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산행이 늘어나는 시기다. 이즈음은 약초 수확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등산을 하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야생화, 약초 중에서 독초와 구분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약초는 유연관계가 깊은 근연종이 아니어도 형태적으로 비슷한 것이 많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가을철 헷갈리기 쉬운 약초 구별 방법을 제시했다.
참당귀와 지리강활은 대표적으로 헷갈리기 쉬운 약초와 독초다. 참당귀는 혈액순환 등의 효능이 있지만, 지리강활은 맹독성이 있다. 적은 양만 섭취해도 마비와 경련, 의식불명 등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두 식물은 꽃색과 잎자루 반점으로 구분한다. 참당귀는 자주색 꽃이 피고 잎자리가 모이는 부분이 녹색이다. 반면, 지리강활은 흰 꽃이 피고 잎자리가 모이는 부분에 붉은 반점이 있다.
도라지와 미국자리공은 땅 위로 나온 부분은 생김새 차이가 확실하지만, 줄기가 죽은 뒤 뿌리만 봤을 때는 매우 비슷하다. 도라지는 식재료와 약재로 널리 이용하나, 미국자리공은 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섭취 시 중추신경마비와 호흡, 운동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사약의 재료인 투구꽃, 진범, 천남성도 가을 산행에서 자주 만나는 독초들이다. 이들은 독을 갖고 있기에 화려한 모습에 이끌려 채취해선 안 된다. 꽃 생김새가 닮은 투구꽃과 진범은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한 대표적인 맹독성 독초다. 잎과 뿌리를 섭취한 뒤 구토, 마비 증상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천남성 역시 포도송이 모양에 알록달록 예쁜 열매가 붙어있어 눈길을 끌지만, 절대 만져서는 안 되는 독초다.
부인병에 많이 사용되는 향부자의 경우 생태적으로 함께 자라는 방동사니 종류와 많이 혼동한다. 향부자는 가을에 덩이뿌리를 채취해 삶거나 쪄서 건조한 후 한약재로 이용하지만, 방동사니는 효능이 없는 일반 잡초다. 두 식물은 함께 자라고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땅속 덩이뿌리는 오직 향부자에만 생기기에 쉽게 구분 가능하다.
산약초를 잘못 먹고 복통, 설사, 구토, 어지럼증, 경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토하게 한 뒤, 즉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섭취한 식물을 가지고 가면 중독 원인을 찾고 독기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윤영호 과장은 “약초는 전문가들도 구분하는데 어려울 때가 많다”라며, “확실한 지식 없이 야생에서 식물을 함부로 채취해 먹거나 약으로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진청은 약용식물의 기원 정립을 위한 분류 연구를 통해 국민이 우리 약초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