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읽는 섬이야기] 비응도, 해당화 지다(1편)

열세 살에 비응도로 시집와, 칠십 삼세까지 바다와 함께 살아
섬관리자 기자 2019-12-22 14:33:20

방조제 사업 때문에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다.

할머니는 낡은 가방 두개와 작은 보따리를 내 방 한쪽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몹시 당황했다.

물론 내게도 충격적이었다. 내 방이 없어지게 생겼으니까.

“아니, 어머니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예요?”

할머니는 ‘끙’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엄마는 거실로 나왔다.

엄마는 자꾸 아빠에게 핸드폰을 걸었다. 다른 날 보다 아빠가 일찍 들어왔다.

아빠는 방문을 열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잠든 할머니의 품속에는 작은 보자기가 안겨있었다. 아빠가 다가가서 보따리를 빼려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더욱 가슴을 오그렸다.

고개를 갸웃하던 아빠가 방문을 닫고 나오더니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아니, 다음 주가 시험인데 동이 방을 차지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흥분된 얼굴로 엄마가 말했다.(계속)

 

 

 

 

이미지=섬문화연구소 제공

 

이미지=섬문화연구소 제공

 

 박월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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