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밥반찬이자 술안주로 사랑받는 해산물을 꼽자면 바지락과 멸치가 대표적이다. 둘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국물을 감칠맛 나게 만들어주는 등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바지락과 멸치를 4월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했다. 바지락은 ‘국민 조개’라 불릴 만큼 국내 소비량이 많다. 산란기인 7월 초~8월 중순을 제외하면 1년 내내 쉽게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친근하다. 특히 제철인 봄 바지락은 살도 통통하고 맛도 달다. 조선시대 해양생물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 선생 역시 “바지락은 살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라고 표현했으니, 예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맛만큼 영양도 우수하다. 바지락은 100g당 65kcal 수준으로 지방 함량이 낮다. 철분과 칼슘도 다량 함유되어 빈혈 예방,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 다이어트 식품으로 꼽힌다. 식물성 단백질은 좀 부족하나, 이 경우 된장과 함께 궁합을 맞추면 영양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바지락은 보통 국물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찌개나 칼국수에 넣어 익혀 먹는다. 바지락을 우린 국이나 탕을 먹었을 때 술이 깨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이는 바지락 속 타우린 때문이다. 주로 해산물에 많이 들어있는 타우린은 숙취 해소뿐 아니라 피로 회복 효과도 보인다.
싱싱한 바지락의 경우 날로 먹거나 양념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살만 발라내 매콤한 무침을 만들어 먹고, 이를 활용해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다만 번식기에는 독소가 생성돼 중독될 우려가 있으니 익혀 먹는 게 좋다.
좋은 바지락은 껍질이 깨지지 않고 윤기가 나는 것이다. 구매 후에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문질러 닦은 후 소금물에 해감한다. 이후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되며, 1개월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바지락과 함께 국내 인기 해산물 중 하나인 멸치. 제철 생선이라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1년 내내 사랑받는 멸치지만, 봄철에 잡히는 멸치가 특히 인기가 좋다. 부산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히는 봄멸치를 ‘봄멸’이라고 부르는데, 크기가 15cm 정도로 크고 육질이 단단해 맛이 좋다. 기장 멸치축제로 유명한 대변항에서 생산되는 대멸치가 대표적이다.
앞서 말한 대멸치처럼, 멸치는 크기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큰 크기 순으로 다포리, 청어,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로 구분된다. 7.7cm를 넘어서는 크기의 대멸부터는 볶음용으로 쓸 수 없고, 국물용으로 사용된다.
멸치는 ‘칼슘의 제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칼슘 함량이 높다. 동서고금 영양식품으로 손 꼽히는 이유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관절염 예방에 탁월한 비타민 D가 풍부하며 DHA와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아 혈전 생성을 예방한다.
이 같은 별명을 얻은 데는 먹는 방법과도 관련 있다. 생선뼈는 비타민 D가 있어야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인산칼슘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생선을 먹을 때야 뼈를 발라내고 먹지만, 크기가 한입보다도 작아 통째로 먹는 조리법이 많은 멸치는 뼈와 내장을 함께 먹게 된다. 즉, 비타민 D가 풍부한 뼈와 내장을 함께 먹음으로써 자연스레 칼슘 흡수율이 높아진 것이다.
크기가 큰 멸치의 경우 선도가 좋을 시 비늘과 지느러미, 머리 및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물로 씻은 후 회나 무침으로 먹는다.
궁합이 좋은 식재료는 풋고추다. 풋고추는 멸치에 없는 비타민 C와 섬유질, 철분, 비타민 A를 보충해 준다. 멸치볶음에 풋고추가 들어있는 이유다. 반면, 시금치는 상극이라 피해야 한다. 시금치 속 수산 성분이 멸치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 체내에서 수산과 칼슘이 결합할 경우 통풍이 발생할 수도 있다.
멸치는 등 쪽이 암청색이고 복부가 은백색으로 비늘이 벗겨지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냄새를 맡았을 때 구수하고 짭조름한 향이 나는 것이 좋다. 구매 후에는 이물질을 제거해 비닐이나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하면 된다. 이때 국물용은 머리와 내장을 모두 떼어낸다.
200여 년 전부터 국민들의 밥상을 책임져 온 바지락과 멸치. 이 둘과 함께 겨우내 쌓인 피로를 날리고, 봄을 제대로 맛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