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으로 가는 서해안 고속도로에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오면서 서해와 격렬비열도가 갖는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일반적으로 동트는 새벽과 희망을 상징하는 동해와는 달리 서해의 석양은 황혼과 쓸쓸함을 연상시킨다. 우리 국토 최서단 섬이자 영해기점인 격렬비열도는 어떨까?
그런데 격렬비열도를 만날 설렘과 기대도 잠시뿐이었다. 기상 악화로 인해 격렬비열도 방문 행사가 취소되면서 격렬비열도에 대한 궁금함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하지만 저녁 어스름부터 시작된 기념행사는 격렬비열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재탄생한 격렬비열도를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주민들의 희망과 열정 가득한 노력 속에 약 55km (뱃길로 2시간 30분 소요) 떨어진 격렬비열도와 신진항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체감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격렬비열도는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 발전 방향 또한 지역 주민들의 삶을 떼어놓고 계획되거나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격렬비열도가 주민들 삶의 일부로서 사랑받고 가꾸어질 때 민족의 기상은 대륙을 향해 더 높게 비상할 수 있다. 격렬비열도가 생업의 터전만큼이나 가깝고 친근한 나와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기를 기대해 본다. 내년 2주년 행사 때의 격렬비열도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