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꼭 밥으로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밥솥 밖에서도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곡식, ‘기장’이 다.
작은 알갱이의 기장은 엷은 노란색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곡식 중 하나다. 메기장은 쌀이나 잡곡과 섞어 밥 또는 죽으로 즐겨 먹는다. 찰기장의 경우 엿이나 과자, 술의 원료로 주로 사용돼왔다.
기장은 비타민 B군과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기장밥을 먹으면 정장 작용과 혈당치 상승 억제, 혈중 중성 지질 저하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환경 개선 및 포만감을 준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기장을 그저 잡곡의 한 종류로 보고 밥을 지을 때만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기장을 이용해 별미식과 간식 등 간편한 가정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먼저, ‘기장 오리너겟’이 있다. 오리고기 가슴살 3쪽에 기장 1컵이 필요하다. 오리고기는 한 입 크기로 썰어 우유에 15분 이상 담가 불쾌한 냄새를 없앤다. 시간이 지나면 재워둔 고기를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이후 오리고기에 밀가루와 달걀물, 기장을 순서대로 묻힌다. 준비가 끝났다면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된다. 튀김 가루 대신 기장을 사용해 아이들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기장 옷 속 오리는 육류 중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고,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보양식으로 많이 활용된다. 불포화지방산 덕분에 혈관질환 예방은 물론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며,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오리 대신 닭을 이용한 ‘기장 누룽지 닭강정’도 있다. 먼저 기장밥을 마른 팬에 얇고 넓게 펼쳐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충분히 바삭해졌다면, 먹기 좋은 크기로 부순다. 닭고기 역시 먹기 좋게 썰어준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5분간 재운다. 시간이 지나면 달걀흰자와 튀김가루, 녹말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이를 170℃로 달군 식용유에 넣고 튀겨낸다. 이후 물엿과 간장, 고추기름 등을 이용해 만든 양념장에 튀긴 닭고기와 기장 누룽지를 넣어 버무리면 완성이다.
기름을 이용한 너겟과 강정이 부담스럽다면, 쫀득한 ‘기장밥 인절미’로 변신할 수도 있다. 찹쌀과 멥쌀, 콩고물만 있으면 된다. 찹쌀과 멥쌀은 섞은 뒤 찬물에 2~3번 헹군다. 넉넉하게 물을 부어 20~30분 불려준 뒤 물에 씻은 기장과 함께 전기압력밥솥에 넣고 밥을 짓는다. 이후 기장밥이 뜨거울 때 소금과 설탕을 함께 넣어 쌀알을 으깨며 치댄다. 떡 반죽에 찰기가 생겨나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콩고물을 고루 묻혀주면 된다.
한편, 기장을 고를 때는 낟알이 둥글고 깨지지 않은 것이 좋다. 보관 시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두고, 3개월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