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항해하는 선박의 뱃길을 밝혀주는 항로표지의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등대는 건립될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예술적 특징들이 반영된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기도 하다. 등대가 어둠 속에서 밝은 빛으로 항로를 밝혀주듯이, 백여 년 전 세워질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양식들을 현재의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길잡이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등대가 가진 의미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아시아 최초로 세계등대유산에 등재된 호미곶 등대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 등대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지난 2일 포항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섬문화연구소(소장 박상건)와 해양생태계연구언론인회(해언회)가 주최하고 삼성언론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세미나와 등대 답사로 진행됐다. 먼저 세미나는 석영국 전 해양수산부 항로표지과장이 ‘세계의 등대와 세계등대유산 호미곶 등대’라는 주제로 호미곶 등대의 역사와 변천 과정, 역할과 운용 기능, 건축사적 의미에 관해 발표했다. 방대한 역사적 실증 자료와 희귀한 사진들을 포함한 생생한 화보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발표는 평생을 등대에 바친 연구자의 뜨거운 열정과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석영국 과장은 “호미곶 등대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2022년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되었다”면서 이는 ‘2019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이자 한국 등대로서는 최초’라고 강조했다.
석 과장은 등대가 바다의 길을 밝히는 항로표지로서의 고유한 기능뿐만 아니라 건립 당시의 시대상과 건축 양식을 반영하면서 전해 내려오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호미곶 등대 각 층의 천장에는 대한제국의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발견된다. 또한 1900년대초 르네상스 양식의 조형물로 철골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색 벽돌로만 지어진 건물 중 가장 높고,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건물이라는 중요한 건축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세미나 이후 진행된 등대 답사에서는 호미곶 등대가 26.4m로 국내 등대 중 최고 높이면서도 120년 가까이 지진과 해풍에 손상되지 않고 옛 모습을 보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래로 갈수록 넓어져서 수평하중에 저항하기 유리하고, 충분한 두께로 수직하중에 대한 인발력을 상쇄시키는 '연력도' 형태의 평면형과 단면형 구성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진 국립등대박물관 투어에서는 등대의 연원과 기능, 세계와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 및 발전, 항로표지 장비들의 변천 과정 등이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전시물들을 통해 등대가 항로표지의 고유한 기능을 넘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 지역사회와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일조할 수 있음을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