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읽는 섬이야기] 비응도, 해당화 지다(2편)

“할머니, 궁금한 것이 있는데 보따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어?”
박월선 기자 2020-09-01 09:57:16

다음 날에도, 할머니는 품속에 보따리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눈을 동그랗게 뜬 엄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엄마가 몸을 내 앞으로 기울이며 어깨를 으쓱 들었다. 영문을 모를 때 하는 몸짓이다. 


‘저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엄마를 따라 나도 어깨를 으쓱했다. 궁금했다. 말없이 앉아 있는 할머니를 흘낏 곁눈으로 보았다. 


“어머니 그렇게 앉아 계시지만 말고 저랑 목욕탕에 갈까요. 네?” 


나는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보따리를 풀어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할머니는 그 작은 보따리를 접의자처럼 옆구리에 끼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작전 개시를 시작할 수밖에. 나는 계획에 없는 목욕탕 행을 결심했다. 


“엄마, 나도 목욕탕 가야겠어. 요즘 몸이 근질거려서…….” 


나는 일부러 몸을 긁기 시작했다. 


“아니, 얘가 아까는 질색을 하더니.” 


할머니의 팔짱을 끼고 나는 목욕탕에 도착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 제가 등 밀어 드릴게요.” 

“그럴래?” 


할머니가 내게 등을 내밀었다. 나는 수건으로 할머니의 등을 밀었다. 앙상한 뼈다귀에 수건이 걸려 밀어지지 않았다. 


“아이구, 시원하네.” 

“할머니, 궁금한 것이 있는데 보따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어?” 

“보따리?”

 

섬마을 버스(사진=섬문화연구소DB)

할머니는 탈의실 사물함에 두고 온 보따리가 걱정되는지 탕 밖을 자꾸 내다보았다. 마치 보따리를 누가 가져가기라도 할 듯이. 그러다가 누런 이를 내보이시며 씩 웃었다. 

나도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도통 알 수가 없다. 


“할머니 그 보따리 한 번만 보여줘!” 

“안돼! 할머니 보물이여.” 

“보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게 할머니는 돌아앉았다. 

엄마가 그만 하라는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목욕이 끝나고도 할머니는 보따리를 먼저 챙겼다. (계속)

박월선(동화작가)




 

섬TV

서정춘, ‘랑’

서정춘, ‘랑’

랑은이음새가 좋은 말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사랑하기 좋은 말 - 서정춘, '랑’ 전문 팔순 고갯마루의 서정춘 시인이 제 7시집 ‘랑&rsq
박화목,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저녁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 해양민족이다. 늘 푸른 바다, 드넓은 바다, 3000여 개가 넘는 섬들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해양사가 기록되고 해양문화가 탄
서해 끝섬, 격렬비열도

서해 끝섬, 격렬비열도

서해 끝섬, 서해의 독도인 격렬비열도.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격렬비열도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한 7월 4일이 ‘격렬비열도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남제주군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푸른 물결 퍼 올리며 달리는 배의 저편에 한 폭의 수채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안선 풍경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안선 풍경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백령도는 북위 37°52′에 걸쳐 있는 섬으로 2㎞ 앞이 38선이다.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북으로 222km 해상에 있다. 쾌속선으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봄이 왔다. 푸른 하늘이 열리는 청명을 지나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곡우를 앞두고 봄비가 내렸다. 농어촌 들녘마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올 농
(7) 떠나가고 싶은 배

(7) 떠나가고 싶은 배

코로나로 모두가 묶여 있은 세상. 떠나고 싶다. 묶인 일상을 풀고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저 저 배를 바라보면서 문득, 1930년 내 고향 강진의 시인
(6) 호미와 삽

(6) 호미와 삽

소만은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 절기다. 들녘은 식물이 성장하기 시작해 녹음으로 짙어진다. 소만 무렵, 여기저기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다. 이른 모내
오세영, ‘바닷가에서’

오세영,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송수권, ‘적막한 바닷가’

송수권, ‘적막한 바닷가’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하루에 한 번씩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하루에 한 번씩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갈밭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총무, K의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모처럼의 통화였지만 K의 목소리는 어제 만나 소주라도 나눈 사이처럼 정겨웠다. &ldqu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크고 제일 어린 섬이다. 빅 아일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른 하와이의 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