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 강해 항생제 투여가 필요가 없고 연중 출하가 가능한 중층 가두리 양식장의 우럭이 선보인다. 기상이변이 잦은 기후변화에 영향 받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능력에다가 맛과 색깔도 자연산과 다를 바 없는 점이 큰 강점이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외해 중층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수온이나 저수온, 태풍 피해 없이 자연산과 다를 바 없는 무항생제 우럭 양식에 성공했다.
도와 태안군은 지난 22일 안면도 아일랜드리솜과 내파수도 인근에서 양식어업인, 이필영 도 행정부지사, 해양수산부 및 시군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층 가두리 양식 시험사업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중층 가두리 시험양식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연안 가두리 양식장 자연 재난 피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2018년 9월부터 시작했다.
도와 태안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위탁해 가로·세로·높이 각 8m 규모의 중층 침설식 가두리 양식장 8칸을 제작, 내파수도 인근 수심 10∼20m 바다에 띄웠다.
이 양식장에는 같은 해 11월 연안 가두리에서 키운 평균 26.5㎝의 크기에 무게 324g에 달하는 우럭을 투입했다.
2년 동안 진행한 시험양식 결과, 중층 가두리 양식장 우럭은 자연 재난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질병에 강하고 성장 속도도 빨랐다.
중층 가두리 양식장은 우선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겨울철 저수온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2019년 여름 고수온 피해도 없었다.
지난 2019년 8월 천수만 해역은 수온이 30℃ 안팎을 오르내리며 각 양식장에서는 먹이공급 중단, 용존산소 공급, 저층수 교환 등 고수온 대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다.
그러나 중층 가두리 양식장은 최고 25℃ 안팎의 안정적인 수온이 유지되며, 고수온 대응 활동 자체가 필요 없었다.
2019년 9월 초 도내 곳곳에 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 링링이 발생했을 때 천수만 가두리 양식장은 육지 가까운 곳으로 피했지만, 이 중층 가두리 양식장은 특별한 조치 없이 태풍을 넘길 수 있었다.
우럭 성장 속도는 다른 지역 중층 가두리나 천수만 연안 가두리 양식장보다 30∼50% 가량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입식 6개월 뒤인 2019년 5월 태안 중층 가두리 양식장 내 우럭은 평균 32㎝에 808g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조구 어장인 포항 중층 가두리 양식장 우럭은 평균 29.6㎝에 590g으로, 태안에 훨씬 못 미쳤다.
천수만 연안 가두리 양식장 우럭의 평균 크기는 28㎝, 무게는 400g으로 추정됐다.
도는 연안 가두리 양식장이 치어에서부터 출하까지 2년 6개월에서 3년이 걸린다면, 중층 가두리 양식장은 1년 6개월에서 2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층 가두리 양식장 우럭은 이와 함께 질병에 의한 폐사도 없었다.
중층 가두리 양식장 제작비는 1칸 당 167만 원으로, 같은 크기의 연안 양식장 656만원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도 관계자는 “중층 가두리 양식장은 조류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수온이 5∼25℃로 생육 환경이 매우 좋고, 우럭들이 양식장 내에서 멸치나 까나리 등 자연 먹이를 직접 잡아먹으며 연안 가두리는 물론, 중층 가두리를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포항 대조구어장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부터 내파수도 인근 바다에서 중층 가두리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사업에는 지방비 4억 원에 국비 4억 원, 자부담 2억 원 등 10억 원을 투입, 가두리 48칸에 150g 전후 우럭 48만 마리를 입식해 양식 중이다.
이날 성과보고회는 중층 가두리 양식장 소개 및 조피볼락 요리 동영상 시연, 현장 방문 등의 순으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필영 부지사는 “중층 가두리 양식장 우럭은 양식 기간 중 약품 사용이 전무한 ‘무항생제 어류’”라며 “무항생제 양식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시도한 바 없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부지사는 이어 “태안 앞바다 청정 무항생제 우럭을 브랜드화 해 연중 판매한다면 어업인 소득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