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시화방조제를 타고 가다보면 선재도와 영흥도 다리를 건너기 전에 홀곳 방향의 군부대 앞에 앙증맞은 섬 메추리와 쪽박섬이 있다.
이 섬은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속하는데 대부동은 삼국시대 마한에 속했고 조선시대에는 남양군에 속했다. 1914년 부천군으로, 1973년 옹진군, 1994년에 안산시에 편입됐다. 대부도는 남양 쪽에서 대부도를 바라보면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해서 ‘큰 언덕’이라는 뜻을 지녔다.
대부도에 딸린 이 작은 섬, 메추리와 쪽박섬은 서울에서는 승용차로 1시간, 안산 시화방조제에서는 15분 거리에 있다. 대부도까지 승용차를 타고 가서 걷기코스로 즐기거나 대남초등학교 주변에 주차 후에 섬으로 쉬엄쉬엄 걸아가는 여행코스로 좋다.
바닷길로 이어진 길가에는 들꽃과 포도 과수원이 줄지어 있다. 포도는 이 지역 특산물이다. 시골길은 풀꽃 향기와 봄 향기로 가득하다. 여름이면 녹음이 더욱 짙어 청량한 바람결 따라 걷는 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전형적인 시골길과 울긋불긋 어촌 풍경이 함께 하여 여행자의 가슴을 포근하고 정겹게 감싸 안아준다. 그렇게 걸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길목마다 이따금 벌판이 어지고 낚시터도 자리 잡아 입질을 즐기는 사람들 표정도 여유롭기만 하다.
이 섬으로 가는 길은 제부도, 수원, 사강 방면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영흥도, 선재도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대부도 시화방조제 길에서는 영흥도, 선재도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바다로 가는 길이 열린다. 바닷가에 서면 좌측으로 화성의 제부도가 보이고, 우측 편으로 옹진군 선재도와 영흥도가 보인다. 정면으로는 아스라이 풍도, 승봉도 섬들이 보인다.
교통 안내판을 따라 3km 정도 들어서면 수협삼거리, 더 직진하면 주유소 지나 대남초등학교다. 대남초등학교 앞은 그대로 갯벌의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과 해양체험을 할 수 있는 물레방아, 풍차, 염전, 바닷가 양식장이 잘 꾸며져 있다.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추억과 잠시 바쁜 일상을 털고 숨으로 고르는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대남초등학교에서 바라보면 왼쪽 해안가는 고래모양을 닮은 고래부리와 마주한다.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오른쪽 해안선이 메추리 쪽박섬으로 가는 길. 여기서부터는 바닷길로 접어드는 시골길이다. 메추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메추리섬은 홀곳동이라는 마을 앞 길쭉하게 뻗어 있다.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썰물이면 육지와 연결된다.
안산시 대부남동 울타리 역할을 하는 불굴산 줄기가 서쪽으로 뻗어 마지막 줄기가 이 섬에서 멈춘다. 그 줄기가 작은 바위섬과 만나 다시 바다로 출렁이고 섬으로 일어선다. 그 마지막 섬이 쪽박처럼 생긴 쪽박섬. 바위섬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해안가에서 볼 때 메추리는 수평선 쪽으로 좀 멀리 떨어져 있고, 쪽박섬은 바로 앞에서 출렁인다. 여행자 시야에는 쪽박섬이 먼저 들어선다. 이 두개의 섬 앞바다는 드넓게 갯벌이 펼쳐진. 호젓한 바닷가에서 조용히 지내기에 참으로 좋은 갯벌체험 공간이다.
해안가에는 주민들이 알맹이를 까고 버린 굴 껍데기가 수북하다. 그만큼 이 바다는 굴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뿔고둥, 서해비단고둥, 동죽조개, 민챙이, 칠게, 꽃게 등도 자란다. 조개 종류가 많아 호미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면 멀리 바다에서 푸짐한 조개들을 캐서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바다는 바닷물이 빠질 때, 섬과 바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해안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것이 반복된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씩 되풀이 된다. 물이 완전히 들어온 상태를 ’만조’, 완전히 빠진 상태를 ’간조’라고 한다. 만조에서 간조로 바뀌는 데는 걸리는 시간은 6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밀물과 썰물은 달과 지구가 회전 운동할 때 지구로부터 달아나려고 하는 힘에 의해 발생한다. 즉, 달을 향한 바닷물은 달이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밀물이 되고 반대편 지구의 바닷물도 달이 끌어당기는 힘에서 벗어나려는 힘이 작용해 밀물이 된다.
따라서 지구가 하루에 한번 자전하는 동안 한번은 달의 인력, 한번은 원심력에 의해 두 번의 밀물이 발생한다. 태양도 밀물과 썰물에 영향을 미치지만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달보다 그 영향력은 작다. 달은 음력 한 달을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보름과 그믐에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 위에 있게 된다. 이때는 태양의 인력이 합쳐지면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커진다. 이를 ’사리’라고 한다. 반대로 태양, 지구, 달이 직각으로 배열되는 상현과 하현에는 인력이 분산돼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작아진다. 이때를 조금이라고 한다.
서해는 동해나 남해에 비해 바다가 육지 깊숙이 들어와 막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 때 출구가 막혀 그 차이가 커진다. 우리나라 바다 특징은 인천의 경우 수심이 낮은 서해와 옹진반도 해안선에 의해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8∼10m로 매우 크다. 동해 속초는 수심이 깊고 굴곡이 없는 해안선 영향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0.5m 이내로 매우 작다.
이처럼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에너지를 얻곤 하는데 인근의 사화조력발전이 그런 경우다. 어민들은 이런 원리 속에서 바다를 경영하며 산다. 갯벌체험과 낚시인들 역시 이런 물때에 따라 수산물을 캐고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바람이 불거나 물때가 맞지 않을 때는 마을 안에 있는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긴다.
물이 들어설 때는 일반적인 낚시를 즐기지만 아직, 갯가에 돌을 쌓아 밀물 때 고기가 밀려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 이른바 ‘독살’이 설치돼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원리를 삶의 지혜로 활용한다. 사람 키의 다섯 배에 이르는 거대한 뜰채로 고기를 잡는 이른바 ‘사두질’ 고기잡이도 이용한다. 모두 자연 환경을 그대로 활용한 전통 어로방식이다.
갯벌이 넓게 분포한 지역이다 보니 함초가 많다. 갯벌에 서식하는 이 함초는 바다에서 나는 산삼으로도 불린다. 함초는 줄기에 마디가 많고 잎이 살 찐 것이 좋으며 깨끗이 씻어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나물로 무쳐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신다. 부침개에 넣어 먹기도 하는 등 최근 다양한 요리로 활용되고 있다.
함초는 바다에서 소금을 흡수하며 자란다. 각종 미네랄, 비타민,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다. 소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다이어트, 피부미용, 피로회복, 고혈압, 당뇨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갯가에 갯메꽃도 많이 피어 있다. 해안가로 찔레꽃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농어촌 풍경을 더욱 짙푸르게 덧칠하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 조개잡이와 고동잡기 등 갯벌 동물체험과 모래성 쌓기, 진흙 놀이 등 아이들은 갯벌놀이터로 제격이다. 바다에서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수도권 인근 바다 중 이렇게 적막한 바다에서 체험학습과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이요 행복이다.
이곳 해안은 구봉과 선감지역의 갯벌 자원을 주제로 한 해양체험, 레저, 청소년수련장과 해양박물관, 인공해수욕장 등과 연계해 컨벤션기능을 갖춘 고급호텔, 콘도, 컨벤션센터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메추리섬은 수상스키 등 해양스포츠와 기업연수원 등 체류형 휴양단지가 조성될 계획을 갖고 있다.섬 주변에 민박과 펜션시설이 있다. 특히 대부도 방향으로 각종 편의시설이 넉넉히 자리 잡았다. 펜션 등에서 바비큐, 노래방, 탁구장 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해변으로 들어서기 전에 마을 입구 슈퍼에서 참숯, 간식거리는 사오게 좋다. 숯불구이용 고기는 삼겹살보다는 목살이나 기름기가 적은 부위가 적합하다고 주민들은 귀띔했다. 선상낚시, 선상유람은 사전에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인근 섬으로 연계하는 여행코스라면 대부도, 오이도, 선재도, 영흥도, 제부도 등이 있다. 문의: 대부동 행정복지센터(031-481-6612)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