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섬 출신 유봉순 작가의 작품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유 작가는 비움과 채움, 재현, 바다이야기, 시간의 흐름, 물멍, 치유의 바다 등 푸른 바다와 여백을 주제로 한 자연주의적 서정풍과 동양철학의 화두와 이미지, 간결한 선 터치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바다와 소통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유봉순 화가는 자연스럽게 바다와 물결치면서 사유하고 그런 공간으로써, 태어난 고향으로써 해양문화 공간을 색감으로 조형화하고 이를 감각적 색채를 분산해 분출하면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펼쳤다.
유봉순 작가의 작품 특징은 여백의 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여백은 작가의 의도를 깊게 느낄 수 있는 효과를 주면서 한편으로는 감상하는 타자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주는 효과도 준다. 사실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작가가 작품이 아니다. 그만큼 예술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고 감상하는 사람, 관객의 시각도 다양한 셈이다. 그런 면에서 유봉순 작가는 처음부터 감상하는 예술층을 크게 배려해준 셈이다.
유봉순 작가의 작품은 정적이면서 정중동의 미적 구성이 조화롭다. 평면이 입체적 감각을 바로 세우고 평면과 입체적 질감이 화폭 속에서 역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살아 꿈틀댄다. 여성의 섬세한 붓 끝에서 시작한 정적 리듬은 새로운 리듬과 색채를 타고 또 다른 상상력의 가속도를 만나 더 큰 바다를 이룬다.
그런 점에서 유봉순 작가의 색채와 내면의 만남은 동양철학적 요소가 큰 편이다. 그런 철학적 흐름이 작가정신과 작품세계를 촘촘하게 형성했을 터. 그 감성의 물길이 작품마다 곳곳에 스며들고 배여있다. 이를테면, 노자는 산 정상의 소나무 끝에 맺힌 한방울이 계곡으로 흘러가 물을 모으고 낙엽지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모아 그 물길이 강으로 흘러간다. 강은 마른 대지를 적시면서 돌들을 만나 소쿠라지면서 새로운 리듬과 길을 내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노자는 이를 도(道)라고 명명했다. 길의 길, 길이 이르는 그 길, 유봉순 작가 붓끝에서 터치한 그 한장면은 그렇게 이심전심의 물길이 되어 우리네 가슴에 감동으로 일렁여 왔던 셈이다.
그는 바닷가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자연의 이치와 그런 자연으로 말미암아 체감하고 안으로 숙성된 자기만의 지혜의 세계, 작품의 방향성을 작품 중심에 뒀다. 그렇게 화폭을 통해 길을 만들었고 길 떠나는 여정 속에서 자기 성찰과 철학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인간의 삶과 자연이 소통하고, 그런 자연을 은유하고, 함축하면서 내면의 심상은 자기만의 작품으로 발현되고, 생산됐다.
그 넓고 평화로운 자연의 무대에서 서로 주고받는 메시지는 은유와 함축으로 그려졌고 표현됐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은 서로 포용하고 교감하는 관계성과 삶과 예술 만나는 방향성을 견지하게 됐다.
이제 유봉순 작가는 이런 바다를 통해 또 다른 관점인 ‘치유’라는 주제를 통해 새로운 의미의 자연주의를 접근해 모색하고자 한다. 그렇게 푸른 바다풍경은 가일층 푸른 에너지원으로써 그의 화폭에서 새롭게 출렁일 터이다.
유봉순 작가는 조선대 미술학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전남대, 조선대, 호남대에서 1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개인전 24회, 기획 단체 초대전이 320여회에 이르며 미술대전 등 다수의 문화예술작품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광주미술협회 회원으로서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한편, 유봉순 작가는 오는 30일까지 보성 군립백민미술관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풍조우순 - 재생의 미학' 이라는 제목의 8인전을 열고 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