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가장 먼저 깨어나는 곡물이 보리다. 보리는 기원전 5세기 우리나라에 전해져 오랜 기간 중요한 작물로 재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수확하는 종류는 크게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뉜다. 쌀보리는 우리가 주식으로 삼으며 주로 평야지대의 논에서 이모작으로 많이 생산된다. 겉보리의 경우 주로 사료나 맥주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고, 논보다는 밭에서 재배가 많이 된다.
과거에는 쌀이 없어 보리를 먹곤 했으나, 요새는 쌀이 있어도 보리를 찾는 시대다. 보리가 가지고 있는 건강기능성 때문이다.
보리에는 비타민 B1과 비타민 B2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각기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섬유소도 쌀보다 10배 이상 많고, 단백질 함량도 높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2g으로 밀(14g)과 엇비슷하다. 또한 성인병과 암 예방에 좋은 베타글루칸과 항산화 활성이 높은 토콜류 등도 많다.
특히 요즘 ‘새싹보리’로 알려져 인기 많은 보리 싹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인 폴리코사놀과 간 기능 개선 효과가 탁월한 사포나린 성분이 함유돼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상당수의 보리는 한 번 쪄서 말린 후 납작하게 압착한 ‘압맥’, 세로로 쪼개어 찐 후 말려서 쌀과 식감을 비슷하게 만든 ‘할맥’ 등이다. 이미 한번 공정을 거쳤기에 가정에서도 손쉽게 보리밥이나 잡곡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보리는 밀이나 쌀보다 수분흡수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보리빵은 그냥 빵보다 식감이 훨씬 거칠고, 보리밥의 경우 찰기가 없고 퍽퍽하다. 보리로 밥을 지으려면 오랫동안 물에 불리거나, 한번 찌거나 삶는 등 밑 작업을 해야 한다.
보리의 싹을 틔워 말린 엿기름은 엿과 식혜, 맥주 위스키, 고추장 등의 필수 재료로 사용된다. 가축 사료와 미생물 배지에도 사용될 만큼 활용 범위가 넓다.
영양소도 많고, 쓰임새도 다양한 보리. 찰보리빵과 보리커피, 보리건빵 등 가공식품도 여러 가지다. 이번 봄, 보리와 함께 보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