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갯바람에 내 영혼을 헹구며 낚싯줄을 던지다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홍원항 …서해바다 전어, 꽃게, 주꾸미, 오징어 다 모여
박상건 기자 2020-12-01 08:52:28
홍원항의 아침

홍원항은 고려시대 ‘한산’으로 불렸던 충남 서천에 있는 국가어항이다. 서천군 서면에 위치한 홍원항은 서방파제등대 북서방향 80m 해상과 북동방향 800m 해상 지점에서 직각으로 육지부를 연결하는 선을 따라 형성된 공유수면을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04년 어촌지역 발전과 어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해 어촌관광모델 후보지를 전국적으로 24개소를 선정해 다기능 어항・어촌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해안에서 홍원항이 다기능 어항으로 선정됐다. 그렇게 홍원항은 수산시장, 마리나시설, 공원, 해안 산책로, 수산물센터 등 다기능 해양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갓잡은 물고기를 수조로 옮기는 모습

이 계획에 따라 홍원항은 충청권 서해안의 지리적 장점인 수도권과 접근성으로 인해 레저・여행・문화・어촌체험 공간으로 급부상했고 주변 어항과 어촌지역까지 파급효과를 미치며 해양문화 활성화와 어민들 소득증대에 동시에 기여했다. 

홍원항 방파제등대는 항구와 어선과 어민의 삶을 365일 동행하며 서 있다. 방파제는 거센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방파제 사이의 거리는 선박들의 입출항 항로를 표시한다. 그렇게 등대는 오고 가는 배들의 안전한 항해를 안내하고 있다. 

홍원항은 다기능어항답게 서해에서 갓 잡은 수산물을 현지는 물론 실시간으로 수도권으로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낚시와 낚시잔교, 요트, 미리나방파제등대, 횟집과 숙박,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춰 저마다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홍원항 마리나 방파제 등대(사진=대산지방해양수산청 제공)

특히 2009년 12월말 준공한 마리나방파제 등대는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 여객선 등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홍원항은 수산업, 교통・물류, 관광 중심어항, 어민 생활거점 어항으로서 기능을 갖춘 다기능 어항의 거점으로써 등대는 선박의 안전 항해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높이 16m 폭 4m의 이 빨간색 등대는 서해로 나가는 길과 홍원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의 이정표다. 그러면서 여행객들에게는 해안선 산책길로써 방파제를 제공하고 추억과 낭만을 상징 장소로써 등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쪽 해안 홍원리에는 야트막한 눌녹산이 있다. 이 산줄기가 서북쪽으로 내려가 바다로 스며든다. 이곳은 홍원항의 또 하나 전망 포인트. 특히 홍원삼거리 길목과 벌판까지 색색의 야생화와 함께 항구 주변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홍원항 남쪽은 육지이고 북서쪽이 바다로 이루어진 해안선이 항구다. 항구 서쪽은 40m 정도의 언덕이 해안에 닿아 있는데 등대에서 바라보면 이 언덕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감동적이다. 해가 저물면서 야경에 젖어든 홍원항 풍경도 볼거리다. 

홍원항은 시골의 작은 항구지만 사실 낚시꾼들과 미식가, 낭만 여행객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관광명소로 입소문난 곳이다. 항구를 터벅터벅 걸으면서 홀로여행을 즐기거나 어선과 방파제 등대불빛을 바라보며 관조하는 여행을 즐기는 가을나그네에게는 제격이다. 등대 아래 서서 잔잔한 서해바다에서 일렁여 오는 파랑을 바라보며 뒤안길을 더듬어보고 가지 않은 그 항로를 그려보는 것은 여행자나 어부의 삶이나 매한가지 일 터. 그렇게 혼자도 좋고 연인과 가족끼리도 좋은 곳, 작지만 아름다운 포구에서 낚싯줄도 던져보고 때로 바다로 나가도 좋다. 어디서든 나그네의 영혼을 헹구어 주는 갯바람이 불어오고 삶의 푸른 물결이 철썩철썩 출렁여 올 터. 

위판장 수산물

홍원항과 수산물 판매장 사이 공간은 이 항구의 역동성을 체감하는 축소판이다. 수시로 입항하는 어선에서는 갓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을 활어차로 옮기거나 경매장이나 인근 횟집 식당으로 옮겨진다. 막 들어온 고깃배에서 해산물을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홍원항은 가을에서 초겨울 무렵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붐빈다. 이즈음 서해에서 잡히는 주인공은 전어와 주꾸미, 꽃게, 대하, 오징어. 특히 동해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다는 오징어가 홍원항 어촌계활어판매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경매장에서 싱싱한 갑오징어 한 상자가 7만5000원 선에 거래됐다. 서울 한정식에서 갑오징어 한 접시에 3~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저렴하다. 

그래서 서울의 미식가들과 유통업자들은 홍원항으로 몰려든다. 그렇게 포구에서는 서해의 풍부한 수산자원이 연중 유통되고 주변에 식당가 등 주민들 삶의 풍경이 매우 역동적이다. 항구에는 어민뿐 아니라 각지에서 온 낚시꾼들로 붐빈다. 숭어, 우럭, 농어, 감성돔 등 큼지막한 어종들이 잡힌다. 낚시 포인트는 홍원항과 방파제등대 주변. 낚시가 아니더라도 썰물 때 바닷가에서 갯바위에 붙어사는 홍합과 굴 등을 채취하는 체험여행을 즐길 수 있다.

홍원항 방파제 등대

홍원항의 대표 어종인 전어는 돈 전(錢)자에 물고기 어(魚)자를 쓴다. 맛이 좋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돈 주고 사고 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어는 4월에서 6월까지 산란을 마치고 여름에 영양분과 지방을 축적한다. 가을에 지방분이 최고조에 이르러 그 고소한 맛도 몇 곱절 배가된다. 서천군은 9월부터 11월이 전어 철을 맞아 매년 ‘홍원항 자연산 전어축제’를 연다. 

축제장에는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 오른 전어구이, 전어무침, 전어회, 꽃게탕, 꽃게찜을 맛보고 홍원항 가을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전어 깜짝 경매, 수산물 직거래 장터, 특산품 판매장, 서천특화시장 투어, 전어맨손잡기 체험, 비눗방울 놀이, 홍원항 보물찾기, 전통놀이 체험 등 남녀노소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전격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홍원항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이 축제기간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서해 주꾸미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곳도 홍원항 앞바다다. 새벽부터 가을 주꾸미를 잡는 어부들과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어선에서는 살아 파닥이는 주꾸미를 잡아 올리는 모습, 포구에서는 주꾸미를 활어차로 옮기기는 모습들로 분주하다. 횟집 식당에는 입항한 어부들과 낚싯배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갓 잡은 주꾸미로 철판볶음, 우럭 매운탕 등으로 아침 시장 끼를 달래는 모습이 퍽 정겹고 행복해보였다. 

홍원항 인근 여행지로 서면 소재지로는 홍원항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30분 거리에 천연기념물 마량리동백나무숲이 있고, 서해바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

홍원항 삼거리 야생화

할 수 있는 마량포구가 있다. 홍원항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30분 거리에 춘장대해수욕장이 있다. 한산면 소재지로는 한산모시관이 50분 거리에 있다. 한산모시는 우리나라의 미를 상징하는 여름 전통옷감으로 백제 때 한 노인의 현몽으로 우연히 발견된 후 15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홍원항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나들목~서면사무소삼거리~춘장대해수욕장입구삼거리~해돋이맛김앞사거리~홍원항입구삼거리~홍원항삼거리~홍원항. 대중교통은 서천터미널, 서천역, 웅천역에서 농어촌버스가 운행한다. 문의: 서천군 연안항만팀(041-950-4140)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섬TV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몰디브, 보라보라, 발리......’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섬들이다. 이곳에는 무성한 야자수와 금가루 같은 백사장, 그리고 돈 많은 관광객이 있다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 해양민족이다. 늘 푸른 바다, 드넓은 바다, 3000여 개가 넘는 섬들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해양사가 기록되고 해양문화가 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전곡항은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시화호 이주민을 위해 조성한 다기능어항이다. 항구는 화성시 서신면과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아산만 당진시 안섬포구는 서해안 간척 시대의 어제와 오늘, 서해 어촌이 걸어온 길과 관광 대중화에 발맞춰 섬과 포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신시도에서 고군산대교를 지나면 무녀도다. 무녀도는 선유대교를 통해 선유도와 장자도와 연결돼 차량으로 고군산군도를 여행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봄이 왔다. 푸른 하늘이 열리는 청명을 지나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곡우를 앞두고 봄비가 내렸다. 농어촌 들녘마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올 농
(7) 떠나가고 싶은 배

(7) 떠나가고 싶은 배

코로나로 모두가 묶여 있은 세상. 떠나고 싶다. 묶인 일상을 풀고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저 저 배를 바라보면서 문득, 1930년 내 고향 강진의 시인
(6) 호미와 삽

(6) 호미와 삽

소만은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 절기다. 들녘은 식물이 성장하기 시작해 녹음으로 짙어진다. 소만 무렵, 여기저기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다. 이른 모내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총무, K의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모처럼의 통화였지만 K의 목소리는 어제 만나 소주라도 나눈 사이처럼 정겨웠다. &ldqu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크고 제일 어린 섬이다. 빅 아일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른 하와이의 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