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승용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도두항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항길 18번지다. 61.8m 도두봉을 중심으로 도두항과 해녀촌이 형성돼 있다. 도두봉에서는 한라산과 제주공항 등 신제주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도두항의 ‘도두’는 ‘섬머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등산로 입구 안내판에는 ‘섬머리 도두봉공원’이라고 소개돼 있다. 도두봉은 그리 높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서 쉬엄쉬엄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솔숲과 쉼터,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도두봉은 제주 올레길 17코스이기도 하다. 올레 17코스는 용담해안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 북쪽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18.1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제주시내와 인접한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즈넉한 외도의 월대, 내도의 알작지 해안을 만난다. 청보리 길과 이호테우해변, 한가로운 마을을 걷다보면 어느새 제주도의 머리, 도두봉에 이른다.
도두항은 도심 안에 아주 전형적 섬마을 모습을 하고 있는 포구이다. 도두1동 등 4개 자연마을이 있다. 도두항은 제주국제공항과 연결해 2만9000여 평 공유수면을 매립한 곳이다. 도두항은 기본적 어항 시설 뿐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 요트체험 시설, 마리나 시설까지 들어서 있고 클럽하우스와 조종면허시험장 시설도 있다.
도두항은 국가어항이다. 어항은 어선이 안전하게 출입·정박하면서 어획물을 싣고 내리거나 어선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고 기상악화 때는 어선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든 어업활동용 항구다.
어항은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으로 구분한다. 국가어항은 어항 중 이용범위가 전국적인 규모의 어항으로써 도서·벽지에 소재면서 어장개발과 어선대피에 사용되는 어항이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이런 국가어항을 113개 지정하여 수산업 기능과 레저·관광·문화 기능의 특화어항으로 개발 중이다.
도두항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골목길 벽화가 인상적이다. 팽이치기와 딱지치기하는 소년, 기타를 치는 모습, 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사색에 잠긴 사람 등 스토리가 있는 조형물이 포구마을의 정감을 더한다. 포구의 절반은 요트 등 마리나 시설, 절반은 어선의 정박시설로 균형과 조화도 잘 이뤘다.
도두항 앞 바다에는 암초가 많다. 그래서 방파제등대를 비롯해 암초 위에 세워진 입표를 비롯해 어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항로표지(등대)가 많다. 특히 입표는 암초 위이나 수심이 얕은 곳에 설치하여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에게 그 위험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시설이 다른 바다보다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이 등대가 있는 항로는 낮에만 항해가 가능하다. 밤에 불빛이 들어오는 무인등대(등표)가 있는 바다는 야간항해도 가능하다.
그렇게 방파제는 바다로 향해 길게 뻗어있고 좌우에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서 있다. 도두항방파제는 마을과 포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방파제 안에는 유람선과 요트, 어선, 강태공과 해녀 물질 장면까지 정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인 역동성까지 잘 어우러져 있다.
암초가 많은 바다이니 해녀들은 물질을 통해 식당을 운영하고 오일장에 나가 파는 일들로 먹고 사는데 불편함 없었다. 암초지대인 여밭이다보니 고급 어종이 많이 서식하고 이렇게 어족자원이 풍부한 바다를 터전으로 어로작업을 하는 어민들을 위해 등대는 365일 안전한 뱃길을 인도하며 서 있다.
해양경찰서 도두동 출장소, 도두동 주민센터를 지나 해녀촌이 나온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전복 등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거리다. 특히 전복죽은 내장이 듬뿍 들어가 진한 색깔과 풍기는 향이 강렬하고 속살을 오독오독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도두항 조형물은 생선가시를 형상화 한 것이다. 그만큼 포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횟집이 많다. 횟집에서는 방어, 갓돔, 벵에돔, 구문쟁이, 다금바리, 참돔, 갈치 등 다양한 회와 구이가 있다. 메인 회를 시키면 문어, 생굴, 새우, 전복, 성게,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한 접시씩 제공한다. 도두항에서는 어민들을 중심으로 매년 1월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매년 8월에는 장어 맨손잡기체험, 소라 한치 말리기 등 수산물 시식과 요리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즈음에는 코로나가 추억 속의 이야기로 되길 소망해본다.
그런 저런 생각의 갈피를 넘기는 파도소리를 따라 길게 이어진 방파제를 걸었다. 방파제 길은 연인들 산책코스로 유명하다. 강태공, 태왁을 끌고 물질하는 해녀와 요트를 타는 사람들, 유람선 공연과 제주바다를 감상하는 다양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방파제는 유명한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주로 감성돔, 벵에돔, 오징어, 고등어, 볼락, 우럭, 자리돔이 잡힌다. 특히 겨울철에는 벵에돔과 볼락, 학꽁치 입질이 탁월하다.
도두항은 추자도와 관탈도 낚싯배들이 출항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관탈도는 추자도와 제주도 사이의 제주해협에 있는 무인도다. 도두항에서 30 km 북서쪽에 있다. 옛날 귀양살이하는 사람이 이곳에 이르러 제주도에 다왔다는 생각에 갓을 벗었다 해서 ‘관탈’이라는 지명이 유래됐다.
도두항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유람선 여행이다. 도두항 노을과 함께 이어지는 제주바다야경은 매우 감동적이다. 유람선은 도두항을 출발해 무지개 해안도로, 용두암, 탑동을 돌아오는 코스다. 유람선에서는 생맥주, 와인에 바비큐 요리를 곁들일 수 있고 제주 해녀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 섬사랑시인학교 제주도캠프 때 유람선을 타고 문학기행과 문화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노을에 물든 도두항에서 70여명의 시인과 캠프 참가자들은 시낭송을 시작하며 도두항을 출항했다. 특별 초청한 제주 민요공연단의 ‘우리할망넨 영 살았수다’(우리 할머니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해녀공연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삶과 해양문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이어 초청연주가들의 하모니카, 오카리나, 통기타 여운이 유람선 안에서 여울지고 유람선 밖으로는 오징어 어선과 갈치 어선들 야간조업 광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저만치 사라봉 언덕배기의 100년 넘은 산지등대 불빛도 제주 앞바다를 환하게 비춰주며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그렇게 여행은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하고, 그런 세상에 동화되는 여정이다. 여행자는 자연이라는 시공간의 새로움과 여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재발견한다. 그렇게 깨닫고 새로운 길에 눈을 뜨는 순간, 새로운 마음의 창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부서질 때마다 내 마음의 묵은 찌꺼기들도 훨훨 털리며 하얗게 부서졌다.
도두항 오른쪽으로는 용담포구, 왼쪽으로는 이호항이 위치한다. 뒤로는 제주국제공항과 민속오일장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 바다여행을 이어갈 수도 있고 도심으로 이동해 제주만의 특별한 맛 기행, 사람들의 체취와 거리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제주항에서 부산항, 인천항, 목포항, 여수항, 완도항으로 여객선도 운항한다.
문의: 도두동주민센터(064-728-1546) 제주관광정보센터(064-740-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