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그린란드에서 신종 완보동물이 발견됐다. 완보동물은 ‘물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미소생물이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30일 “지금까지 어떤 완보동물에서도 보고된 적 없는 독특한 감각기관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은 2019년 동그린란드 현장 조사 중 확보된 표본을 바탕으로, 극지연구소 박태윤 박사 연구팀이 분석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신종은 ‘밀네시움 그란디쿠풀라(Milnesium grandicupula)’로 명명됐으며, 이름에는 ‘큰 컵’ 형태의 입 구조라는 특징이 반영됐다.
완보동물은 극한 환경에서도 대사활동을 멈춘 채 생존할 수 있는 휴면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중 ‘밀네시움’ 속은 크기가 크고 육식성이 강한 종류로, 다른 완보동물이나 선충, 윤형동물 등을 포식하는 공격성을 지닌다. 일부는 우주 환경에 노출된 뒤에도 생존하고 번식한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밀네시움 그란디쿠풀라는 몸길이 약 0.6~1mm로, 기존 종에 비해 입 구조가 크고 컵 형태로 발달해 보다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극지연구소가 보유한 전계방출형 주사전자현미경(FE-SEM)을 활용해 이 신종의 형태를 정밀 관찰한 결과, 머리 중앙에 약 1μm(0.001mm) 크기의 미세 감각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관은 중앙에 얇은 막이 덮인 둥근 구조를 중심으로, 8개의 미세한 구멍이 방사형으로 배치된 매우 독특한 형태를 띤다.
이 감각기관은 지금까지 어떤 완보동물에서도 보고된 바 없으며, 새우나 고생대 삼엽충 화석에서 나타나는 감각기관과 유사한 형태와 위치를 보여 진화학적 의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완보동물과 절지동물 간의 진화적 연결고리를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지훈 박사는 “완보동물에서 1μm 크기의 감각기관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완보동물의 생존 전략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소생물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점에서도 학문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북극에는 다양한 크기의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미지의 생물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정밀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극지 생물 다양성 연구를 세계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