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비열도로 가는 특별한 여행] 끝섬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격렬비열도

7월 4일 격렬비열도의 날…가세로 태안군수 일행 서해 끝섬 현장 탐방
박상건 기자 2024-06-17 10:43:16
2029년부터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찾아가는 서해 끝섬 격렬비열도

독도에 비해 등반 레저가능…제주도 소매물도 가거도 홍도 비경 축소판

격렬비열도등대

격비호에서 종선을 옮겨 타고 북격렬비열도에 도착하는 장면

서해 끝섬, 서해의 독도인 격렬비열도가 우리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섰다. 7월 4일은 격렬비열도의 날이다. 태안군은 이날 2시 태안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가세로 군수와 관계 전문가, 군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격렬비열도의 날’ 선포식을 개최한다. 
 

망망대해, 거친 파도를 넘는 섬의 지리적 여건 탓에 가세로 군수 등 일행은 지난 3일 격렬비열도를 사전 답사해 격렬비열도등대에서 문학예술 공연, 관계 기관장 등 향후 발전방향 논의, 표지석 제막식, 격렬비열도 섬 탐방 등을 담은 방송 녹화를 진행했다.  
 

격렬비열도는 충남 태안군에 소속된 섬으로 충남 최서단, 대한민국의 영해 범위를 결정하는 영해기점 섬이다. 태안에서 55km, 중국 산둥반도와 268km 떨어져 있다. 신진도 안흥외항에서 출항하면 가의도, 정족도, 옹도, 궁시도, 하사도, 난도, 우배도, 석도를 지나 서해 마지막 섬 격렬비열도에 이른다. 
 

서격렬비열도와 동격렬비열도는 개인 소유의 섬이다. 한 때 중국인들이 이 섬 매입을 시도해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태안군민을 중심으로 한 국민 여론이 거셌다. 결국 정부는 영토 및 영해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1995년 철수시켰던 해양수산부 등대직원 4명을 20년 만인 2015년 7월 1일 자로 발령내고 2인 1조로 15일씩 근무토록 했다.
 
격렬비열도 표지석

격렬비열도 영해기점 표지

그렇게 나는 등대직원들이 근무를 시작한 한 달 후인 2015년 8월 EBS 한국기행 촬영팀과 격렬비열도편 촬영을 위해 격렬비열도를 찾았었다. 격렬비열도는 정기여객선이 다니지 않는다. 등대직원들도 신진도 외항에서 어선을 타고 오간다. 이날 등대직원 소개로 어선을 타고 섬으로 향했다. 
 

난바다의 섬에 도착한 다음날 풍랑주의보를 만났다. 해상날씨는 사나흘 격렬했다. 서격렬비열도, 동격렬비열도, 북격렬비열도 삼형제 섬은 1.8㎞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 어깨 걸고 출렁인다. 섬과 해협의 골바람은 정말 거칠었다. 
 

격렬비열도는 화산폭발로 현무암과 유문암,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섬으로 7000만 년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섬으로 알려졌다. 섬과 그 주변은 참돔과 감성돔, 농어, 오징어, 멸치, 꽃게 등이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이다. 
 

격렬비열도는 3개 섬들이 기러기가 열 지어 날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등대 옥상에서 바라보면, 특히 드론을 띄어 전체 섬을 내려다보면 황소가 드러누워 두 눈을 껌벅껌벅 작은 섬들을 보호하고 있는 모성애 상징 섬으로 다가온다. 먼 바다로 다시 비상을 꿈꾸며 한민족의 내일을 밝히는 엄마처럼 맨 앞에서 일어나 행진하려는 섬처럼 보인다. 

“망망대해 그 너머/연사흘 흰 거품 물고/칠천만 년 꾹꾹 눌러 둔 고독이/마침내 폭발하더니만, 깊고 깊어 푸른/그 그리움 더 어쩌지 못하고/파도소리 뜨겁게 퍼 올려/등대 불빛을 밝히는/서해 끝 섬//온몸 뒤틀며 태어난 기억/파도소리 홰칠 때마다 귓전에 여전한데/두 눈 껌벅 껌벅/황소처럼 드러누워/또 무슨 꿈을 꾸는가”(박상건, ‘꿈꾸는 격렬비열도’ 중에서)
 
격렬비열도로 가는 태안 격비호

동격렬비열도

환경부는 격렬비열도가 서해에서 바닷물이 가장 맑고 해안지형이 절경을 이뤄 섬의 보존가치 높아 등급을 최상급으로 평가했다. 해양수산부는 서격렬비열도를 2014년 절대보전 무인도서로 지정했고, 2015년에는 우리나라 영해기점임을 표시하는 영구시설물을 설치했다. 2017년 5월에는 서격렬비열도를 ‘이달의 무인도서’로 선정했다. 
 

기상청은 서해종합해양기상관측기지를 설치했다. 기상관측기지는 등대와 함께 난바다 해양감시와 파도 높이 등을 관측해 기상정보를 실시간 제공, 선박의 안전항해와 우리 국민들이 바다를 보다 더 유용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태풍주의보는 사나흘을 넘기면서까지도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 결국 나는 촬영팀과 함께 충남 행정선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일 태안군 행정선 격비호를 타고 격비도로 향했다. 태안군 가세로 군수는 배 안에서 참석한 일행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류승규 청장, 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소장, 충남역사문화연구원 김낙중 원장, 성신여대 김정섭 교수, 임청화 백석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김회정 박사,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 한석호 박사, 격렬비열도사랑운동본부 윤현돈 준비위원장, 지석석공예예술원 김유제 원장, 태안군 조한각 행정안전실장 등 실국장 팀장, TJB 대전방송 촬영팀과 태안신문 취재팀이 소개됐다. 
 
서격렬비열도


가세로 태안군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격렬비열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데 앞장서왔다. 2018년 취임 후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며 격렬비열도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건의했다. 2019년 충남도내 15개 지자체 연합체인 충남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해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위한 공동건의문 발표, 2020년 태안군·충남도 주관의 관련 정책토론회, 2020년 ‘카약 타고 서해의 독도 격렬비열도까지’ KBS ‘다큐멘터리 3일’ 방영, 2021년 8월 15일 KBS 광복절 특집으로 독도, 마라도, 격렬비열도 3개 섬을 거점으로 해양영토 수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선상 공연 방송에 이르기까지 격렬비열도 사랑과 영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알리는 데 열정적이었다.  
 

마침내 올해 연안항 용역 시행을 마친다. 2027년부터 본격적인 연안항 개발 공사에 착수하면 우리 국민들은 2029년부터 누구든 격렬비열도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향후 태안군을 중심으로 충청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아시다시피 격렬비열도는 대한민국 최서단 영해기점으로 아주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그 가치가 높다.”면서 “우리 태안군, 충남도, 전 국민이 하나로 서해의 독도인 격렬비열도를 지키고, 청정바다와 섬을 보존하고 향유하면서 주민의 삶터로 국민들이 레저문화를 알차게 즐기는 해양문화공간으로 잘 일구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많은 방문을 부탁했다. 
 
태안군 가세로 군수

격렬비열도는 파랑의 영향을 크게 받은 암석해안으로 해식애와 각각의 바위섬으로 쪼개져 점점이 서있는 이른바 시스택이 장관인 섬이다. 섬에는 원추리, 해국, 억새 군락지가 있고 찔레꽃, 갯메꽃, 딱총나무, 산뽕나무, 천문동, 쇠비름, 쇠무릎, 동백나무 동굴, 사철나무 등이 자라며 괭이갈매기의 집단번식지이다. 
 

해식동과 해식애의 신비로운 비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답고 야생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다. 바다 속은 15m까지 훤히 보인 청정해역으로 산호와 각종 해조류가 풍부해 제주해녀들이 원정 올 정도이다. 이런 해안지형 특성은 최동단 독도에 비해 등반과 레저가 가능한 점, 서남해 가거도와 최북단 백령도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나면서 이들 해안절경과 생태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점이 장점이다.
 

섬에는 100년 이상의 동백나무 군락지가 원시림의 터널을 이루고 팽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희귀식생과 야생화가 피고진다. 사방으로 평지 없는 가파른 섬에는 사계절 쇠고비, 보리밥나무, 갯장구채, 땅채송화, 갯기름나물, 갯까치수영, 원추리, 유채꽃, 해국이 만발한다. 그런 야생화 밭을 지나 섬 끝 해안절벽에 이르자 짓푸른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저절로 함성이 터졌다. 조각품 진열장 같은 해식애 절경은 통영 홍도와 소매물도, 신안 홍도와 거문도 백도, 서귀포 주상절리대 해안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천혜의 해안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격렬비열도 주상절리대 절벽에서 풍경을 담는 섬문화연구소 박상건소장

일행들은 북격렬비열도 등대에서 촬영 일정에 따라 박상건의 ‘꿈꾸는 격렬비열도’ 시낭송,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 임청화 교수의 소프라노 공연, 가세로 군수의 향후 발전방향, 대산해양수산청 류승규 청장의 인사말, 표지석 제막식을 마치고 동격렬비열도, 서격렬비열도를 답사한 후 멀리 세 개 섬의 힘차고 장엄한 박동소리를 보듬은 채 그 섬, 격렬비열도를 떠났다. 
 

“대륙을 휘달리던 바람 소리를 키질하듯/산둥반도로 가던 장보고의 박동 소리를 풀무질하듯/독수리의 날개 짓으로 이 바다를 휘몰이 하는,/해안선 주상절리로 아로새기고/틈틈이 해국을 피워 흔들면서/다시 비상을 꿈꾸는 섬//멀리서 바라보면/유채꽃 원추리로 노랗게 출렁이고/등대지기 거닐던 동백 후박나무 밀사초 섶길 위로/포물선 그리며 푸른 바다에 수를 놓는/새들도 쉬어가는 삼형제의 섬,/격렬비열도”(박상건, ‘꿈꾸는 격렬비열도’ 중에서)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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