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138일간의 남극항해를 마치고 지난 18일 광양항으로 돌아왔다고 극지연구소가 밝혔다.
아라온호는 코로나19가 남극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남극 세종・장보고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등을 태우고 지난 10월 31일을 광양항을 출발해 기지 인력 교체와 보급 임무 등을 수행했다. 월동연구대(월동대)는 남극에 1년간 머무르며 과학연구, 기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대원들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비행기로 3~4일이면 오갈 수 있었지만, 하늘길이 막히면서 월동대는 최장 82일, 연구원들은 연구를 위해 잠시 내렸던 때를 제외하고 항해 전 기간을 배 위에서 보냈다. 유류, 식자재를 실으려고 뉴질랜드와 칠레에 잠시 정박했을 때도 불필요한 외부 접촉은 없었다.
월동대 등은 아라온호가 광양항에 정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음성으로 확인 후 하선했다.
월동대가 임무를 교대하는 동안 아라온호는 해상연구를 진행했다. 극지연구소 박용철 박사 연구팀은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 해저지진계 5개를 설치했다.
세종기지에는 지난해 8월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170회 넘게 감지 됐는데, 지진 발생지 반경 100km 안에는 아르헨티나 지진관측소 1곳뿐이어서 정확한 정보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지진계 설치로 남극 지진 연구에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극빙어 채집에도 성공했다. 남극빙어는 지구에 사는 물고기 중 유일하게 피가 희다고 확인된 어류로 골다공증이나 빈혈, 심혈관계 질환 등의 치료물질로 주목받고 있지만, 주로 100~500m의 깊은 수심에 살아서 채집이 쉽지 않다. 이번에 10여 마리를 잡았는데, 2017년 1마리 이후 4년 만이다.
아라온호는 앞으로 약 3달간의 정비를 마치고 오는 7월 북극으로 향한다. 중간에 인원 교대 없이 약 85일을 배 위에서 보낼 계획이다.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은 “어느 때보다 힘든 임무를 수행해낸 월동대와 연구원, 승조원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극지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