연 조각공원이다.
이 바위섬에 햇볕이 내리쬐면 검푸른 바다색이 은색으로 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주변 섬이 푸른 식물과 은빛으로 반사하면서 색색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놀라운 신비감과 자연의 웅장한 하모니에 감동한다.
바위 사이로 일출이 떠오르면 백도는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한다. 해질 무렵에는 화산폭발 후 산악지대 영상처럼 식물과 바위들이 온통 검붉은 화석으로 변한다. 운무가 거치면 영화 속에서 마주하던 개벽천지의 모습 혹은 사뿐사뿐 발동작을 딛는 승무 장면 같다.
백도는 제주도를 거쳐 북상하는 대마만류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산호, 해면, 어류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식한다. 대마만류는 쿠로시오해류로부터 분리돼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진입하는 난류를 말하는데 비교적 고온, 고염분의 해류로서 수심 200m 정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해면은 해양생물 중 가장 아래 등급의 바다동물을 말한다. 대부분 바위, 자갈, 모래, 진흙바닥, 해조류, 배 밑창, 멍게·패류·게 등 위에 나붙어 산다. 500∼1000m의 진흙바닥에 꼿꼿이 서서 서식하기도 하고 일부는 9000m 깊은 해저에서 산다.
백도의 수온은 사계절 16.3도 가량을 유지해 큰붉은산호, 꽃산호 등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물 빛깔은 투명유리처럼 맑아서 해양식물과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백도는 멀리서 바라보면 분재 전시장 같다. 가까이 다가서면 한줌 흙을 터전으로 바위틈에서 풍란, 석곡, 원추리, 나리, 찔레, 동백나무, 후박나무, 곰솔 등이 자라고 있음에 감탄한다. 그렇게 350여종이 서로 어우러져 백도에서 의지하며 자란다.
백도는 일본인이 우리민족의 혈맥을 끊고자 여기저기 쇠말뚝을 박았다. 훗날 문화재 전문가들은 쇠말뚝을 뽑아냈고 그 구멍이 비바람이 씻기면서 절벽에는 녹물 흔적이 생채기로 남아 하얀 절벽과 대비된다. 그 쇠말뚝구멍에 야생화가 피고 천연기념물 흑비둘기를 비롯 가마우지, 휘파람새, 팔색조 등 30여종의 희귀 조류들이 보금자리로 삼는다. 새들의 배설물은 식물의 밑거름이 돼 공존한다.
정부는 백도를 1979년 12월 11일 섬 반경 200m 해역까지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여행객들은 백도에 상륙할 수 없다. 백도 최고봉에 무인등대가 서있다. 1938년 처음 불을 밝힌 유서 깊은 등대다. 공식명칭은 상백도등대. 이 등대는 태양열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노을이 질 무렵이면 자동으로 켜진다. 등대 높이는 7.8m이고 해수면으로부터 160m 높이에서 14.4km 먼 해역까지 항해하는 선박에게 불빛을 밝히며 이정표 역할을 한다.
무인도는 잠재적인 해양관광의 가치가 크다. 해양영토 수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부는 주5일제와 국민들 소득수준 향상으로 무인도 이색체험 프로그램 등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차별화된 감성여행으로서 무인도를 개발, 보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해양수산부는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에 따라 과거 낚시 등 레저관광 중심 무인도 정책에서 풍경감상, 치유 등으로 다변화 한 점을 고래해 정책을 추진한다.
현재 이러한 무인도는 2255개, 환경부가 지정한 특정 섬은 256개다. 이런 무인도는 전남이 1571개(62%)로 가장 많고, 경남 442개(17%), 충남 207개(8%), 인천 124개(5%) 순이다. 무인도 중 국유지가 1195개, 사유지 1045개, 공유지가 137개다.
백도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 항공・기차・버스를 이용해 여수에 도착한 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 승선. 여수~거문도(1일 2회 운행. 동절기 1회 운행. 2시간 소요), 나로도~거문도(1일 2회, 1시간 30분 소요), 녹동~거문도(1일 1회, 주말 2회 운행. 1시간20분 소요). 거문도~백도 유람선 수시 운항.
문의: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 거문도여객선터미널(061-666-8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