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현장실사

한규택 기자 2023-05-02 16:34:27
청색 리트머스 깔아놓은 섬진강에
매화꽃 땀땀이 피어 흔들리고
바늘귀처럼 반짝이는 햇살에
모래무지 제첩이 길을 밝혀 온몸을 굴리고 있다
고향 사포마을 짠물에 길 떠나 상저구로 이사 가는 중이라 했다
..... (중략)
마을 사람들은 강둑에서 껍데기뿐인 삶을 채질하며 투덜대고
섬진나루 터줏대감 김씨 할아버지 상엿소리가 물수제비뜨는
섬진강의 밑바닥을 치고 올라온 대숲바람에
붉은 노을 고즈넉이 흔들리며 젖어가고 있다.

(박상건, ‘재첩이 길 떠나는 섬진강’ 중에서)


‘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재첩은 강에 서식하는 강조개로 하천이나 하구와 같이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곳에 많이 서식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섬진강 하구이다. 섬진강은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를 사이에 두고 흐르고 있으며, 재첩 채취 면적은 하동군 75ha, 광양시 65ha 정도다. 

우리나라 전통 재첩잡이는 사람이 ‘거랭이’라고 부르는 손틀 도구(재첩틀)을 이용해서 채취하는 손틀어업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첩틀의 재질 및 형태는 변화되었지만, 손틀어업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손틀어업은 역사성과 차별성, 우수성, 자연생태적 가치 등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11월에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해양수산부는 ‘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를 2020년 1월 31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의 등재를 신청했다.

광양시와 하동군은 지난 27일 ‘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실사가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섬진강 일원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손틀어업 어구(거랭이)(사진=해양수산부 제공)


FAO 실사단은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과학자문위원(SAG) 9명 중 2022년 위원장이었던 야기 노부유키 도쿄대 교수가 선정돼 오는 30일 방한한다.

현지 실사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신청한 나라의 서류심사가 완료된 이후 사실상 마지막 단계의 심사로 이번 방한은 제출한 서류의 일치 여부와 주민들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의 적극적인 의지 등을 평가한다.

실사 결과는 오는 7월 초 세계중요농업유산 과학자문위원회 정기총회에 보고돼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데, 그동안 등재를 신청한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현지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종 선정은 다소 늦어질 수 있다.

현지 실사는 공동 접견과 섬진강 재첩잡이 세계중요농업유산 설명회를 시작으로 섬진강 하구 현장에서 거랭이로 재첩을 잡는 체험, 선별‧가공 과정 확인, 재첩잡이 어민과의 인터뷰, 관계기관과의 토론회 등이 진행된다.

재첩잡이 광경(사진=하동군 제공)


광양시와 하동군은 2박 3일 일정의 실사 과정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의 등재 추진 열기와 역량을 실사단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난 3월 초 추진단을 구성해 현장 점검과 주민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특히, 이들 지자체는 섬진강 재첩산업 활성화를 위해 재첩의 자원조성사업, 가공·유통 분야 지원, 자체브랜드 개발, 재첩홍보관 건립 등을 통해 재첩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민의 소득을 증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 시 재첩산업을 관광 분야까지 확대하는 큰 로드맵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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