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4년 만에 개방된 ‘한과 애환의 섬’ 소록도

아픔 딛고 피어난 봉사 정신 되새기며 내 마음을 ‘치유’해볼까 
한규택 기자 2024-02-16 16:41:50
소록도(小鹿島)는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 속해있다. 고흥 반도 끝의 녹동항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다. 2009년 3월 3일에는 소록대교가 개통하여 육로로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소록도라는 이름은 그 모양이 작은(小) 사슴(鹿)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수용, 학대한 가슴 아픈 애환과 박애 정신이 깃든 섬으로 유명하다.

소록도 전경(사진=고흥군 제공)


소록도는 일제강점기에 6,000여 명에 달하는 한센병 환자를 강제 분리, 수용하던 곳이다. 일제는 이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감금하고, 때리면서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검시실에서는 가족의 동의도 없이 숨진 환자를 해부했고, 강제로 환자들의 정관 수술과 낙태를 자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보존된 당시의 감금실과 검시실은 당시의 피눈물 나는 비극적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소록도는 해방 이후에 국립소록도병원으로 지정되어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 및 주거공간이 되었다.

소록도는 이런 슬픈 역사와는 대조적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종려나무, 편백, 차나무, 능수, 매화나무, 등나무 등 5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소록도 중앙공원이 대표적이다. 원 내에는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 환우들의 애환과 박애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남아있어 마주하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든 '구라탑'(사진=고흥군 제공)


소록도는 봉사와 헌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한센인을 위해 40년을 봉사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아름다운 헌신과 희생이 큰 울림을 주면서 박애와 자원봉사의 성지로 여겨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센병 박물관은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개관했다. 소록도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과 한센병 극복을 위한 노력, 사랑의 나눔을 한데 모아놓은 곳으로 소록도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1층에는 생활, 의학, 행정박물관 등 1만여 점을 보관 전시한 ‘보이는 수장고’와 ‘항온항습실’, 영상문화교육을 담당할 ‘영상문화센터’, ‘어린이도서 300여권을 비치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으며, 6개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소록도는 병원과 한센인 거주공간을 제외한 섬 일부가 일반에 공개되어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한과 애환이 깃들어 있지만, 치유와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난 소록도를 찾았다. 하지만 소록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2월 3일부터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다. 한센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섬 출입까지 모두 막혔다.

2017년 개봉작 '마리안느와 마가렛'(사진=섬문화연구소DB)


이로부터 4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소록도가 다시 개방됐다. 고흥군은 소록도 중앙공원을 시작으로 한센병박물관까지 소록도를 일반인에게 개방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소록도야말로 역사적 아픔과 애환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록도에서 자신에 대한 감사와 타인을 배려하고 나누는 봉사의 의미를 새기며 다가올 봄날의 희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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