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가끔 그리운 것처럼 바지락 칼국수도 비오는 날은 더 그립고 생각난다. 음식을 맛나게 먹는 것도 좋지만 그 음식과 함께 했던 장소, 시간, 사람들이 함께 추억된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가신 시어머님이 생각난다.
나는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음식을 좋아했다. 시어머님은 음식을 먹기보다 만들어서 나눠주는 일을 더 좋아했다. 처음에는 자꾸 먹을 것을 만들어 놓았으니 먹으러 와라! 가져가라! 권하는 행동이 부담스러웠지만 시어머님의 정성이 담긴 음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이 그립고 그 정이 그리워졌다.
시어머님이 만들어준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잘 먹어서 예쁘다! 라고 하시며 남은 음식까지 싸주셨던 시어머님의 음식사랑. 그분과 함께 했던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면 그분이 만들어준 음식들까지 그리워진다. 그리고 그 맛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휴가철이 되면 시댁 3남2녀 가족들이 모인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 20명 정도 되는 대가족들이 모여서 먹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용히 휴가를 즐기고 싶은 나는 ‘이게 무슨 휴가야?’ 하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시댁가족들을 관찰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꼬나봤다. 하다하다 이제는 시어머니가 안계시니 시누들이 와서 며느리들을 괴럽혀! 뭐 이런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시댁 큰아들, 둘째아들, 셋째아들은 누나들이 해주는 반찬이며 음식들을 맛나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어미새가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장면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누나들이라고 이 여름이 덥지 않았겠는가. 누나들이라고 쉬고 싶지 않았겠는가. 누나들은 맛나게 엄마의 손맛을 느껴보고 싶은 동생들에게 엄마의 손맛을 전수 받은 음식 솜씨로 동생들에게 어머니의 그리움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