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시작된 7번 국도는 동해안 북쪽으로 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를 거쳐 고성에서 끝난다. 아야진은 고성군 최남단에 위치한다. 속초에서 북쪽으로 6km 거리에 있다.
아야진은 1950년대에는 북한 땅으로 군사분계선에 가까워 여행자들 발길이 뜸한 어촌이었다.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여행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 60여 년간 해안가를 가로막던 군부대 철책선이 과학적 감시 장비체제로 전환되면서 철책선 철거도 시작됐다. 그렇게 아야진 바다가 일반인에게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으로 조용한 청정바다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미시령 고개 넘어 고성의 자랑인 설악산 울산바위가 여행자들을 반기고 양미리 맛과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아야진이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발길도 더해졌다. 아야진 일대 해변은 해파랑길 46코스이기도 하다.
아야진은 원래 대야진이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큰大’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아야진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역사와 세월은 변해도 아야진해변길은 한결같이 맑은 바다의 푸른 파도가 힘차게 출렁인다. 그 해변길을 따라 가다보면 아야진해수욕장에서 발길이 멈춘다.
백사장 모래가 유난히 부드럽다. 600m 길이의 백사장을 걷다보면 모래밭 중간 중간에 작은 바위들이 어우러져 있다. 갯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산호초와 해조류들이 파도와 갯바람에 나부낀다. 아야진해변은 여름철 해수욕은 물론 사계절 낚시, 해양생태체험,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바닷가의 적막함이 깨지곤 한다. 바위가 길게 바다로 이어진 곳이 기차바위인데 성게, 불가사리, 푸른 해초와 작은 물고기들의 유영을 관찰할 수 있고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아야진해변길 남쪽으로 아야진항이 이어진다. 아야진항은 지난 1971년 12월에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두 개의 방파제가 바다로 팔을 뻗어 항구를 끌어안은 모양이다. 마치 꽃게처럼. 항구는 네 차례에 걸친 공사 끝에 작지만 조용하고 쾌적하고 아담한 관광명소가 됐다.
아야진항은 90척의 어선이 이용하고 연중 생산한 수산물이 1093톤, 수익은 82억5300만 원 정도다. 어민들은 주로 연안, 근해어업으로 오징어, 꽁치, 양미리, 가자미, 넙치, 문어 등을 잡는다. 마을어장에서 전복, 성게, 해삼 등을 양식한다. 아야진은 양미리 주산지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양미리를 비롯 도루묵, 학꽁치 등이 많이 잡힌다.
아야진항 주변에서는 바다낚시 체험 배를 이용할 수 있고 식당가에서는 여행자들이 잡아온 어종을 회로 떠주거나 다른 메뉴와 함께 식사를 겸할 수게 해준다. 물론 해녀와 어민들이 잡은 다양한 자연산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아야진항에서는 4년마다 3일간에 걸쳐 풍어제가 열린다. 풍어제는 어민들이 풍어와 뱃길의 안전을 비는 축제로 지난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돼 전통문화로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아야진 어촌마을 풍어제는 부정굿, 도당지신굿, 성황굿, 화해굿, 합의굿, 조상굿, 세존굿, 칠성굿, 산신굿 등 전통문화 재현 행사로 진행된다. 축제 때 오징어·문어 맨손잡기 프로그램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아야진항에서 등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대는 어선의 안전한 정박과 어획물 싣고 내리는 어민들의 삶과 365일 동행한다. 항구와 등대는 어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여행자들에게 추억과 낭만을 제공하고자 방파제등대 앞에 공연장과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트릭아트와 포토존을 만들어 놨다
아야진등대에서 남동쪽으로 545m 길이의 북방파제, 작은말항의 남측에는 150m의 남방파제가 있다. 큰말과 작은말에는 677m의 물양장, 247m 호안이 축조돼 아야진항을 구성한다. 아야진 앞바다의 해류는 무인도 죽도 쪽에서 선박이 아야진항으로 입항할 때 좋게 흐른 편인데 입항 할 때 목표물이 바로 등대이다.
아야진항 수심은 2~4m 정도, 바다 밑은 모래와 바위로 형성돼 대체로 굴곡이 심한 지반 형태다. 이런 지형 때문에 대형 선박이 드나들기에는 어렵지만 20톤 미만의 소형 어선은 물양장에 접안할 수 있다. 물양장은 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를 말한다. 주로 어선이나 부선 따위가 접안해 하역한다.
아야진항은 입구가 협소하고 암반이 많아서 남방파제 쪽에는 암반 위에 등주라고 부르는 무인등대가 설치돼 있다. 등대는 수심의 암초와 같은 방향으로 기울기를 맞춰 세워져 아야진항을 오가는 선박들에게 안전한 항해를 돕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아야진해변길 끝자락인 아야진방파제에 빨간 등대가 있다. 동해의 일출 명소다. 이 등대의 공식 명칭은 ‘아야진항북방파제등대’. 지리적 명칭인 아야진항과 시설 명칭인 방파제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이 등대는 1933년 1월 28일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9m 높이의 등대는 홍원형콘크리트 구조다. 선박은 이 등대를 우측으로 두고 입항한다. 이런 등대를 우현표지라고 부른다. 배가 들어오는 방향을 기준으로 우측의 위험물을 표시해준다. 등대 불빛은 5초 주기로 홍색 불빛이 1초 동안 1번씩 반짝이며 밤바다 선박들에게 등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등대 불빛이 반짝일 때마다 16.6km 해상의 선박들에게 전달된다.
고성군은 아야진항과 등대를 중심으로 어촌테마마을로 조성 중이다. 2022년까지 마을색채정비, 주·야간 조형물 설치, 마을이야기 길 2.0km 조성, 작은 박물관 조성 등을 통해 해변 경관과 콘텐츠를 확충한다. 토속 해산물 제공, 쾌적한 음식점과 위판시설 조성, 바닷가 이벤트 공간 마련, 방파제와 등대 주변 공간 등을 해양문화 체험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야진항방파제등대에서 우측으로 청간정이 보인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등장한 무대다. 정철은 관동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여덟 곳 중 하나로 청간정을 꼽았다. 청간정은 고성8경 중 제4경이다. 청간정의 일출과 일몰은 관동8경, 설악일출8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동해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기암절벽위에 팔작지붕의 중층누정으로 아담하게 세웠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다. 아름다운 주위 풍광 탓에 예로부터 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송 숲 사이로 뚫린 오솔길을 지나 가슴 시원하게 동해바다가 펼쳐져 출렁인다.
청간해수욕장은 백사장과 바위가 어우러진 점은 아야진해수욕장과 비슷한데 백사장 모래가 더 굵은 게 다르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게, 소라를 잡거나 낚시는 즐기는 경우가 많다. 청간정 앞바다에 청간정다이버센터가 있다. 그만큼 호젓하고 깨끗한 해변이다. 조용히 바다를 걸으며 사색하기에도 안성맞춤인 해변이다.
산책로는 군 작전 지역이라 여름철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겨울철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출입이 허용된다.
고성군은 지난해 12월 31일 솔숲과 해변을 잇는 인도교를 개방했다. 그동안 걷기·자전거 길이 단절된 이 구간을 복원해 여행자들이 천강정의 진면목을 즐기면서 아야진, 천진·봉포 등과 연계여행 후 이곳에서 쉴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청간리 유래에 대해는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부터 ‘군선리’라고 불렸다고 전한다. 옛 주민들은 청간리 상수도 서쪽 안터평에서 거주했다. 청간정 자리 산과 바닷가에는 옛날 궁창(창고)과 군부대가 주둔했다. 군부대 이전으로 주민들은 안터에서 해안가로 나와 마을을 형성했다. 그렇게 청간정 건립과 함께 청간리라 불리어 왔다고 한다.
아야진 인근 연계 해안선여행 코스로는 북쪽으로 화진포, 명파해변, 통일전망대 코스가 있고 남쪽으로는 속초 대포항, 청초호, 속초등대, 조도 등이 있다.
아야진으로 가는 길은 자가용의 경우 서울~남양주~홍천~인제~원통~진부령~간성~제2영동고속국도~양양~속초~천진~아야진항 코스다. 대중교통의 경우 속초고속버스터미널 하차~속초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1번 버스)~아야진항 정류장 하차 후 도보로 이동한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할 경우 한국전력 정류장 승차(1-1버스)~아야진항 정류장 하차 후 도보로 이동한다. 문의: 고성군 관광문화과(033-680-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