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는 긴 해안선을 따라 꽃지, 방포, 삼봉해변 등 무려 14개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저마다 나름의 독특한 환경을 타고난 안면도는 해안선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해변으로 가든 포구로 가든 안면도의 상징인 붉은 해송이 쭉쭉 뻗어 올라가는 하늘과 도로, 숲길을 마주한다.
안면도 안면송은 단일 수종으로 500년 이상 지속적으로 보호된 수종이다. 크고 품질이 우수하여 고려시대부터 궁궐이나 선박용으로 사용돼 왔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지을 때도 이곳 나무를 사용했다.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로 소실됐을 때 복원에 안면송이 쓰이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 안면송이 광복절 76주년을 맞아 일제의 무분별한 송진 채취 대상지였던 점에 재조명되고 있다.
태안군은 일제강점기 소나무 송진 채취가 이뤄졌던 안면읍 승언리 소나무 숲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해당 지역에 ‘상처 난 소나무’ 안내판을 설치하고 충청남도 등록문화재 등록 신청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말 일제는 전쟁물자인 송탄유(松炭油)를 확보하기 위해 안면도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 소나무에 톱날로 ‘V’자형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송진을 채취해갔다.
특히,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마구잡이로 동원한 석탄 채취로 악명이 높았던 아소 가문의 ‘아소상점’이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의 위탁으로 송진 채취에 나섰으며,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안면송이 수탈 대상으로 선택됐다.
‘V’자형 상처는 아소상점이 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의 결과로서 안면송에 회복되지 않는 큰 상처를 입혔으며, 30년대부터 시작된 송진 채취는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가슴 아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안내판 설치와 함께 국립산림과학원 등 전문기관을 통한 정밀 연륜조사를 실시하고 학술대회 개최 등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며, 충남도와 협의해 해당 소나무에 대해 충청남도 등록문화재 등록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태안을 상징하는 안면송의 상처를 잊지 않고 후대에 전하고자 한다”며 “안타까움을 간직한 피해목이 충청남도 등록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