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박물관·해양문화재연구소, 공동기획전 <별별 바다신(神)> 전시회 개최

한규택 기자 2023-03-24 16:20:16
바닷사람들에게 광활한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풍요와 재난이 공존하는 미지의 공간이다. 때로는 텅 빈 어장과 거친 풍랑으로 별별 아픔을 겪었지만, 이 또한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였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다를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 바다에 대한 전통 민속신앙과 의례는 ‘무사안녕’과 풍어(豐漁)에 대한 간절한 염원 속에서 피어났다. 바닷사람들의 염원이 닿는 곳마다 별별 바다신이 탄생했다. 자연현상인 용오름을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며 용신龍神의 존재를 믿었고, 주 어업자원 중 하나였던 명태를 악귀를 쫓아내고 만선滿船을 기원하는 어로漁撈의 신으로 모셨다. 바닷사람들은 별별 바다신의 가호를 받으며 삶의 터전이지만 미지의 세계인 바다로 나아갔다.

'별별 바다신' 전시 홍보물(사진=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생업의 공간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바다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지탱해준 별별 바다신과 이들을 모셨던 각종 의례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려서 화제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국립해양박물관과 3월 28일부터 8월 20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실(부산 영도구)에서 공동기획전 <별별 바다신(神)>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풍어와 재난이 공존하는 바다에서 선조들의 삶을 지탱해준 전통 해양 민속신앙을 이해하고, 그 간절한 삶과 애환 속에서 탄생한 ‘바다신(神)’과 ‘무사안녕’의 염원을 축제로 승화시킨 바닷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당진 안섬 당굿 풍어기(旗)(사진=당진 안섬 당굿 보존회 제공)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 첫 마당(프롤로그) <출항, 미지의 바다를 넘나들다>에서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던 선조들이 자연현상인 용오름을 보며 바다신의 존재를 믿게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죽천이공행적록(竹泉李公行蹟錄,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09호) 등 용오름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시로의 항해를 시작한다. 

영남 곡물운반선이 출항할 때 조선시대 정조임금이 '3도 해신'에게 올린 제문(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 1부 <항해, 바다의 두려움을 마주하다>에서는 해난사고와 흉어(凶漁) 등 바다의 무서움과 이로 인해 생겨난 바닷사람들의 여러 금기를 소개한다. 옛 난파선 태안선(泰安船, 고려) 및 조운선(漕運船, 조선) 모형, 1862년 11월부터 1863년 5월까지 전라도의 세곡(稅穀) 운반 과정을 기록한 일기인 조행일록(漕行日錄,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108호) 등도 소개한다. 

 * 흉어: 다른 때보다 물고기가 매우 적게 잡힘
 * 세곡: 조세로 바치는 곡식 

용왕도(사진=문화재청 제공)

▲ 2부 <수호, 별별 바다신이 지켜주다>에서는 바닷사람들의 소망으로 탄생한 다양한 수호신을 소개한다. 배의 신인 배서낭, 인물신, 관음보살, 세계의 해양신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용왕과 용태부인이 살고 있는 용궁이 조성되어 있다. 

▲ 3부 <기원, 간절한 염원이 피어나다>에서는 다양한(별별) 바다신에게 바치는 국가와 민간의 다양한 해양의례를 소개한다. 해신제 제문 및 해신당 지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무복 및 무구 자료(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 별신굿 보존회 소장), 우리나라 각 해역별 띠배 재현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띠배: 짚이나 띠로 만든 해양의례용 배

남해안 별신굿의 띠배 재현품(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 마지막 4부 <다시 출항, 일상의 바다로 나아가다>에서는 바닷사람들이 다양한(별별) 바다신의 수호를 받으며 생업의 공간인 바다로 다시 나아가는 일상을 소개한다. 배의 출항을 상징하는 다양한 뱃기를 본 후 이를 그리는 체험으로 전시를 마치며 관람객들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뱃기 : 배의 출항을 상징하는 깃발로, 진수식·뱃고사·풍어제·마을 당제 등 바다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지역에 따라 상징 깃발이 있음

김태만 해양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우리 전통을 되새겨보고 생업을 위해 바다로 보내는 사람들의 염원을 축제로 승화시킨 바닷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느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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