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는 풍월주인에게 제격이다. 연륙교 건너는 승용차 여행이 나무를 보는 것이라면 항해하는 배에서 섬을 조망하는 일은 숲을 보는 셈이다. 신의 예술인 자연에 젖어드는 여행, 자연 애서 나를 반추하는 여행으로 섬 여행은 안성맞춤이다.
아스팔트의 낯익은 일상보다 푸른 머리를 풀어헤치는 바다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은 정겹기도 하고 이국적이기도 하다. 색색의 부표를 달고 출렁이는 양식장과 어민들 삶이 있는 바다여행은 또 다른 삶의 지혜와 감동을 전율시킨다.
도선은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는 선박을 말하는데 흔히 철부선이라고 부른다. 전국에서 운항하는 도선은 옹진, 통영, 여수, 목포, 완도 등에서 96척이 운항 중이다. 정부는 지난 1980년부터 적용해오던 도선 운항거리 2해리(3.7㎞) 이내 한정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당시 ‘유선 및 도선 사업법’은 소규모 선박의 엔진 성능 등이 낮아 해상사고를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선박 규모와 성능이 향상되고 해상교통 편의 등을 통한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만(灣)을 갖춘 해역에서 도선 운항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노화도는 완도항에서 31.5㎞ 떨어져 있다. 도선은 완도 화흥항, 해남 땅끝 마을 갈두항에서 운항하고 직선으로 9㎞ 거리에 있다. 완도는 3개 읍과 9개면으로 이뤄졌는데 노화도는 완도읍, 금일읍과 함께 3개 읍 소재지에 해당한다. 섬 면적은 32.07㎢, 해안선 길이는 41㎞, 최고점은 148m다. 섬 북쪽과 서쪽은 산지이고 동남쪽은 구릉성 산지다. 섬은 주로 중성화산암과 반암류 암석지대로 돼 있다.
노화도 염등마을은 약 400년 전 제염업으로 생계를 꾸렸던 마을로 노화도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첫 마을이다. 염등마을 앞 갯벌에 갈대꽃이 피면 장관을 이뤄 갈대 노(蘆)자와 꽃 화(花) 자를 따서 노화도라고 불렀다.
완도 화흥포항을 출발한 도선이 노화도 동천항으로 들어올 때 오른쪽으로는 횡간도의 사자바위, 왼쪽으로는 아담한 섬, 구도가 보인다. 비둘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역으로 소안도 관할인데 면적은 0.39㎢의 유인도다. 야생화와 왜가리가 서식하는 한적한 섬을 돌아보는 데 30분 정도면 족하다. 2017년 노화도와 연도교가 연결됐고 구도와 소안도 본섬이 연결되면 바야흐로 노화, 소안, 보길도 3개 읍면이 완전한 공동 생활권을 구축한다. 해남 땅끝에서 도선을 타고 노화도 신양진항으로 들어올 때 만나는 첫 섬은 마식도. 노화도로 들어올 때 첫 섬, 가장 들머리 섬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노화도는 이밖에도 넙도, 서넙도, 청룡도, 마안도, 죽굴도, 목섬 등 4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동남쪽 소안도와 보길도가 노화도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 그 아랫녘에 제주도 추자도가 있다.
노화도는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2643세대 5222의 인구가 거주한다. 주민의 70%는 농사와 수산업에 종사하고 주로 쌀, 보리, 콩, 감자, 고구마, 참깨, 마늘 농사를 한다. 바다에서는 전복, 굴, 김, 파래, 톳 양식을 하고 연안에서 도미, 멸치를 주로 잡는다. 나머지 주민 20%는 민박과 식당 등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완도의 연간 전복 생산량은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노화도에서 생산하는 전복은 연간 6556톤으로 1704억5600만원어치. 완도군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김・파래 연간 생산량은 8286톤으로 92억6900원어치. 완도군 생산량의 15%다.
이처럼 노화도는 전복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주변 해역이 맥반석층이고 인근에 큰 강이 없어 민물 영향을 받지 않아 바닷물 고유의 짠맛, 수온과 유속도가 적절히 어우러져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산에 버금가는 품질 좋은 완도전복은 사계절 전국으로 유통되는데 특히 늦겨울에서 초봄에 생산된 전복이 가장 좋다.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성장하는데 이 시기에 새로 움트는 미역과 다시마가 싱싱하고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노화도는 전복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광지와 연계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섬에 입도 과정이 까다로운 상태이지만 북고리에서는 매년 여름방학 시즌에 개매기, 전복 잡이 체험행사를 연다. 전복양식장에서 직접 전복을 만져보고 먹이도 준다. 물때에 맞춰 전통고기잡이 방식인 개매기 체험행사와 고동줍기, 바지락캐기 등 갯벌체험을 한다. 부녀회에서는 전복전, 전복파전, 전복라면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사한다.
노화농협과 노화우체국 사이에 노화전통시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노화도 일대에서 잡은 전복, 풀치, 멸치, 자연산 톳과 미역, 다시마 등 수산물을 맛보고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청정해역에서 갓 잡은 수산물을 밑반찬으로 한 끼 식사를 막보는 것도 남해안 여행만의 특권인 셈이다.
노화도 앞바다는 울긋불긋 전복 양식장이 한 폭의 그림이다. 맞은편 섬이 소안도와 보길도인데 이 일대 해역은 완도의 대표적인 전복, 김, 파래 양식장이다. 보길도와는 2008년 연도교가 개통돼 승용차로 건너갈 수 있다. 보길도와 노화도 배편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윤선도 보길도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계여행하면서 관광 시너지 효과도 커졌다.
노화도는 간척사업으로 넓은 평야와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많았다. 지금은 폐염전에 태양광 발전시설과 전복, 새우양식을 주로 한다. 과거 광석 매장량이 많아 2개 광산에서 납석을 생산했다. 광산개발은 훗날 식수난을 초래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
노화도 서쪽 당산리에 신비의 바닷길이 있다. 당산리 앞 노록도와 1km에 바다가 영등사리(음력 보름, 그믐 무렵) 때 바닷길이 열린다. 이 때 여행객들은 주민들과 함께 바지락, 꼬막, 낙지, 소라, 개조개, 개불, 해삼, 미역, 톳 등을 잡으며 해양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바닷길 방문 때는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서해 ‘신비의 바닷길’은 음력 2월 11일, 16일, 3월 8일, 15일 무렵에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커서 바다가 갈라진다.
당산리 인근 해역은 완도 최대 전복 생산지다. 마을에는 400여년 넘은 팽나무가 있고 이곳에서 해마다 풍어와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 노록도는 노화도 대표적 파래양식장이다. 130년 전 당산리 마을에 사는 김유용씨가 처음 입도해 마을이 형성됐다.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 등이 노루목 같다고 해서 노리기라 부르다가 노록도로 고쳐 불렀다. 해안에 울창한 방풍림이 우거졌고 매년 정초 이곳에서 당제를 모신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된 죽굴도는 노화도 서쪽 14km 해상에 있다. 왕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도라 부르다가 죽굴도라 개칭했다. 장도, 외모도, 누에머리, 문어도 등 작은 섬들이 함께 출렁인다. 이 섬 건너편이 울돌목의 진도다.
죽굴도는 낚시꾼들에게 널리 알려진 섬이다. 주변 해역에는 문어, 전복 등 어패류가 풍성하고, 다시마, 톳 등 해초류, 부류식 김 양식장으로 인해 풍부한 먹이사슬이 공존한다. 특히 도미 어선들이 황금어장으로 삼는 해역이다.
노화도로 가는 배편은 완도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항으로 가는 길, 해남 땅끝에서 노화도 산양진항으로 가는 항로가 있다. 서울, 광주에서 완도행 고속버스를 탈 경우는 완도터미널에서 화흥포항까지 군내버스가 연계되고, 동천항에서도 버스가 운행한다. 노화도 인근 연계 여행 코스로는 보길도, 소안도, 당사도가 지근거리에 있다.
문의: 노화읍사무소(061-550-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