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원시림 속에 붉게 핀 겨울 동백꽃의 섬 ‘지심도’

한규택 기자 2023-12-19 16:49:40
동백은 대표적인 겨울꽃이다. 한겨울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답고 우아한 붉은색의 꽃을 피워내어 꽁꽁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해마다 겨울이면 동백으로 붉게 물드는 남녘 섬이 있다. 

지심도는 섬의 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고 있어 동백섬으로 불린다. 지심도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서 동쪽으로 1.5km 해상에 위치하고,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3.7km, 너비 500m, 최고점 97m인 작은 섬이다.
 
유난히 푸른 잎 사이에서 붉게 피어난 지심도 동백꽃(사진=섬문화연구소DB)


지심도라는 섬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습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한자로 '다만 지(只)' '마음 심(心)'자를 쓴다. 그대로 풀이하면 '다만 마음을 다할 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멀리 해상에서 바라보면 지심도는 마치 군함의 형태를 닮았다.

지심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중 태고의 원시림이 아주 잘 보존된 청정한 섬이다. 약 33만㎡(10만여 평)의 섬에 동백나무, 곰솔,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이 빼곡히 자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학습장이다. ‘섬’이라기보다는 ‘숲’이라 부르는 게 더 나을 정도다.

거제도 방향에서 바라본 천혜의 상록수림 지심도(사진=섬문화연구소DB)


지심도의 상징인 동백꽃은 12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꽃 피는 시기는 3월이 절정의 시기이고, 4월 중순부터는 산길에 떨어진 꽃무더기로 동백의 대단원을 마주할 수 있다. 지심도는 동백나무와 함께 후박나무군락지이다. 후박나무가 서쪽 해안선에 분포돼 노을은 늘 후박나무 숲으로 떨어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지심도는 청동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17가구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해군기지를 만들었다. 지금도 일본군이 구축한 포진지, 탄약고, 방공호 일본식 가옥, 방향지시석 등 주둔지 흔적이 남아 있다.

거제도 건너 한산도 방면으로 붉게 타며 지는 저녁노을(사진=섬문화연구소DB)

지심도는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인 기암절벽의 해안으로 둘러싸여 있다. 거제도와 마주보고 있는 해안선은 완만하고, 반대편 해안선은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바위해안이다. 섬 양쪽 끝을 막끝과 새끝이라고 부르는데 해안선의 전망 포인트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지심도는 조류의 흐름이 빨라 고기 맛이 좋고 조황도 좋아 오래전부터 낚시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래전부터 뜰채낚시라는 재래식 고기 잡는 방법이 전해져오고 있다. 뜰채는 식탁의 상보처럼 대나무 5개와 2m 정도의 그물을 이용하여 기구를 만들어 이를 바다에 던져 놓고 밑밥을 뿌리고, 고기가 모여들었을 때 들어올리는 어구이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자리돔, 학꽁치, 놀래기, 뽈락, 전갱이, 멸치 등이다. 또 갯바위에서는 홍합, 고동, 거북손, 전복, 해삼, 돌멍게, 미역 등의 신선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지심도 동백터널(사진=경남도 제공)


이 지심도는 지난 7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찾아가고 싶은 겨울섬’ 5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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