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모든 것들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꺾고 있는 이 여름에 이 대가족들의 만남이 문득 대단하게 느껴졌다. 넓은 들판에서 가족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함께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모두 정으로 똘똘 뭉쳐서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지는 것이 아닐까?
애정 표현이 서툰 친정 큰오빠가 “이서방이 밴댕이 젓갈을 좋아해서……장날 사두었다.”하면서 내민 젓갈을 시댁 모임에 가져왔다. 나는 바닷가에 살아서 신선한 생선을 좋아한다. 일부러 썩혀서 냄새나는 젓갈을 왜 좋아할까?
그런데 넓은 들판에 사는 시댁 가족들은 시어머님이 만들어주던 밴댕이의 맛이 별미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그 맛이 그립다며 완도 장날 사온 밴댕이 젓갈 하나를 뜨거운 밥 위에 올려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3남 2녀가 모두 함께 그 맛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밴댕이 젓갈로 어머니의 그리움을,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음식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말에 기숙사에서 외박 나온 둘째아들을 보면 뭘 해줘야하나 고민이 많다. 둘째 아들은 뭘 주어도 별로 맛나게 먹지 않는다. 그런 아들에게 최소한의 엄마 사랑 표현으로 아들이 좋아는 메추라기알 조림과 단무지 무침, 유부 초밥을 해서 한 상 차렸더니 아들이 오랜만에 맛나게 밥을 먹었다며 좋아한다.
아들은 음식을 맛으로 먹었을까? 엄마의 사랑으로 먹었을까? 음식 솜씨 없는 엄마의 손맛을 맛나게 먹어주고 행복해하는 아들을 보며 나는 아직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구나 하고 위로 받는다. 음식에는 맛과 정, 그 사이 어디쯤에 그리움이 머물거라고 생각해본다. (장자도 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