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을 조금 벗어나 인천공항 앞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왼편으로 3km 긴 해변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마시안 해변길. 이 해변을 따라 해안 다리를 건너 무의도 바닷길에 이르면 마시안 해변길 드라이브 맛이 비로소 완결된다.
마시안해변은 모래사장과 소나무가 잘 어우러져 용유8경 중 제4경 명사십리에 해당한다. 해변을 따라 잠진도~무의도~실미도 섬으로 이어진다. ‘마시안’은 해변 모양이 마치 말안장처럼 생겼다 해서 말안장의 옛말인 ‘마시안’이라고 유래했다. 공식명칭은 ‘마시란’.
이 바닷길은 물이 차오르면 밀물 풍경을,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생태계에 연출하는 바다생물들 서식 장면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해변에는 카페거리가 조성돼 전망 좋은 곳에서 쉬면서 테라스 밖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포토존에서 추억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다와 섬 여행의 진면목은 이처럼 그 여정을 즐길 줄 아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여행의 재미가 더해진다.
그렇게 당도한 무의도는 ‘춤추는 무희 옷처럼’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 수도권 여행자들에게 당일코스로 오래전부터 각광받던 섬이다. 해수욕은 물론 낚시, 걷기여행을 통해 여유와 낭만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최근 연도교가 건설돼 승용차로 건너갈 수 있다. 잠진도∼무의도 연도교는 지난 2014년 9월 착공해 4년 7개월만인 지난해 4월 30일 1.3㎞, 2차로로 개통됐다.
무의대교 건너 등성이를 넘어서면 바로 하나개해수욕장 백사장. 썰물 때 실미도로 걸어서 갈 수 있다. 실미도는 섬 둘레가 6㎞ 무인도로 면적 9.432㎢, 해안선 길이 31.6㎞다. 대부분 소나무군락 산지로 이뤄졌고, 해식애가 발달해 거의 바윗돌로 이루어진 섬은 호젓한 산책길에 어울린다.
무의도와 실미도로 가는 길목에 실미해수욕장과 하나개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 나들이에 좋다. 얕은 바닷가이지만 망둥어가 잘 잡히고 썰물 때 바지락 줍는 재미도 쏠쏠하다. 맨발로 걷기를 즐기기도 한다.
실미해수욕장은 무의도 서쪽에 있다. 2km에 이르는 은빛 백사장이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다. 100년 넘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해변 뒤를 받치고 있다. 수심이 30~35m에 불과하고 갯벌에는 낙지 민챙이 게 고동 바지락 등이 널려 있다.
암반수 맛도 이채롭다. 여행객들이 물때가 맞지 않아 바다로 나갈 수 없는 설움(?)을 달래주고자 백사장에는 별도의 풀장이 만들어져 있다. 밤에 횃불 들고 갯벌을 돌아다니면 소라와 게를 주울 수 있다. 다만 실미도 길목에 있는 굴 양식장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임으로 조개를 캘 수가 없다.
무의도에서 실미도로 가는 길은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은 갯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물이 들어올 때를 대비해 로프를 이어놔 이 줄을 타고 오고갈 수 있다. 무의도 해변에서 숲으로 가는 길에는 ‘실미도 촬영지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에 로프를 달아나 이 줄을 잡고 오르면 된다. 산중턱에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여행자를 반긴다.
실미도는 영화에서 지옥훈련을 하던 31명 대원 가운데 2명이 훈련장을 야밤에 탈출해 썰물 때 무의도로 건너가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주목받은 섬이다. 실미도가 영화 촬영지라고 해서 촬영지 세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북파공작원들이 고된 훈련을 받던 해변이라는 마음 아픈 정서를 아로새기는 공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실미도 684 북파부대’는 1968년 김신조 등 무장공비 31명 청와대 습격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시로 68년 4월에 특수부대를 창설했는데 그 이름이 ‘684부대’다. 영화 실미도는 이 섬에서 일부 촬영했고 대부분 강원도, 부산, 인천, 부안. 제주 파주, 지중해, 뉴질랜드 만년설 로케이션이었다.
무의도 오른쪽 섬모롱이를 돌아서면 ‘하나밖에 없는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 해변이 있다. 봄가을에 ‘맨손 바닷고기 잡기 대회’가 열리는데 4㎞에 이르는 바다를 그물로 막아 숭어를 잡는다. 그만큼 갯벌이 기름지고 숭어가 많다. 해변 폭 100m, 백사장 길이는 1.2㎞에 이른다.
해변은 활처럼 휘어져 있는 모양새로 은모래가 햇살에 눈부시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이고 세트장이 남아 있다. 이국적인 바닷가에서 권상우 씨가 밀물이 들어올 때까지 피아노를 치던 그 해변이다. 바닷가에 영화촬영 과정을 소개한 영상단지와 함께 펜션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 해변에서는 썰물 때 동죽이라는 조개와 소라 바지락 낙지을 캘 수 있다. 밀물 때 넘실대는 파도와 평화롭게 통통대는 어선들의 항해하는 모습도 볼거리다. 수면 위를 발길질하며 날아오르는 갈매기 모습도 아름답다. 노을이 지는 해변에서 연인이 갈매기들을 불러 먹이를 주며 촬영하는 모습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해변가 식당에서 자연산 굴과 조개 요리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등산, 낚시 등 동호회원들이 제철 음식을 찾는 명소인데 중년여성들이 산낙지를 손에 감아 입에 쑥 밀어 넣던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한다. 조개탕, 동죽전, 동죽무침, 활어회도 인기 메뉴 중 하나. 배낚시를 나갈 경우 바로 앞 바다에서 숭어 우럭 농어가 주로 잡힌다.
백사장에서 승마, 사륜바이크, 씨 스카이월드를 즐길 수 있다. 씨 스카이월드는 백사장에 설치된 높이 25m의 철탑으로부터 413m의 와이어를 연결하여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하늘을 날 듯 하강하는 신종 익스트림 레포츠다.
산악인들에게 호룡곡산~국사봉 능선이 인기다. 옛날에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의 호룡곡산은 244m로 무의도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산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굽어보면 서해에 점점이 떠 있는 여러 섬과 수평선이 바다안개에 휩싸여 너울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산은 하나개해수욕장 입구에서 시작하고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나무와 소사나무, 떡갈나무 등이 울창한 숲길이 일품이다. 다양한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호랑바위, 부처바위 등 다양한 기암을 구경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며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푸른 바다에 아스라이 출렁이는 실미도, 팔미도, 영흥도, 자월도, 이작도 등 인근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무의도에서 인도교를 건너면 소무의도. ‘떼무리’라고도 불리는 이 섬에는 해안선을 따라 총 8구간으로 이루어진 무의바다누리길이 있다. 약 2.5km 해안 탐방로를 따라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무의도・실미도로 가는 길은 영종대교→공항고속도로→용유도·무의도 진입로(신불IC 지나서 약 1.2km 이내)→잠진-무의 연도교→무의도. 또는 제2경인고속도로→인천대교→인천공항방면 →용유도·무의도 진입로(신불IC 지나서 약 1.2km 이내)→ 잠진-무의 연도교→무의도. 문의: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032-751-8833)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