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계절에 바뀌어도 세상 물정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생활공간마다 아지랑이처럼 나부낀다. 우리는 긴 터널 속에서 코로나와 운명적으로 동행하면서 한편으로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만 싶다. 그렇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찌들고 지친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헤칠 수 있는 그런 여행길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잠시나마 마음의 찌꺼기를 허공에 훨훨 날려 버리기엔 동해안 푸른 파도만 한 것도 없다.
강원도 양양은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다. 당일치기도 가능하고 동해안을 따라 연계 여행하는 코스로 좋다. 양양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북쪽으로 속초~고성, 남쪽으로 강릉~동해~삼척으로 이동이 아주 편리하다. 양양은 동해안 낭만가도의 거점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1년 양양을 찾은 관광객은 약 1430만 명. 코로나 이전 2019년 약 138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이후 더 많이 찾았다. 양양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핑 관광객은 약 50만 명. 양양군 인구 2만 8000여 명의 20배 수준이다. 그만큼 양양은 서핑 핫플레이스로 동해를 보듬은 지형적 장점이 탁월한 지역이다.
동해안 푸른 파도와 나란히 달리는 7번 국도를 따라가면 양양군 강현면 하광정리에 이른다. 본디 광정리로 불렸던 어촌마을인데 인구가 늘면서 마을을 분리했고 아랫마을이라는 뜻의 하광정리로 부르게 됐다. 7번 국도에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광정천 하구로써 강과 바다의 경계 지점이다.
하조대해수욕장으로 더 유명한 이 마을은 양양군에서 남쪽으로 12km, 38선에서는 북쪽으로 1㎞ 떨어졌다. 하조대해변은 바다 빛깔이 유난히 파랗다. 마치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에머럴드빛 바다는 하얀 백사장이 잘 어우러졌다, 백사장 길이는 1.5km, 너비 100m, 면적 7562.5㎡, 수심 0.5~1.5m이다. 백사장 규모가 꽤 크고, 모래가 아주 부드럽다. 수심이 깊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 여행지로 그만이다.
하조대해수욕장은 1976년 개장해 매년 야영장과 함께 여름 해수욕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조용하고 담수가 흐르고 남쪽에 기암괴석과 바위섬이 함께 해서 낚시터로도 인기다. 하조대해수욕장 명물 중 하나가 스카이워크. 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등대 모양의 스카이워크에서 맑디맑은 바닷물과 아름다운 백사장, 인근 어항, 동해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다. 하조대해변에서는 서핑은 물론 썸머 페스티벌, 어부체험, 맨손오징어잡기 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런 하조대가 코로나로 인해 안타깝게도 이용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동해의 위엄만은 막을 수가 없다. 흰 거품 물고 밀려오는 파도가 연이어 해변의 적막을 깨우고 있었다. 나름 겨울 바다 홀로 떠난 감성 여행 코스로는 제격이었다.
바닷가에는 서핑 전용해변으로 서피비치(SURFYY Beach) 코스를 운영한다. 하조대 카라반 파크는 카라반의 본고장인 미국 코치맨사가 50주년 기념으로 신개념 캠핑 트레일러를 설치했다. 포세이돈, 비너스, 큐피트, 플로라 등 다양한 종류의 카라반과 함께 나무방, 황토방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수제맥주와 아침 식사도 제공한다.
개인 차량을 이용한 차박도 가능하다. 차박이 가능한 인근 지역으로는 서면의 해담마을 휴양지, 미천골자연휴양림, 잔교리 해수욕장, 강현면 물치해수욕장 등이 있다. 카라반과 차박 이용 시에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테면 캠핑 차량의 장기 주차, 쓰레기 투기 근절 등은 자연에서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여행자가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이다.
해수욕장에서 바위섬 쪽 해안에 둘레길이 있다. 방파제와 바위섬 그리고 소나무숲이 펼쳐진다. 해수욕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 지역은 해일·지진해일·풍랑 피해를 두 차례에 겪은 곳으로 양양군이 향후 예방책으로 객토와 울타리 설치작업과 해안생육에 적합한 해송과 초본류 등 6만 본을 식재해 해안방재림을 조성했다.
하조대 해변과 등대 사이에 구름다리가 있다. 하조대 전망대 둘레길은 현북면에 해당하는데 길이 202m, 폭 2.0m 데크가 설치됐다. 이 길은 지난 지난 2019년 5월 개방돼 군부대 경계 작전을 위한 투광등 10개와 해안복합감시체계 CCTV 1개 등이 설치됐다.
전망대에서 오른편으로 등대가 있고 등대 건너편에 우리나라 대표 명승지 하조대가 있다. 하조대는 양양 8경 중 하나로 바다와 기암절벽, 정자를 중심으로 동해의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노송과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파도에 깎인 기암괴석 위에서 200년 넘게 자란 노송은 멀리 동해를 굽어보고 있다. 조선 개국 공신이자 문인이던 하륜과 조준이 세월을 읊조리며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노송이 우뚝 선 절벽 맞은편에 하얀등대가 있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이 순환점검 방식으로 관리하는 무인등대이다. 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지였다. 등대는 하조대 여행객들의 인기 촬영 포인트. 솔숲길의 솔 향기가 은은하게 나부끼는 산길과 계단을 5분 정도 걸으면 해안절벽에 우리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바다헌장 조형물과 조각상을 만난다. 일반인들은 인어상으로 부르곤 하는데 실상은 물 위로 뛰어오르는 고래 조각상이다.
이 등대는 일반적으로 하조대등대로 불리지만 공식 명칭은 기사문항등대다. 기사문항은 하조대 오른편 38도 선에 자리한 작은 어항이다. 이 등대는 1962년 5월 20일 첫 불을 밝혔다. 등대 높이는 10m이고 백원형콘크리트 구조이다. 등대 불빛은 32km 해상의 선박들이 등대 불빛으로 해안 위치를 식별하도록 돕는데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는 22.2km이다. 등대 불빛은 6초에 1회씩 백색 불빛을 깜박여주는 신호체계이다.
하조대는 지리적으로 연중 2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태양이 독도~울릉도~양양 간에 일직선에 놓인다. 등대는 이러한 특이한 일출을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하조대 바닷가는 편의점, 맛집,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이 다양하고 넉넉하게 갖춰져 있다. 연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낙산사, 낙산항, 설악산, 오대산, 통일전망대, 물치항, 죽도 등 가볼만한 곳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하조대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강릉·양양·속초에서 하조대로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수시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양양군청~강릉 방향 7번 국도를 타면 13.1km 거리에 하조대해수욕장 진입로가 있다.
문의: 양양군 관광과(033-670-2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